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기다려온 이제훈의 시간 #넷플릭스 #윤성현 #결말(인터뷰)[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4.28 14: 44

 그의 말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 준석을 설명하는 배우 이제훈(37)은 ‘사냥의 시간’이라는 영화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감독, 나머지 배우들에 대한 애정과 존경의 마음이 차고 넘쳤다.
이제훈은 이달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 제작 싸이더스, 배급 리틀빅픽처스)에서 희망이 없는 세계에서 방황하는 청년 준석을 연기했다. 
그는 절친한 장호(안재홍 분), 기훈(최우식 분), 상수(박정민 분)를 이끄는 팀의 리더로 달러털이를 계획하고 치밀한 시나리오를 세워 실천에 옮긴다. 성공한 듯 보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의문의 남자 한(박해수 분)이 나타나면서 위기에 빠진다. 준석과 친구들은 어려움을 딛고 원하던 유토피아로 도착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제공

이제훈은 28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이 연기한 준석에 대해 “유토피아를 꿈꾸며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지 않나. 저도 작품을 할 때 이게 마지막이고 보여줄 게 없을 정도로 쏟아내자는 생각을 하는데 윤성현 감독이 준석을 통해 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준석과 기훈, 장호, 상수는 일상에서 욕설을 자주 사용하는데 배우들의 실제 이미지와 달라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제가 거칠게 욕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닌데, 가끔씩 그런 모습을 윤성현 감독을 보여줬나?(웃음) 그런 캐릭터를 저를 두고 쓰셨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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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파수꾼’을 찍으면서 다양한 모습이 있었을 텐데 친절하고 다정한 부분도 있겠지만 화가 나거나 이 상황에 대한 부조리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거칠게 피력했던 모습을 준석이란 캐릭터에 투영시킨 거 같다. 준석을 읽을 때 이질감은 없었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 말이다”라고 자신의 성격과 비교했다.
이제훈과 윤성현 감독은 이번 영화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선보인 ‘파수꾼’이 관객 및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두 사람이 또 한 번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제훈은 이날 “'파수꾼'이란 작품을 통해 윤성현 감독과 만났고 인연이 돼 ‘사냥의 시간’으로 오기까지 형제처럼 지낸 사이다 보니 차기작을 얘기하는 것에 있어서 ‘당연히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했다. 같이 하게 되면 무엇이든 해서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윤성현 감독이 그린 ‘사냥의 시간’이라는 세계관을 빨리 그림을 통해서 보고 싶었다. 다른 작품보다 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성현 감독의 세 번째, 네 번째 작품을 빨리 봤으면 좋겠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개봉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좋은 시기에 공개하게 돼 좋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감독, 배우들과 관객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날도 꿈꿔 본다. 나중에 (윤성현 감독이)차기작에서 안 불러주면 섭섭할 거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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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냥의 시간’ 속 준석을 표현하기까지 녹록지 않았다. 한에게 쫓기는 모습을 그릴 때 내면에서부터 솟구치는 불안, 걱정, 우울 등 복합적인 감정을 그려야했기 때문.
이에 이제훈은 “학창시절 무서운 사람에게 끌려가 돈을 빼앗겼던 기억에 대한 무서움이 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냥을 당한다는 체험은 흔지 않지만, 그것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지점에서 정답이 없기에 한계로 몰아부치자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까지 공포감이 충분히 있지만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힘들었다. 감독도 몰아붙이고 안주하지 않으며 한계에 대한 시험을 계속했다”고 회상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지하주차장에서 한과 조우하는 것을 꼽았다. “아이들이 한이 어디 있는지 경계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너무나 추운 겨울이었고 장소는 지하주차장 지하 5층이었다”며 “(사람의 머리, 등)뒤에서 아지랑이가 일었는데, 몸에서 열을 내니까 증기가 올라온 거다. 그걸 보면서 신기했고 사람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이런 모습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파수꾼’ 기태, ‘사냥의 시간’ 준석을 통해 비교적 강렬하고 센 모습을 표현했다. 그간의 영화 및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얼굴이었다. 유달리 윤성현 감독의 영화에서만 보여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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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메인으로 보여주는 성격이 있는데 부분적인 요소마다 거친 모습은 있었을 거라고 본다. ‘파수꾼’에서 거칠고 센 이미지를 강렬하게 인식하다 보니 이런 모습을 메인으로 보여준 작품을 기대하셨을 텐데, 한편으론 윤성현 감독과의 ‘사냥의 시간’을 통해 마치 기태가 살아 있었다면 이 모습일까?, 라고 보여준 거 같기도 하다. 윤 감독이라서 (저의 그런 모습을)끄집어내서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거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있을 거다.(웃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파수꾼’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변함이 없었다. “‘파수꾼’은 2010년에 찍었다. 단편영화를 찍으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나간 시기였다. 장편영화의 주인공을 한다는 무게감,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시기에 윤성현 감독을 만날 수 있어서 앞으로 나가는 중요한 시기였다. (파수꾼은)저라는 배우의 초석을 다진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세,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모습은, 윤성현 감독을 보면서 연기하는 데 영향을 받았다”고 윤 감독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 속 결말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촬영 전후 스토리보드를 보고 대만에 가서 준석이 느끼는 상황을 현실적인 것에 빗대어 생각을 하게 됐다"며 “포기할 수도 있는데 좋아하는 것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한편으론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로서 (촬영 중이든 무엇이든)힘들게 괴롭게 하는 생각이 있는데 이거 아니면 안 되기에 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것에 최선을 다해 스스로 부끄러움이 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며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고 답했다.
러닝타임 134분. 넷플릭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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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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