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의혹이 불거졌던 프리랜서 김유진 PD가 과거 자신의 폭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했다. 해당 피해자는 온라인 게시판인 오늘의 판에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게재했던 인물이다.
23일 오후 오늘의 게시판에는 ‘유명 셰프의 예비신부 집단폭행사건 공론화 후기’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전 해당 글쓴이는 이원일 셰프의 예비신부인 김유진 PD가 전날(22일) 오후 이 셰프의 SNS를 통해 사과글을 게재한 이후 18시간 가량 연락이 없었다고 또 한 차례 폭로했다.
일련의 사건이 기사화 되면서 오늘 중으로 김유진 PD의 사과 연락을 받았다는 글쓴이는 “어제 오후 1시쯤 가해자, 그의 예비신랑, 그리고 소속사의 ‘사실 여부를 떠난’ 사과문이 올라오고 제가 두 개의 추가글을 올린 후 오늘 오후 3시에 김유진 PD에게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유진 PD와 나눈 카톡 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글쓴이는 “김 PD의 동의를 얻었고 그에 내용을 이곳에 올립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카톡을 보면 김유진 PD는 “내가 사과문을 올리기 전에 먼저 네게 연락할 방법부터 찾는 게 우선적이었는데 생각이 짧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올린 사과글에서 ‘사실을 떠나’라고 적은 이유에 대해 “인정의 여부가 아니다”라며 “일단 사과가 가장 먼저 해야한다는 의미였다. 이걸로도 상처를 받았을 거 같아 너무 후회하고 있다. 네 입장부터 생각을 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유진 PD는 “네가 괜찮다면 직접적인 방법으로 사과하고 싶다.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해서 과거가 무마되지는 않지만 미안함을 전달하고 싶다”며 “강압적이라고 느낀다면 네가 날 마주할 수 있을 때까지 반성하고 기다리겠다”고 덧붙였다.
김 PD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라는 말은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해서 사용했던 건데 적절하지 못했던 거 같다. 그것도 사과한다. 너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 했다”고 피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피해자가 “사과를 가장 먼저 하셔야 한다는 분이 어떻게 저한테 먼저 연락하지 않고 사실 여부를 떠나라는 사과문을 먼저 공개할 수 있느냐”라고 묻자, “연락처를 알아 보려고 여러 사람에게 물었는데 SNS 연락처를 먼저 받게 됐다. 전화로 먼저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연락을 하지 못했다. 이것도 핑계라고 들리겠지만 정말 생각이 짧았다. 이것조차 널 최우선으로 생각 못한 걸 반성하고 있다. 정말 미안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김유진 PD는 “이 과정을 주의 깊게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도 너무 당황해서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다”며 “정말로 절대 일방적으로 압박을 주기 위해 쓴 사과문이 아니다. 미안하다고 말 밖에 못하는 내가 너무 죄스럽다”고 또 한 번 사과했다.
그동안 연락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가까운 사람들 중에 네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라며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OO한테 연락을 했다. 어제 내가 대화한 문자 캡처본을 보고 너랑 연락하는 줄 알았고 오늘 오전에 네 연락처를 물었다. 오늘이 오기 전에 SNS로 먼저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정말 내가 생각이 짧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폭력 피해자가 지난 3월, 이원일 셰프의 SNS에 DM을 보냈지만 이 셰프가 읽고도 답장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유진 PD는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까지 찾아봤지만 정말 DM이 없었다”며 “이상한 DM이 많이 와서 어느 순간부터 안 읽고 있더라. 혹시나 그 메시지를 못 봤을까봐 다시 봤는데 정말로 없었다”고 했다.
끝으로 김 PD는 “네가 8년 동안 괴로웠던 시간을 이 사과문 하나로 모두 용서받았다고 생각 안 한다”며 “무겁게 느끼고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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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