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아일리시가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트로피들을 장악했다. 여기에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 최초로 무대를 꾸미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제 62회 2020 그래미 어워드’가 열렸다.
올해 주요 부문 수상에서는 신인 가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Truth Hurts'로 빌보드 차트 7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리조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신인 아티스트 등 총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노미네이트 가수가 됐다. 'Bad Guy'(배드 가이)'로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빌리 아일리시는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트로피 휩쓴 빌리 아일리시
무엇보다 빌리 아일리시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뉴아티스트, 베스트 엔지니어까지 거머쥐며 괴물신인의 저력을 드러냈다.
빌리 아일리시는 ‘Bad Guy’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에게 감사하다. 친구 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 피니어스 오코넬 역시 “너무 감사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또다시 베스트 뉴 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두 개라니!”라며 “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여러분 모두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올해의 앨범을 받은 후 “아리아나 그란데가 받았어야 했는데”라고 영광을 돌리자 아리아나 그란데는 손키스로 화답했다.
2001년생인 빌리 아일리시는 어린 나이에 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다. 특유의 우울한 감성, 정형화되지 않은 음악으로 천재뮤지션으로 불리고 있다. 'Bad Guy'가 수록된 첫 정규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는 미국 빌보드 200 차트와 영국 UK 차트 정상을 동시에 휩쓸며 2019년에 큰 사랑을 받았다.
리조는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며 “예상하지 못했다. 미쳤다. 이번주 스트레스가 컸다. 이제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다”라며 “사람들이 기분좋아지는 음악을 만들어달라. 내가 이런 음악으로 활동하지 않았다면 친구를 만나지도 못할 것이다. 계속 차에서 잤을 것이다. 서로 북닫아주자”라고 밝혔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베스트 랩 앨범을 받자 어머니, 매니저와 무대에 올랐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나의 어머니, 매니저 감사하다. 씨앗에 물을 줬다. 나의 생각들을 믿어줘서 고맙다. 세번째로 나의 가족과 친구들, 나의 아이디어를 믿어주시는 분들 고맙다. 내 미친 생각들을 믿어준 팬들에게도 고맙다. 랩에서 인정받는 느낌을 못받았는데 여러분들이 인정해줬다. 퍼렐 윌리엄스에게도 감사하다. 퍼렐 윌리엄스가 나의 눈을 열어줬다”고 털어놨다.
#오프닝&코비 브라이언트 비보
오프닝은 2019년을 뒤흔든 리조가 열었다. 리조는 발레를 파격적으로 바꾸며 'Truth Hurts' 무대를 꾸몄다. 이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그래미 어워드’ 호스트를 맡은 가수 앨리샤 키스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그래미 어워드’를 앞두고 비보가 들려왔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적인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동승했던 그의 13살 딸도 참변을 당했다. 이번 헬기 사고로 코비 브라이언트를 포함해 모두 5명이 사망했다.
은색 스팽글 드레스를 입은 앨리샤 키스는 “오늘 너무 슬프다. LA, 미국, 전세계가 영웅을 잃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코비 브라이언트와 딸, 그리고 오늘 목숨을 잃은 모든 사람들이 저희의 영혼 속에, 기도 속에 있을 것이다”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죽음을 애도했다. 그러자 무대 위로 보이즈투맨이 올라왔고, 앨리샤 키스와 추모 노래를 불렀다.
#명품 무대
‘그래미 어워드’는 명성에 답게 화려한 무대의 연속이었다. 에어로스미스부터 빌리 아일리시, 아리아나 그란데, 데비 로바토, 블레이크 쉘턴, 그웬 스테파니, 카밀라 카베요, H.E.R, 조나스 브라더스, 로살리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어셔, YG, 존 레전드, DJ 칼리드 등 세계적 인기를 자랑하는 가수들이 공연을 선보였다.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뛰어난 패션센스를 뽐내면서, 독특한 무대를 만들었다. 카밀라 카메요는 아버지에게 무대를 바치며 묵직한 감동을 안겼다. 에어로스미스는 RUN DMC와 함께 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빌리 아일리시는 친오빠 피니어스 오코넬의 피아노 연주에 맞춰 ‘when the party's over’ 무대를 선사했다.
