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혜은이가 김동현과 이혼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29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가수 혜은이가 배우 김동현과 30년 만에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심경을 최초로 고백했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영원한 디바 혜은이는 지난해 10월 '마이웨이' 제작진과 만났다.
제작진은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일부러 다이어트를 하신 거냐?"고 물었고, 혜은이는 "8kg이 빠졌다. (다이어트) 그건 아니고 그냥 속상한 일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며 김동현과의 이혼을 언급했다.
혜은이는 바닷가 근처 작은 공연장에서 노래를 불렀고, 중간에 배우 신충식은 "혜은이 씨가 젊은 시절에 드라마를 같이 찍었는데, 그때 김동현 씨와 사귀었다. 그래서 내가 동현이한테 '네 주제에 어떻게 혜은이를 만나냐?' 했더니, '제 생애 꿈이 혜은이를 만나는 거예요' 그러더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혜은이와 김동현은 드라마를 통해 부부의 인연을 맺었지만, 결혼 생활은 평탄치 않았다.
혜은이는 "짧은 시간 안에 뭐라도 더 해봐야겠다는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끝낸 혜은이는 '남사친' 전영록을 만났고, 두 사람은 5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전영록은 "혜은이는 정말 신데렐라였다"며 "남자들도 좋아했지만 여자들이 더 좋아했다. 리사이틀이라는 것을 혜은이 씨가 맨마지막으로 썼었다"고 했다.
혜은이가 부른 '감수광'은 여전히 제주를 대표하는 노래로, 마음이 안식처 같은 곳이다.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 근처에는 감수광 노래비가 있었고, 혜은이의 프로필도 적혀 있었다.
혜은이는 "'당신은 모르실 거야'가 1975년에 발표됐고, '감수광'은 1978년에 발표했다. 벌써 또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고 했다.
두 곡은 모두 혜은이의 스승이자 데뷔시킨 작곡가 고(故) 길옥윤이 만든 것으로, 두 사람은 과거 무대 위에서 포옹을 나눴다가 희대의 스캔들과 루머에 휩싸였다. 이때 혜은이는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혜은이는 "연예계에서 유명한 가수가 되면 '이런 루머가 나오는 구나' 싶었다. 별의별 루머가 말도 못한다. '두 사람이 같이 산다. 결혼할 거다. 뭐 할 거다' 그랬다. 또, 우리 조카가 있는데, 그 조카가 내 아들이라고 소문났었다. 내가 마음 약한 사람이었으면 스캔들에 눌러 죽었을 거다. 사실 노래를 그만두려고 했는데, 내 마음대로 나 혼자만의 기분대로 할 수 없는 일도 있더라. 원래 제주도 여자들이 강하다. 그러니까 세상하고 싸우는 거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루머 어디 해봐라' 싶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혜은이는 사촌동생의 녹음실을 찾았고, 그의 사촌동생은 서울패밀리 보컬 김승미였다. 두 사람은 혜은이의 결혼 당시 힘들었던 삶을 얘기했다.
재혼 후 거듭된 김동현의 사업실패와 법정공방으로 빚의 올가미는 혜은이의 주변 사람들한테도 뻗어나갔다.
혜은이는 "그때 어려운 일이 있으니까 하다 하다가 재산으로 남은 것이 작은아버지 집밖에 없었다. 작은아버지께 '집 대출을 받아서 급한 불을 껐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이유를 묻지도 않고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되니?' 하시더라. 직접 본인이 가셔서 대출을 해주셨다. 대출을 갚고 집을 찾아 드려야 하는데, 결국 그 집을 못 찾아드리고 남의 집에서 세상을 뜨셨다. 마음의 짐이라고 할까. 마음의 빚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집을 찾는 것보다 승주(혜은이)가 잘돼야 하는데' 하셨다. 아직도 저렇게 고생을 하고, 언제 저 고생이 끝나겠나 너무 가슴 아파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나로 인해서 가슴앓이하던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줘야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혜은이는 "사람이 팔자타령을 한다. 운명을 비켜가는 사람이 있고, 맞서 싸우는 사람이 있는데 난 맞서서 싸워온 사람이다. '왜 내가 집안을 먹여 살려야 해? 난 싫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거야' 할 수도 있는데, 난 비켜간 게 아니라 맞서 싸워왔다"고 했다.
제작진은 "주변에서는 김동현 씨의 안부를 묻는다. 어떻게 얘기를 꺼내고 답을 해주나?"라고 물었고, 혜은이는 "잘 계신다고 얘기한다. 사실은 김동현 씨가 작년에 '참 많이 미안하다. 편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땠을까 싶다. 이제 편안히 한번 살아봐라 그러더라. 애들도 다 컸고, 애들한테도 알아듣게 얘기하고, 아빠가 엄마를 너무 많이 고생시켜서 미안하니까 엄마 좀 편안하게 자유롭게 살게 해주고 싶다, 너희가 엄마 아빠를 이해해줘라' 그랬다"며 이혼 사실을 털어놨다.
혜은이는 "이혼 후에 나 자신이 굉장히 힘들었다. 내 인생이 참담했다. '참담하다'라는 말을 이럴때 쓰는구나, 자괴감이 들었다. 좀 더 깊이 얘기하자면 나는 패배자같은 생각이 들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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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생다큐 마이웨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