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옥 쇼'가 베일을 벗었다. 김창옥은 그간 자신의 경험담을 허심탄회하게 밝히며, 코로나19 속 더욱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17일 첫 방송된 tvN '김창옥 쇼'에서는 '미스터트롯' 김호중, 아나운서 김소영, 코미디언 정주리, 김재우, 뮤지컬 배우 홍지민, 배우 박은혜, 가수 슬리피, 모모랜드 주이가 패널로 출연한 가운데, 소통 전문가 김창옥이 강연을 펼쳤다.
이날 김창옥은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간 강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말하는 거다. 일상이 고맙다는 생각도 들고 어떻게 제가 살아왔나 생각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홍지민은 "잡혀있던 공연이 싹 다 취소됐다"며 "집에 있으니까 아이들을 볼 시간이 많아서 좋긴 한데 체력적으로 지친다"고 얘기했다. 박은혜는 "하루 한 끼를 학교에서 먹고 오는 게 굉장히 크다. 밥 세 번 하면 하루가 간다"고 덧붙였다.
정주리는 "요즘 사태를 겪으면서 독박육아를 하다 보니, 제 밑바닥을 봤다. 나의 최악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에 김창옥은 "결혼은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호중도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미스터트롯' 콘서트 일정을 연기했다. 그는 "콘서트 일정이 연기됐다. 얼마 전에 방송이 끝나긴 했지만 쉬는 것도 하나의 훈련이라고 하더라. 잘 쉬는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주이는 어머니가 김호중의 열혈 팬이라고 고백했다. 홍지민은 김호중에게 트로트 한 소절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호중은 '고맙소'를 열창했고, 화상 방청객들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됐다. 김창옥은 소통 전문가가 된 배경에 아버지와 소통 부재가 있다고 밝혔다. 김창옥은 "아버지가 청각 장애가 있으시다. 보통 가족 구성원은 그걸 공식적으로 얘기를 잘 안하고 숨긴다. 어머니가 공식적으로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우리 아버지가 다른 사람과 다르고 소리를 크게 내는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김창옥은 그간 강의를 쉬면서 고향 제주도에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도박을 일삼고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고향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그는 "집안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고향이 싫더라. 아버지하고 대화를 해본 적이 없다"며 "아빠가 와서 문제를 일으킬 거니까 어머니가 아버지가 오면 도망가라고 했다. '아버지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죄책감을 느꼈다"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김창옥의 마음 한 켠에는 아버지에 대한 짙은 그리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사라졌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유대감을 알지 못한 김창옥은 쌍둥이 아들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겪었다고. 그는 "자괴감이 계속 들더라. '좋은 아빠가 아니구나' 싶었다"며 "애들이 어린이집 가서 다른 애들을 때렸다더라. 상담 결과 아버지하고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선생님이 유치원에 오라고 하셨다"고 털어놨다.
이어 "쌍둥이 아들이 저한테 아빠라고 안 불렀다. 제 눈치를 보고 은혜 아빠라고 하더라. 제가 은혜를 너무 편애하니까. 그래서 '어색하더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들어갔다. 3개월 정도 하니까 애들이 바뀌더라. '김창옥 아빠'라고 불렀다. 그래서 연기를 3개월 또 했더니 아빠라고 했다"며 변화의 의지를 역설했다.
김창옥은 나이가 들어 무력해진 아버지를 용서했다. 그는 "아버지가 언젠가 자식들한테 미안하다고 하셔야 된다고 생각했다. 사과를 하시는데 기분이 좋은 게 아니라 폭군에 호랑이 같던 양반이 돈 얼마에 안중에 치지 않았던 막둥이 아들한테 돈 때문에 미안하다고 하셨다. 태어나 처음이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정기적인 계좌 이체가 상한 인간 관계를 회복하게 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안겼다.
김창옥은 한 달에 43번까지 강의를 했을 정도로 일에 몰두했다고. 그러던 중 김창옥은 남들에게 힐링을 선사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정신질환을 겪게 됐다. 이에 김창옥은 한 신부님을 소개받았고, '침묵을 배우라'는 조언을 따라 프랑스 수도원에 가게 됐다.
김창옥은 "(수도원에서 시간을 보낸 지) 일주일이 지나니까 고요해지더라. 살아온 게 쭉 보이더라. 말을 잘하고 싶었던 적이 없다. 노래를 잘하고 싶거나 연기를 잘하고 싶었다. '왜 내가 원하는 건 안 되지? 강연도 좀 잘 돼서 이걸로 살자' 그랬는데 왜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말도 못하고 난 여기 시골에 와서 뭘하고 있는 거지, 남들에겐 그럴 듯할지 모르겠지만 참 내 인생은 참 그렇네 싶더라"고 얘기했다.
이어 "소리 없는 소리가 말을 걸더라.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또 들리더라. 마음에 선명하게.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눈물이 막 나더라. 그리고 정신질환이 없어졌다"며 "여유를 찾아서 좋아진 거면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수도원이라는 좋은 콘텐츠가 생겨서 더 바빠졌다. 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김창옥은 정신과를 찾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그저 환자로만 대하는 무미건조한 의사의 반응이었다. 그때 제주도에 살고 있는 친구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다. 결국 마음을 연 김창옥은 제주도로 향했고, 현재 옹기 굽기, 해녀 되기 등의 버킷리스트를 실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창옥의 이야기를 듣던 정주리는 눈물을 쏟기도 했다. 정주리가 눈물을 흘린 포인트는 김창옥의 '이기적이어도 된다'라는 말이었다.
정주리는 "첫 아이를 낳기 전에 '빨리 올게'라고 말하고 왔다. 그런데 그 사이에 애를 둘을 낳았고 시간이 5년이 지났다. 다시 개그를 할 수 있을까 싶더라. 방송을 하긴 하지만 개그 무대가 너무 그립다. 잘했던 것 같은데. 분장이 너무 하고 싶다. 회의 하려면 4~5번 나가야 하는데 독박육아 중에 가능할까. 누가 나와 개그를 짜려고 할까"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 앞에서 안 우는데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이렇게 운다. 번호 좀 달라"고 덧붙여 천생 코미디언의 면모를 드러냈다.
끝으로 김창옥은 패널들과 화상 방청객들에게 '괜찮니? 괜찮아'라고 말하며 두 손으로 자신을 안고 다독여주는 것을 추천했다. 이어 김호중이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부르며 강연 1부의 끝을 마무리했다.
한편, '김창옥 쇼' 2부는 오는 24일 오후 8시에 방송된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김창옥 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