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친구들이 큰일 하나 했구나”
배우 박해수가 영화 ‘사냥의 시간’에 대한 넘치는 자부심을 뿜어냈다.
박해수는 24일 오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어려운 시국에 작품을 만들면서 관객들에게 보여지기까지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이 바뀔 텐데 작은 신호탄이 되지 않았을까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 많은 시청자들이 여러 번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제작 싸이더스)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물이다. ‘파수꾼’으로 호평 받은 윤성현 감독의 신작인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엄청난 호펴응ㄹ 받았다.
박해수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윤성현 감독과 너무 하고 싶었다. 훌륭한 ‘파수꾼’의 감독이지 않나. 감정이 훌륭했다. 대본을 봤을 때 일직선으로 달리더라. 캐릭터들이 연민에 차서 섬세하게 표현됐고 감정적으로 불쌍한데 죄책감을 가지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 캐릭터 한은 제가 봤을 때에도 무서웠다. 우주 공간처럼 미스터리한 매력이라서 끌렸다”고 말했다.
박해수가 연기한 한은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정체불명의 추격자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친구들 앞에 느닷없이 나타나 쉴 틈 없이 이들을 몰아붙인다. 준석(이제훈 분), 장호(안재홍 분), 기훈(최우식 분), 상수(박정민 분)를 쉴 틈 없이 쫓는 과정이 관객들에게는 극도의 긴장감과 전율로 다가온다.
박해수는 “총을 능숙하게 다루고 문신이 있고 벽에 걸린 장식품들로 봤을 때 한은 전쟁에 끝까지 참여한 전쟁특수반이라고 봤다. 그가 사냥감을 쫓는 이유가 있다. 평온함에 대한 두려움, 죽어있다는 두려움, 사냥감을 봤을 때 살아있다고 느끼는 인물이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압도적인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다”며 “전쟁 트라우마를 가진, 후유증이 있는 인물. 매일 누군가를 죽여서 살아남은 인물이 조용한 내 방에 있을 땐 살았는가 죽었는가 모를 일 아닌가. 만약 죽었다고 생각하면 살아야 하니 달라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해수는 이제훈, 최우식, 박정민, 안재홍을 끝까지 몰아세우며 극강의 공포감을 선사한다. 그는 “준석을 만났을 때 비명 지르며 죽었던 이들과 달리 동질감을 느꼈기에 도망쳐서 나랑 같이 놀아 달라는, 갖고 노는 본능적인 게임을 즐기는 한이다. 그 친구들은 범죄자이고 나는 인정 받은 재판관이라는 생각으로 내가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여했다. 저 친구들을 내가 재판하는 게 정당하다는 의미”라고 알렸다.
이제훈, 박정민, 안재홍, 최우식 네 동생 배우들은 충무로가 주목하는 젊은 피다. 박해수는 “네 배우들은 진심으로 저를 무서워했다. 리액션을 받으면서 저의 존재도 커졌다. 배우들 연기가 너무 대단하더라. 저보다 영화 선배들이라서 항상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그 모습이 없었다면 저의 존재도 발전되지 않았을 것 같다. 네 배우는 현장에서 그 인물 그대로였다. 다가가선 안 될 그 인물들이라 멀리서 보기에도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윤성현 감독에 관해서는 “상상속의 그림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그 안에서 배우들이 존재할 수 있게끔 끊임없이 노력하고 잡아낸다. 촬영 때엔 일부러 거리를 뒀는데 끝나고 형이라고 부르며 안기더라. 잘생겼고 재밌고 유쾌한데 모니터 앞에선 아주 집요하고 열정적인 에너지가 엄청난 감독이다. 멋있는 연출가이고 작가다. 너무 집요하다. 무서울 정도다. 많이 배웠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로 개봉 연기부터 넷플릭스로 공개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배급과 투자를 담당한 리틀빅픽쳐스가 극장 개봉을 미루고 시기를 고민한 끝에 넷플릭스 공개를 계획했는데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국내 업체 콘텐츠판다(배급사 NEW의 자회사) 측이 이에 반발하며 법적 분쟁까지 번질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박해수는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온전하게 친절하게 스토리텔링이 된 작품이기보다는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니까. 서스펜스 장르 특성상 몰입해서 봐야 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니까. 100% 관객을 만족시키기엔 어렵지만 N차 관람하기에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냥의 시간’은 보면서 순간 감정에 솔직한 영화다. 이유나 타당성을 찾기보다는 그 인물들의 삶과 쫓고 쫓기는 순간순간의 호흡을 느끼는 영화이길 바란다. 이런 기회가 더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좋은 배우들, 핫하게 멋진 배우들과 함께 했다는 것, 배우들과 감독과 함께 했다는 것. 영화의 힘이 기억됐으면 좋겠다. 이 젊은 친구들이 큰일 하나 했구나 멋있는 일 하나 했구나, 말하고 싶은 게 있었구나 이런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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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딜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