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의 시대가 다시 돌아올까.
홈런타자들에게 지난 시즌은 정말 힘겨운 시즌이었다. KBO가 2014년부터 시작된 극심한 타고투저를 해결하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계수, 크기 등을 조정했고, 이는 곧바로 장타의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8년 40홈런을 넘겼던 김재환(두산 베어스), 한동민, 로맥(이상 SK 와이번스), 로하스(KT 위즈)는 올해 30홈런도 기록하지 못했다. 박병호(키움 히어로즈)만이 33홈런으로 30홈런을 넘기고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리그 전체로 살펴보면 경기당홈런은 2.44개에서 1.41개로 1개 이상 감소했다. 전체 홈런수는 1756개에서 1014개로 42.3%가 줄었다. 리그 장타율 역시 0.450에서 0.385로 대폭 낮아졌다.
장타가 급격하게 줄면서 각 팀들은 다시 발야구를 대응책으로 꺼내들기 시작했다. 뛰는 야구가 돌아온 것이다. 타고투저가 시작되기 전인 2013년 경기당 도루시도는 2.90회 있었다. 하지만 2018년에는 1.86회로 도루시도가 크게 줄었다. 장타가 많이 나오는 환경이었던만큼 아웃카운트를 날릴 위험을 무릅쓰고 도루를 시도하는 횟수 자체가 줄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경기당 도루시도가 1.97회로 높아지면서 구단들의 자세도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지난해와 똑같은 공인구를 쓰는 KBO리그는 올 시즌에도 투고타저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들은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뛰는 야구를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타일러 살라디노(삼성 라이온즈), 테일러 모터(키움), 딕슨 마차도(롯데 자이언츠) 등 새로운 외국인 타자들 중 거포보다는 주루와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도 이러한 리그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뛰는 야구가 유행한다면 40도루, 50도루 도루왕이 부활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최근 2시즌 동안 KBO리그에는 40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2018년 도루 1위 박해민(삼성)이 36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지난 시즌 도루왕 박찬호(KIA 타이거즈, 39도루)는 도루 하나 차이로 40도루 달성에 실패했다.
KBO리그 역사상 40도루 타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지난 2시즌이 유이하다. 타고투저가 한창이었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도 김상수(삼성, 2014년 53도루), 박해민(2015년 60도루, 2016년 52도루, 2017년 40도루) 등이 40도루를 넘겼다.
올 시즌에는 40도루에 도전할만한 타자들이 많이 있다. 지난 시즌 도루왕 박찬호를 비롯해 박해민, 박민우(NC 다이노스), 김하성(키움), 정수빈(두산) 등이 후보다. 뛰는 야구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도루왕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40홈런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40홈런 타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홈런왕 경쟁만큼이나 치열한 도루왕 경쟁이 팬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