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왜 이토록 재밌는 걸까? [Oh!쎈 레터]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0.05.01 14: 43

  그야말로 신드롬이다. JTBC스튜디오의 오리지널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안방을 강타한 것. 지난 4월 25일 방송된 10회는 전국 기준 22.9%, 수도권 기준 25.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SKY 캐슬(수도권 24.6%)’을 넘어 역대 JTBC 드라마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는 비지상파 드라마 가운데 역대 최고 시청률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난 3월 27일 첫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선우 역의 김희애는 매회 스토리를 이끄는 압도적인 열연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젊은 여자와 외도했으면서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라고 외치던 이태오 역의 박해준은 ‘국민 욕 받이’가 됐다. 그의 외도 상대였던 여다경 역의 한소희는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으며 대세 배우로 떠올랐다. 채국희는 설명숙 캐릭터로 ‘국민 밉상’이 됐고 고예림 역의 박선영, 손제혁 역의 김영민도 위태로운 부부의 세계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부부의 세계’ 왜 이토록 재밌는 걸까?

김희애는 이 같은 질문에 “얼떨떨하다. 인기 비결? 저도 알고 싶다. 한 가지를 꼽기는 어려울 것 같다. 너무 여러 가지의 모든 것이 저희도 모르게 완벽하게 떨어진 것 같다. 원작부터 작가님이 쓴 것 그리고 모완일 감독의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 또 한 분 한 분이 딱 떨어지게 조직적으로 일을 해주신다. 배우들도 한 사람 한 사람 다들 방송 전부터 행복해 하고 촬영 끝나고 돌아가는 게 서운해서 더 찍고 가면 안 되냐고 하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답했다. 
박해준은 “많이 좋아해주시고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도 해주시는데 도대체 뭘 축하해주시는지 모르겠다 하하. 욕을 많이 먹는다. 항상 ‘한 대 쥐어박고 싶다’고 해주신다. 그럴 줄 알긴 알았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실 줄 몰랐다. 감사할 따름이다. 주변에서 많이 알아봐주신다. 저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반가워하시는지 모르겠더라. 어쨌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부담스럽기도 하고 고맙다”고 소감을 말했다. 
8할이 배우들의 연기 덕분이다. 연기 구멍 하나 없는 ‘연기 맛집’이 바로 ‘부부의 세계’다. 김희애의 압도적인 열연은 매회 흥행 가속도를 달리게 만들고 있다. 김희애의 에너지는 ‘부부의 세계’ 스토리를 관통하는 '치명적인 애증’과 ‘모성애’의 감정선을 폭발시킨다. 전자가 팽팽한 긴장감과 격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한다면, 후자에서는 안방극장을 처연한 애틋함으로 물들인다. 김희애의 절묘한 완급조절이 녹아든 연기는 극의 텐션을 뒤흔들고 있다
박해준이 ‘국민 욕 받이’가 된 이유도 그렇다. 이태오로 완벽하게 분한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분노가 치솟는 이유다. 한소희의 탁월한 심리 묘사와 채국희의 밉상 연기 또한 찬사를 받을 만하다. 김윤기 역의 이무생과 여병규 역의 이경영이 뿜어내는 미스터리한 마력 또한 인상적이다. 여기에 지선우-이태오 사이를 또 다른 파국으로 이끄는 박인규 역의 이학주와 민현서 역의 심은우 역시 대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텐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김희애는 “저희 촬영 현장이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더라. 박해준, 한소희, 최국희, 김영민까지 미운 사람 캐릭터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다 몸을 사리지 않는다. 그 역할에 빠져서 너무 존경스럽고 박수쳐드리고 싶다. 모두 악역인데도 너무나 사실감 있게 한다. 날거로 그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몸을 안 사린다. 동시에 어딘가 있을 법한 사람들"이라며 밉상 캐릭터조차 사실적으로 살리는 배우들에 대한 응원을 당부했다.
‘부부의 세계’는 BBC 최고의 화제작이자 수작으로 손꼽히는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한다. 이는 압도적인 시청률은 물론, 복수의 통쾌함을 넘어선 관계의 본질을 파고드는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과 함께 방영 내내 열띤 토론이 쏟아진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던 작품이다. ‘부부의 세계’가 원작을 뛰어넘는 웰메이드 리메이크작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데 연출을 맡은 모완일 감독 덕분이다. 사소한 의심에서 시작된 균열, 자신을 파괴할지라도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감정의 파고를 힘 있게 담아내면서도 관계의 본질도 집요하게 담아 시청자들의 폭풍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김희애는 "처음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볼 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장르도 있고 처음에 19금으로도 시작해서 온 가족이 보는 드라마가 아니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볼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남녀노소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거라고는 기대 못했다.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이렇게 큰 선물 주신 것 같아 큰 힘이 된다. 정말 뜻하지 않은 기적 같은 선물이라 생각된다. 여러분도 저희 드라마가 기적 같은 선물이 되길 바란다. 한 번쯤 인생에 대해 생각할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해준도 "이 드라마에 좋지 않은 영향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부부분들이 이 드라마를 같이 보면서 간단하게 맥주 한 캔 하며 서로에 대해 솔직한 얘기를 많이 나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위안을 삼는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걱정이다. 여기서 풀어놓은 모습들이 너무 많다. 다음에는 진짜 뭘 해야 할까 걱정인데 이게 끝이라고 생각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으니까 끝까지 이 작업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관심 가져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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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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