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마무리로 사실상 낙점 받은 김원중(27)이 맞춤옷을 찾은 것일까.
김원중을 향한 구단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구단의 트랙맨 데이터 통계에 의하면 김원중의 패스트볼 회전수, 수직 무브먼트, 릴리스 포인트 등은 구단 내에서 최상위권에 속한다.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김원중의 데이터를 능가하는 투수들을 쉽게 찾기 힘들다. 김원중 스스로도 "저의 패스트볼 회전수는 구단 내에서도 최상위권이라고 하더라"며 구위만큼은 스스로도 자부하고 있었다.
선발 투수의 자질도 충분했고 기대감이 컸었다. 하지만 선수가 성장하지 못한 것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였을까. 김원중의 정체된 성장은 구단의 방향성 문제이기도 했다. 김원중의 이러한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자리가 선발 투수였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연결이 된다.

결국 지난해 후반기부터 김원중은 선발 투수가 아닌 불펜 투수로 전환해 시즌을 치렀다. 구원투수로 11경기 1승1패 1홀드 13탈삼진 평균자책점 2.45(14⅔이닝 4자책점)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후 성민규 단장이 부임하고 마무리캠프가 시작할 시점에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 전향을 제의 받았다.
스프링캠프 과정에서는 물론, 연습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시점까지 허문회 감독은 김원중의 마무리 보직을 못박지 않았다. 하지만 프런트의 방향성에 현장 역시 공감을 했다. 자체 청백전부터 타구단 교류전까지 김원중은 마지막 이닝에 등판하는 투수였다. 사실상 마무리 낙점이다.
지난 29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교류전은 김원중 스스로도 강조했던 자신의 강점, 그리고 구단의 기대가 담긴 새로운 방향성이 옳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김원중은 4-1로 앞선 9회말, 세이브 성립 요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등판했다. 선두타자 나성범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이후 3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했다. 비공식 경기에서 첫 세이브를 달성한 것.
이날 김원중은 15개의 공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만 13개나 구사했다. 김원중이 던진 포심의 분당 회전수(RPM)는 평균 2400회를 상회했다. 최고 2600회에 근접하는 RPM도 찍었다. 2019시즌 메이저리그의 포심 평균 RPM이 2287회였다. 메이저리그 평균을 뛰어넘는 RPM으로 마무리 투수 보직을 꿰찰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다.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는 김원중이다. 하지만 투수에게 최고의 무기인 패스트볼을 자신감있게 구사해 상대를 윽박질러야 하는 마무리 보직이 김원중에게는 어쩌면 뒤늦게 찾은 맞춤옷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물론 팀의 마무리 투수로 확실하게 안착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 어떤 위기 상황도 이겨낼 수 있다는 배짱도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구위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마무리 투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맞이한 스프링캠프에서 "신인 때는 마무리 보직이 멋있어 보였고 경기를 끝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쉽게 할 수 있는 보직은 아니라는 생각이다"며 마무리 보직에 대한 동경 그리고 어려움을 동시에 언급했다. 하지만 "새로운 보직이 주어진다면 가장 높은 곳을 보고 달려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보직에서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낸 바 있는 김원중이다.
이제는 자신감 넘치는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맞이하려는 마음가짐을 전했다. NC전이 끝나고 그는 “항상 3구 삼진을 잡는다는 생각으로 투구했다. 상대타자들이 내 공을 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갖고 던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