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대관이 아내와 함께 과거의 실패를 딛고, 또 한 번 해 뜰 날을 기약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이하 '사람이 좋다')에는 트로트 가수 송대관이 출연했다.
송대관은 올해로 데뷔 54년 차 가수가 됐다. 그에게 1976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해뜰날'로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최고 가수상, 최고 인기 가요상, 10대 가수상을 싹쓸이하며 3관왕에 오른 것.
송대관은 "나도 드디어 해냈구나, 남의 손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노래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구나 싶었다"며 당시 벅찼던 감정을 전했다.
이후 송대관은 '네 박자'로 메가 히트를 치며 국민 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인생에서 쓰디 쓴 실패를 겪을 거라곤 생각도 못할 정도로 황금기가 계속됐다.
하지만 행복은 늘 함께일 수 없었다. 송대관은 지난 2013년 부동산 투자 실패로 분양 사기 혐의를 받고 피소됐고, 2015년 무혐의를 입증했으나 부와 명예 모두 잃은 후였다.
송대관은 "원래 이게(트로피) 하나만 있어도 평생 밥먹고 사는 데에 지장이 없다. 히트곡 하나 나오면 받는 거다. 이렇게 돈을 벌었는데 진짜는 어디로 날아가버리고 가짜 황금만 남았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어디 떠나버리고 싶고 사람도 기피하게 됐다. 내 인생의 기복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잘 나가다가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다시 정리하고 올라서려고 하면 한 10년 지나면 또 바닥으로 떨어지고"라고 밝혔다.
송대관은 주저앉지 않았다. 월셋방을 전전하면서도 착실히 빚 160억 원을 갚아갔다. 원동력은 팬들의 사랑이었다. 송대관은 "좌절하지 않고 또 도전하고 또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한다. 그런데 운은 좋다. 시작하면 히트곡이 나온다. 국민과 팬이 나를 그렇게 사랑해 주시고 지켜주신 거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련은 계속됐다. 송대관이 방송 정지가 풀리고 컴백을 앞둔 전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 송대관은 "오늘 밤만 자고 나면 우리 어머니가 아들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좋아하실까 기대를 했는데 전날 밤에 주무시다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참 기가 막힌다. 하루만 아니 몇 시간만 있어도 내 얼굴 당신이 보고 싶었던 가요무대를 볼 수 있는데 그걸 못 보고 떠났다. 이게 지금도 가슴이 터지고 원통하다"고 밝혔다.
송대관이 이토록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아내 이정심 씨의 존재였다. 송대관은 아내에게 특히나 고마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1980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뒤 향수병으로 고생할 때였다.
송대관은 "큰 슈퍼마켓까지 운영하다가 향수병에 걸렸다. 몸이 아픈데 어디 아픈 데가 없다고 한다. 진찰을 해도 결과가 안 나온다. 미국 의사가 향수병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방 하나 걸쳐 메고 그 많은 재산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정심 씨는 타국에서 연년생 두 아들을 기르면서, 홀로 생계와 교육을 감당해야만 했다. 송대관은 "아내가 없으면 송대관도 없다"며, 아내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고백했다.
이정심 씨는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로, 장래가 촉망되는 무용학도였다. 송대관의 적극적인 구애 끝애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됐다고. 송대관은 "장인 장모가 너무 애석해하셨다. 5살 때부터 무용을 시켰는데 그 결과와 꽃을 피울 때가 왔는데 결혼하고 아기를 갖게 되니까 처갓집에서는 혼비백산했다"고 말했다.
송대관의 곁을 든든히 지킨 이는 아내 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영원한 라이벌인 트로트 가수 태진아였다. 태진아는 위궤양 수술을 받은 송대관에게 위로금을 건넨 바 있다.
송대관은 "술을 좀 많이 마셨나보다. 위가 굉장히 아팠다. 위궤양이 너무 심해서 위를 수술했다"고 밝혔다. 이어 "태진아와 부인보다 보낸 시간이 많다. 생활을 같이 해왔고 또 한 번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 아내, 동료의 사랑에 힘 입은 송대관은 현재 신곡 녹음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가요계에서 얼마나 더 큰 이바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도 하나의 숙제고, 의욕도 충만하고 용기도 있고 좋은 무대에서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될 자신이 있다"며 "영원히 무대에서 살다가 영원히 무대에서 쓰러지는 그런 가수가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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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람이 좋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