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응원하는 이의 우승을 위해 밤 늦은 시간 투표를 했던 773만 1781명이 눈뜨고 코베였다. “유례없는 문자 투표 수가 단시간에 한꺼번에 몰려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773만 1781명은 마치 농락당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과연 투표 결과를 믿을 수 있겠냐는 의심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집중 관심을 받은 ‘미스터트롯’ 이야기다.
결승전이 펼쳐졌지만 우승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에서는 장민호, 김희재, 김호중, 정동원, 영탁, 이찬원, 임영웅 등 TOP7의 결승전 무대가 펼쳐졌다.
TOP7의 모든 공연이 끝난 뒤 50%가 반영되는 1,2라운드 마스터 총점 결과로는 이찬원이 1위, 임영웅이 2위, 영탁이 3위를 차지했다. 이후 대국민 응원 투표(20%) 합산 결과도 같은 순위였다.
30%가 반영되는 실시간 국민 투표만 남은 상황.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생겼다. 770만 표가 넘게 몰리면서 서버 문제가 생긴 것. 김성주는 “집계가 어렵다. 투명한 결과를 위해 최종 결과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며 “결과는 일주일 뒤인 19일 오후 10시 특집 ‘미스터트롯의 맛’ 토크 콘서트 시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성주는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에 부응해 드리지 못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며 “여기서 일단은 인사를 드리겠다”고 방송을 맺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모두가 주목한 결승전에서 ‘우승자’가 일주일 뒤에 발표되는 것. 지금까지 많은 경연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우승자가 일주일 뒤 공개되는 건 전례가 없다.
‘미스터트롯’은 방송되는 기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 5일 방송이 시청률 33.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매회 종편 예능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면서 화제를 몰고 다녔고, 결승전 역시 34.0%(1부), 35.7%(2부)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자랑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기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특히 “단시간에 투표가 한꺼번에 몰려”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투표가 방송 시간에 열렸고, 당연히 집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투표수가 변수였지만 이에 대한 준비도 했어야 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 측은 “초유의 사태”, “서버의 속도가 급격히 느려져”, “담당한 업체는 국내 유수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실시간 문자 투표를 담당했던 업체”, “폭발적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등의 말로 수습하려 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한 폭발적 반응이라는 것. 시청률, 화제성 등을 가장 ᄈᆞ르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방송사 입장에서 이런 반응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에 가깝다.
몇몇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투표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확하고 빠른 투표 집계와 투명성이 강조됐는데, ‘미스터트롯’은 집계라는 토끼를 놓쳤고, 투명성이라는 토끼마저 놓칠 위기다. “투명한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로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대책을 밝혔으나 시청자들이 얼마나 신뢰를 할지는 미지수다.
‘미스터트롯’ 측은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하는데 수 시간 혹은 수 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불가피하게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실시간 대국민 문자 투표 집계를 담당한 업체도 책임을 통감하고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집계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작진 역시 이 같은 돌발 상황을 완벽하게 대비하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결정은 ‘미스터트롯’에 보내주신 성원에 응답하기 위해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결과 발표를 위한 특단의 조처였음을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사상 초유의 사태’,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보내주신 성원에 응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등의 문구로 양해를 구하려 했지만 투표에 참여한 773만 1781명은 또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농락 당한 기분이다’, ‘실망이다’, ‘투표가 공정한 게 확실하냐’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분개하고 있다.
실시간 문자 투표에 임한 773만 1781명 뿐만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들이 이 상황을 보자고 지금까지 ‘미스터트롯’을 시청하고, 스타들을 응원했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