(인터뷰 1에서 계속)
배우 박호산은 1996년 뮤지컬 ‘겨울 나그네’로 데뷔해 연극 무대에서 20년 넘게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러던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혀 짧은 말투가 인상적인 문래동 카이스트 역을 맡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에는 ‘피고인’, ‘나의 아저씨’, ‘무법 변호사’, ‘손 the guest’, ‘나쁜형사’,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 등에 출연하며 맡는 역마다 다채로운 컬러를 입혔다. 말 그대로 박호산 표 캐릭터가 살아숨쉬는 것.
최근에는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에서 권영구 역으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정복동(김병철 분)에 밀리는 만년 2인자인 까닭에 밉지 않은 악역을 완성했다. 특히 이 작품은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 기상천외한 스토리와 연출 기법이 화제를 모았는데 박호산이 늦었지만 종영 소감을 남겼다.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천리마마트’ 백승룡 PD를 만났는데 초동안이라 어린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이라더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오케이 합시다’ 하기까지 5분도 안 걸렸다. 연극 배우가 장점을 발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택했다. 다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소리를 가공할 수 있는 장르라 너무 재밌겠다 싶었다. 권영구를 연기하다가 오른쪽 얼굴에 경련이 왔지만”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그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나 ‘천리마마트’처럼 캐릭터를 만들어서 가는 작품이 좋다. 한 작품에서 인격이 여럿 나뉘는 게 좋더라. 무엇보다 배우가 기여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데 ‘천리마마트’가 그랬다. ‘천리마마트’ 속 매트릭스 장면도 제 아이디어였다”고 자랑했다.
박호산은 ‘천리마마트’ 뿐만 아니라 현재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뮤지컬 ‘빅피쉬’에서도 배우들의 동선을 직접 다 짜는 등 무대 연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쌓은 덕분에 연기적으로는 물론 작품 전체적으로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는 “연출에 대한 열망은 전혀 없다. 그저 배우가 너무 좋다. 연출에 욕심내다가 배우로 쓰러진 사람들을 많이 봤다. 배우로서 아무도 나를 안 찾는 순간이 온다면 연출이라도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배우가 좋다. 아주 만약 연출을 하게 된다면 배우는 잠시 놓을 것”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코믹, 악역, 사극, 빙의, 생활연기 등 한계가 없는 배우가 박호산이다. 그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안긴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자신을 태어나게 해준 엄마이고, 가슴 먹먹한 여운을 남긴 ‘나의 아저씨’가 아빠다. 뮤지컬 ‘빅피쉬’는 현재 최고의 필모그래피로 떠올랐는데 그의 바람은 또 하나 있다.
박호산은 “제가 연기하고 많은 분들에게 할 얘기는 전 세계 작가들이 잘 만들고 있다. 그저 바람이 있다면 나중에 내가 한 배역들이 나만의 강가에 나와서 인사해주길. ‘빅피쉬’처럼 그런 상상을 해 본다”며 흐뭇하게 미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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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빅피쉬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