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기 보다는 다행인 것 같아요". 'SKY캐슬'부터 '에이틴' 시리즈에 '이태원클라쓰'까지. 출연작마다 화제를 모은 배우 김동희가 '인간수업'으로 돌아왔다. 담담하게 최선을 다하는 그의 열정이 벌써부터 '인간수업' 시즌2를 염원하게 만들고 있다.
김동희는 7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넷플릭스 새 드라마 '인간수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인터뷰는 코로나19 전파를 막고자 온라인 화상 채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화면 너머로도 김동희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전하기엔 충분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킹덤’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는 두 번째 한국 드라마로 국내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김동희는 '인간수업’에서 주인공 지수를 맡았다. 지수는 겉보기엔 학교에서 존재감은 없어도 품행이 단정하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학교 밖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청소년 조건만남을 알선하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범죄자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가 전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터. 이에 '인간수업'과 김동희가 연기하는 지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더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작품은 좋게 봤고,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고 운을 뗀 김동희는 "넷플릭스를 통해서 오리지널 시리즈에 참여한 게 저한테는 되게 의미있고 소중한 기회였던 것 같다. 작년 8월에 촬영 마치고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잘 만들어주셔서 저도 즐기면서 봤다"고 작품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서도 "칭찬해 약하다"며 멋쩍어했고, "이 작품이 나오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배우 데뷔하고 나서. 아직까지 낯설고 신기하다. 주변에서 다들 좋게 봐주셔서 아직까지 낯선 상태"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고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역할이라고는 하나, 적극적으로 성범죄에 가담한 캐릭터 설정이 결코 몰입하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배우를 꿈꾸면서 본 드라마 대본, 시나리오를 포함해서 이 작품이 저한테 센세이션하게 다가왔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 형식에서는 이런 화제를 다루는 게 어렵지 않았나 싶다. 그런 점에서 많이 끌렸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는 걸 감독님이 하셨는데 저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이에 지수를 연기하면서 지치는 상황이 많았단다. 그는 기억에 남는 씬으로 "가장 감정적으로 지수를 이해하기 힘들었던 민희(정다빈 분)한테 마지막에 무릎 꿇고 울면서 사과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는 "촬영하는 날 아침에 바스트 샷만 엄청나게 찍었다. 감정이 너무 이해가 안 가더라. 감독님하고도 많이 얘기하면서 제가 이해하기에는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감독님이 상황에 맡기라고 하셨다. '너라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지수로서 집중해라’라고 시간을 많이 주셨다. 그때 힘들게 찍었다. 풀샷도 울고, 바스트샷도 울고 열 몇 번을 에너지 100%로 펑펑 우니까 그 씬 끝나고는 힘이 하나도 안 나더라. 그 씬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지수라는 캐릭터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했다"고 선을 그었다. "지수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해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힌 적도 많았다"는 것. 그는 "드라마를 보시면 지수한테 이입이 될 때도 있고, 벗어날 때도 있는데 저는 지수한테 완전히 이입해서 드라마를 보면 찝찝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감정을 여러번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에 "그게 잘 전달된 것 같다. 관찰적인 시점에서 지수를 바라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동희 범죄 미화 우려에 대해서도 확실히 견지했다. 그는 "드라마를 보면 배역마다 이입했다 빠져나온다. 중간중간 이입을 막는 장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다. 제 친구들도 보고나서 '찝찝하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잘 전달됐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지수를 어떻게 봐줘야 할까. 김동희는 "관찰적인 시점에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보면서 과연 이 친구들이 이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할까? 얘네가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네? 얘네는 어떻게 되지? 그런 시점으로 쭉 가다보면 결말이다. 그래서 저는 지수는 용서하면 안 되는 캐릭터인데 지수한테 이입해서 불쌍해보이는 순간들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찝찝하다. 저는 처음 대본 보고 느낀 건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이 친구들을 바라보는 재미로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드라마를 볼 때마다 달라진다"며 멋쩍어 했다.
이처럼 힘든 캐릭터를 소화한 덕분일까. 김동희를 둘러싸고 '인간수업'을 통해 크게 성장했다는 호평이 잇따르고 있다. 데뷔작인 2018년 'SKY캐슬'부터 화제의 웹드라마 '에이틴' 시리즈에 최근 종영한 '이태원클라쓰'까지 교복 입은 모범생 위주의 캐릭터를 보여줬던 김동희다. 그런 그가 '인간수업'에서 다시 한번 교복을 입었음에도 전과 다른 색깔을 보여주고 있다는 호평이 쇄도하는 것.
김동희는 "너무 감사한 말씀"이라며 웃었다. 그는 "저는 제 모습이 낯선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정말 잘해서 잘 표현했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제가 저를 봤을 때는 부족한 모습밖에 안 보였다. 아직 더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며 겸손을 표현했다. 무엇보다 "잘했다는 생각보다는 다행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그는 "이번 작품에 제 능력으로 했다고 하기 조금 그런 것 같다. 물론 제가 표현하고 제가 느끼고, 그 순간에 연기를 한 것은 맞지만 거기까지 감독님이 잘 끌어주셔서 그게 크지 않나 싶다. 철저하게 제 머리 속에서 계산된 것으로 연기한 게 아니다. 그 상황에 몸을 던지고 본능적으로 계속 나오는 것들을 감독님과 잘 건져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김동희는 이번 작품에서 발견한 스스로의 새로운 표현과 얼굴에 대해 "처음 대본을 봤을 때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건 맞다. 작가님의 지문이 심오하고 어렵게 다가왔는데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작품을 보고 나니 '나한테도 저런 얼굴이 있구나’라고 저도 깜짝 놀랄 장면들이 많았다. 내가 아닌 모습, 나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얼굴을 처음 마주했던 것 같다. 저한텐 되게 뜻깊다. 앞으로도 여러가지 더 열어두고 자신감 있게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주연에 대한 부담도 있었는데 하다 보면서 어떻게 생각해 보면 지난 시간이라 즐겼던 것 같기도 하다. 힘들면서도 과정이 즐거웠다. 그때 순간에 현장에서 신기한 게 많았다. 제가 그 전보다는 제 롤이 커졌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도 조명, 카메라 구도까지 여러가지 신기한 게 많아서 그러면서 즐겼던 것 같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다졌다.
그는 "제가 입을 수 있을 때까지는 입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교복을 몇 작품 계속 입으니까 조금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없다. 할 수 있을 때 학생으로 할 수 있는 캐릭터를 다 만나보고 싶다. 지수 같은 캐릭터도 교복은 입었지만 없었던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캐릭터가 나온다면 선입견 없이 무조건 할 수 있을 때 다 하고 싶다"며 벌써부터 시즌2 염원이 나오는 '인간수업' 시즌2에 대해서도 "무조건 하고 싶다"고 웃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