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제대로 살고 있습니까?”
‘인간수업’이 질문을 던진다. 작품 속 주인공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넘어, 어른들에게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에 있는 이들이 ‘인간수업’을 통해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를 가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렸다. 우리 사회의 나쁜 현실과 10대들의 어두운 이면을 예리하게 그리며 이 시대에 필요한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무법 변호사’,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과 신예 진한새 작가가 만난 ‘인간수업’.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이기에 쉽게 접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묵직한 울림과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28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간수업’ 제작발표회에서는 배우들과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궁금증에 대해 답했다.
김진민 감독은 ‘인간수업’에 대해 “고2라는 나이는, 인생에서 판단을 하고 책임을 지는 나이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저지르는 ‘일’은 선과 악이 불분명한데, 질문에 답이 정해졌다면 이 작품을 하지 않았을 거다. 다시 한번 그 모든 질문을 보시는 분들에게 던질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인간수업’이 다루는 주제는 최근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두운 범죄들과 닮아 있다. 윤신애 대표는 “두려울 정도로 놀랐다. n번방 사건 등에 대해 사회가 제대로 보고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인간수어빙’ 불편한 현실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제작자로서 이 사회 현실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책임감 있게 봐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신애 대표는 “10대들이 정말 하지 말아야 하는 선택을 하고, 파멸로 가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불편하지만 나쁜 현실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 이 캐릭터들은 현실에 있을 수 있다. 드라마 안에서는 극단적으로 몰아갔는데, 범죄를 선택하는 순간 얼마나 끔찍한 일이 기다리는지 보여준다. 주인공은 10대지만 어른들도 이를 보고 제대로 된 선택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간수업’은 이런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배우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오디션을 통해 진행된 것. 배우가 가진 이미지가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디션’을 거쳤다. 윤신애 대표는 “기존 배우들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우리 캐릭터의 선입견으로 작용할까봐 우려됐다. 대본에 있는 그대로 욕심내서 표현해보고자 해서 과감하게 오디션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오디션을 거쳐 선택된 배우는 김동희, 정다빈, 박주현, 남윤수다. 정다빈 등 아역배우를 거쳐 인상이 깊은 배우도 있지만 대부분 떠오르고 있는 신예 배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지수 역을 맡은 김동희는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김동희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신선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가님의 표현이 어렵게 다가왔지만 상상 속에서는 너무 생생하게 표현됐다. 한국 드라마 형식에서는 쉽게 만나지 못할 장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동희는 “지수라는 캐릭터를 알아가기 힘들겠다는 벽이 있었다. 지수가 극한의 상태로 갈 때 나 역시도 극한의 상태로 가려고 노력했다. 내가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긴장감, 부담감이 있어 현장에서 장난도 치지 못하고 즐기지 못했다.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지수를 잘 표현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영상을 보니 나같지 않다는 느낌도 크다”고 이야기했다.
아역배우부터 탄탄하게 연기 내공을 쌓으며 성장한, 올해로 데뷔 17년차 배우 정다빈은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캐릭터 ‘민희’ 역을 맡았다. 정다빈은 “기존에 해보지 않은 캐릭터라서 민희와 내 벽을 허무는데 가장 큰 노력이 필요했다. 조금은 나에 대한 틀을 깰 수 있었다. 책, 기사,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나와는 다른 삶의 벽을 허물고자 했다”고 말했다.
특히 김진민 감독은 정다빈이 있어 캐릭터 밸런스를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다빈은 “밸런스가 맞았다기보다는 나도 많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촬영하면서 신선했고, 내가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배움이 공존했다”고 덧붙였다.
박주현과 남윤수는 신예 배우지만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인간수업’을 통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박주현은 “첫 주연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시청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가장 먼저 했던 일이 규리를 이해하기 전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사회 문제, 현실에서의 사회 문제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어쩌면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사실적으로 꾸밈없이 이야기해서 이 이야기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시는 분들이 잘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윤수는 “개인적으로 부담감이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나와 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0대 이야기 다루는 작품을 그동안 했었는데, 기존과는 다르게 ‘인간수업’은 10대의 어두운 이면과 속마음을 잘 드러냈다”고 이야기했다.
이렇듯 10대의 어두운 이면과 속마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사회 문제를 꺼내 ‘인간수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윤신애 대표는 “누구나 잘못은 한다. 자잘한 선택에서의 잘못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범죄를 선택하면 누구나 처벌을 받고, 그 과정이 적나라하게 보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누구나 잘못은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잘못은 하지만 그 다음에 사람인지 아닌지가 정해진다. 잘못 이후 다음 선택이 스스로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냐를 정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나이가 책임을 피해가지 못하는 나이인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은 오는 29일 공개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