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문인가, 아니면 갑자기 달아오른 의혹을 진정시키기 위한 하차 발표문일까.
예비 신부 김유진 PD의 과거 ‘학폭’ 의혹에 대처하는 이원일 셰프의 편지글을 보면 사과하는 것인지, 아니면 해명하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의혹의 중심에 선 김 PD와 충분히 논의한 끝에 작성한 것일 텐데, 그녀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것인지 의도가 정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사과한다는 말을 했음에도 말이다.
보는 이들은 물론 당사자 A씨까지도 헷갈리게 만드는 문구는 ‘사실을 떠나’라는 부분이다.
청소년 시절 김 PD의 뉴질랜드 거주기는 당시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나 같은 학교였던 학생들이 아니고서야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그 시기, 해당 지역에 살았던 주민들도 소문으로 접해 들었을지언정 명백한 진위 확인은 시간이 오래 지난 데다 당사자가 아닌 탓에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 PD 본인이 직접 나서든 지금처럼 이 셰프가 하든,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기한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줘야 한다.
내막을 모르는 네티즌 및 일반 사람들은 팩트를 확인할 길이 없기에 소문이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고, 이 글로 인해 그간 쌓아온 이원일-김유진 예비 부부의 이미지에 오명을 입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폭로된 일이 진실이 아니라면, ‘사실무근’이라는 강력한 표현을 써서 잘못이 없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명확히 써야 한다. A씨가 적은 게 맞다면 ‘사실을 떠나’라는 표현은 써서는 안 됐다.
사전에 김 PD와 합의해서 썼을 이 셰프의 손편지는 폭력은 행사하지 않고 A씨와 다퉜던 것인데, 유명세 탓에 오해를 받았고 이로 인해 같이 출연하던 예능프로그램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에 자진해서 하차한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 글 또한 오해라면 그런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단어 사용에 신중했어야 한다.
김 PD의 시선에서 과거의 사건을 전해 들었을 이원일 셰프의 손편지는 악플에 호소하려는 수박 겉핥기식 사과로 느껴진다. “김유진 PD와 관련된 논란으로 불편함을 드리게 된 점 고개숙여 사과드린다”고 하면서도 “사실을 떠나 가슴 아픈 상처를 되새기게 되어 마음이 무겁습니다”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사실을 떠나라는 문장이 학폭은 저지른 적이 없다는 것인지, A씨가 적은 글에서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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