#방탄소년단
특히 방탄소년단도 '그래미 어워드’ 무대에 올라 폭발적인 관심을 얻었다. 지난해 시상자로서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에 참석한 방탄소년단은 올해 퍼포머로 초청받아 또 한 번의 한국 가수 최초 기록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디플로, 메이슨 램지, 빌리 레이 사이러스 등과 함께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를 주축으로 한 특별 무대인 '올드 타운 로드 올스타즈(Old Town Road All-Stars)'를 꾸몄다.
먼저 은색 의상을 입은 릴 나스 엑스가 홀로 나타나 분위기를 띄웠다. 다음으로 방탄소년단이 릴 나스 엑스와 ‘올드 타운 로드’를 불렀다. 방탄소년단과 릴 나스 엑스는 함께 안무를 선보이며 마치 한 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이어 회전되는 세트 속에 차례로 메이슨 램지, 빌리 레이 사이러스 등이 등장했고, 마지막에선 다같이 ‘올드 타운 로드’를 열창했다.
앞서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지난해 7월 공개된 릴 나스 엑스의 'Seoul Town Road (Old Town Road Remix)'에 피처링 래퍼로 참여했다. 당시 RM은 릴 나스 엑스 측의 제안으로 직접 영어 가사를 쓰고 불렀다.
이가운데 ‘그래미 어워드’는 방탄소년단 출연으로 시상식 홍보를 펼쳤으나, 정작 짧은 무대 분량이라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여유로운 무대매너로 현장을 장악해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이번 ‘그래미 어워드’에서 팝스타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 뒤, 테일러 스위프트 옆 자리에 앉았다.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던 방탄소년단은 올해도 팝스타들 속에서 존재감을 뽐내 카메라에 계속 포착됐다.
#닙시 허슬 애도
또한 ‘그래미 어워드’에선 닙시 허슬을 기리는 무대도 꾸몄다. ‘그래미 어워드’ 측은 "닙시 허슬은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끼쳤고, 그가 다음 세대에 남긴 유산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괴한의 총격에 살해된 닙시 허슬은 갱스터 랩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미국 내 흑인사회 갱생을 위해 노력한 래퍼다.
먼저 슈트를 입은 믹밀, 로디 리치는 감성 가득한 랩으로 닙시 허슬을 애도했다. 다음으로 존 레전드와 DJ칼리드, YG 등이 함게 ‘Higher’를 열창하며 무대를 압도했다. 마지막으로 DJ칼리드는 닙시 허슬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름을 함께 외치며 추모의 뜻을 표했다.
DJ칼리드는 닙시 허슬, 존 레전드가 참여한 ‘Higher’로 베스트 랩/송 부분을 수상했다. DJ칼리드는 “닙시 허슬과 힙합에 바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의 무대와 더불어 이번 ‘그래미 어워드’는 한층 변화가 돋보였다. 그동안 ‘그래미 어워드’는 ‘화이트 그래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바. 올해에는 흑인 뮤지션들의 활약과 수상이 두드러지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위상을 떨쳤음에도 불구하고 후보 누락, 짧은 무대 분량 등 다소 아쉬운 점은 남았다.
한편 올해 62회를 맞이한 '그래미 어워드’는 전미 레코드 예술 과학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최고 권위 시상식이다. 올해 역시 미국 CBS를 통해 방송됐으며, 한국에선 Mnet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다음은 ‘제 62회 2020 그래미 어워드’ 제너럴 필드 수상자 리스트
▲올해의 레코드-빌리 아일리시 Bad Guy’
▲올해의 노래-빌리 아일리시 ‘Bad Guy’
▲올해의 앨범-빌리 아일리시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베스트 뉴아티스트-빌리 아일리시
▲베스트 랩/송 퍼포먼스-DJ칼리드 ‘Higher’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 -리조 'Truth Hurts'
▲베스트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댄 앤 세이 ’Speechless’
▲베스트 코미디 앨범-데이브 샤펠
▲베스트 랩 앨범-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Ig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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