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정려원의 결이 다른 걸크러시가 강력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연출 이태곤, 크리에이터 박연선, 극본 이현, 서자연) 지난 10회 방송에서 이선웅(이선균)은 물론 시청자까지 속여 넘긴 반전 수사로 부품을 조작한 자동차 수리 업체 사장을 검거한 차명주(정려원). 솔깃한 유혹에도 끝내 눈 한번 깜빡 않고, 그토록 원했던 서울행 대신 검사로서의 신념을 택했다. 흔들림 없는 명주의 걸크러시 매력이 안방극장을 강타한 가운데, 그간 명주가 전매특허 촌철살인으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한 한 방을 날린 순간을 되짚어봤다.
#1. “그냥 내 할 일 했다는 마음이었죠.” (2회)
검사 임용 이후 거침없이 승승장구해왔던 명주를 진영으로 미끄러뜨린 건 차관 장인이 피의자인 2000억대 보험사기 사건을 파헤친 여파였다. 곧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날 거라는 모두의 예상과 달리 온갖 미제 사건을 맡아 처리하는 ‘열일 행보’를 보이며 진영에 둥지를 튼 명주. 좌천의 원인인 보험사기 사건을 언급하며, “건드리면 물 먹을 건 빼박이었을텐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 망설임 없이 구속하겠다고 하셨습니까?”라는 정우(전성우)의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담담한 어조로 “당시 심정은 그냥 내 할 일 했다는 마음이었죠”라고 답한 것. 이어, “차관 장인을 구속하겠다고 설쳤으니, 당연히 물 먹을 거다. 전 그런 게 참 싫더라고요”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신을 지켰음을 밝혔다. 첫 등장부터 어떠한 외풍에도 끄떡하지 않는 ‘차명주’만의 걸크러시 캐릭터를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2. “체포하세요.” (9회)
진영의 악성 민원인 3대 천왕 중 한 명인 ‘고소왕 황도끼’와 정면 대결에 나선 명주. 틈만 나면 고소를 일삼는 황도끼는 자신이 가진 법 지식으로 검사들을 시험했고, 검사가 여자라는 이유를 들먹이며 시종일관 명주를 무시했다. 그러나 기죽을 명주가 아니었다. 그간 황도끼의 무분별한 고소에 대항해 걸려온 무고죄 고소 23건을 찾아냈고, 이를 이용해 황도끼 긴급체포에 나선 것. 체포 영장을 들이미는 명주를 향해 황도끼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더니”라고 빈정거렸지만, 오히려 명주는 “방금 말씀은 형법 제311조 모욕죄에 해당합니다”라며 태연하게 황도끼의 죄를 추가했다. 그제야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는교?”라며 슬그머니 입장을 굽히던 황도끼. 명주는 눈 한번 깜박 않으며 “체포하세요”라는 단호한 한마디를 뱉곤 ‘쿨’하게 뒤돌았다.
#3. “늘 변명만 하시네요.” (10회)
명주의 반전 수사가 빛을 발한 ‘2K모터스’사건 이후, 선웅은 “전에 제가 했던 말들은 제가 뭘 모르고 했던 말들이니까, 너무 맘에 두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서툰 사과를 건넸다. 앞서 명주가 2K모터스 사장의 아버지인 국회의원 강준모에게 넘어가 수사를 종결시켰다고 오해한 선웅이 명주에게 막말을 퍼부었기 때문. 드디어 두 사람 사이에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될지 시청자의 시선이 쏠린 순간, 명주의 대답은 냉정했다. “늘 변명만 하시네요. 이검사님은 진짜로 제가 국회의원이랑 손잡고 피의자 빼돌리는 그런 검사라고 생각했잖아요”라며 선웅의 정곡을 찌른 것. 뼈를 때리는 명주의 팩트 폭행에 대답을 찾지 못한 선웅은 그저 답답함이 담긴 한숨만 내쉬었다. 형사2부의 공인된 앙숙 선웅과 명주 사이는 영영 좋아질 수 없는 것일지 호기심을 자아낸 대목이었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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