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하루 만에 자신의 말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아스날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2강 2차전 올림피아코스와 경기에서 정규시간과 연장까지 치른 끝에 1-2로 패배했다. 합계 스코어에서 2-2로 동률이지만 원정골에서 뒤져 탈락했다.
경기 종료 2분 전까지 아스날의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장 후반 8분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올림피아코스의 골망을 흔들었다. 남은 시간과 경기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아스날의 승리라고 봐도 무방한 상황.
하지만 아스날은 그 짧은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연장 후반 추가시간이 시작되기 직전 유수프 엘아라비가 아스날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수비진이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크로스를 받아 골을 기록했다.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에서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은 “해리 케인은 거의 30골을 넣고도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한 적이 없다”라며 토트넘을 디스하면서까지 팀의 주포 오바메양을 칭찬했다. ‘우승이 없으니 오바메양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반박이었다. 오바메양은 이날 득점까지 이번 시즌 31경기에서 총 20골을 터뜨렸다.
아르테타 감독은 “엄청나게 잘하는 선수들은 많지만 최고의 팀들이 많고 오직 한 팀만 우승을 할 수 있다”라며 “살면서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라며 교훈적인 말을 남겼다.
올림피아코스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현재 아르테타 감독은 자신이 뱉은 말을 후회할지 모른다. UEL에서 탈락한 상황에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UCL) 티켓 확보가 어려워졌다. UCL에 나가지 못하면 팀의 에이스인 오바메양까지 잃을 수 있다.
현재 아스날은 EPL 9위(승점 37)에 머물러 있다. 4위 첼시(승점 44)와 차이는 7점으로 큰 격차는 아니지만 남은 11경기에서 따라잡기엔 무리가 있다.
2021년 여름 아스날과 계약이 끝나는 오바메양은 재계약의 선제 조건으로 UCL 진출을 내걸었기에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다.
최근 아르테타 감독 부임 후 개선된 경기력과 맨체스터 시티에 대한 UCL 출전 정지 징계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영국 매체 ‘미러’는 지난 26일 “아스날이 오바메양과의 재계약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UEL 탈락은 결과적으로 다음 시즌 UCL 진출 가능성과 주득점원인 오바메양을 동시에 잃는 절망적인 상황을 초래했다. 남은 기간 아르테타 감독과 아스날이 리그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