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인간수업' 김진민 감독이 촬영 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접한 심경을 밝혔다.
김진민 감독은 7일 오후 국내 취재진과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온라인 화상 채팅으로 구성됐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드라마는 청소년 조건만남을 기본으로 한 사이버 성범죄를 소재로 삼고 있다. 이에 최근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진민 감독은 "드라마를 기획할 때 핸드폰이라는 필수품으로 사건들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이 있긴 했다. 그 이전에도 그러한 일이 일부 사회적으로 드러나 전혀 없는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희가 제작을 마치고 그보다 더한 일들이 있어왔다는 걸 알게 됐다"며 촬영 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접하고 참담했던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만들면서도 조심했는데 그런 것들을 미화하면 안 된다는 걸 염두에 두고 했다"며 "특히나 항상 피해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건을 다루다 보니까 왜곡된 시선을 전달하면 안 된다고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시작했다. 성매매 관련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논문도 읽고, 정해진 책도 읽었다. 나름 제 판단 기준이 정확한지 가늠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참고 자료에 대해 "책 제목이 생각 안 나는데 '쉼터' 이야기를 다룬 게 있었다. 가출 청소년들이 어떻게 가출을 하고, 가출을 하면서 이뤄지는 범죄로 빨려 들어가는 굴레에 대해 여성학, 문화인류학 하시는 분들이 현장에서 있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셨다. 그걸 엄혜정 촬영 감독님이 권해주셨다. 그 책을 읽고 민희 역을 한 정다빈 씨에게도 책을 건네줬다. 그 책이 제가 생각하던 사회적 편견보다 범위가 넓게 일어나고, 해결하려는 분들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김진민 감독은 "처음에 성매매 중개는 상상할 수 있던 일이 아니었다. 그 부분은 작가님이 생각한 세팅한 내용 위주로만 생각했다. 제가 바라본 건 성매매 쪽에 대해 잘 모르거나 왜곡되게 갖고 있는 시선을 교정하는 데 힘을 많이 썼다"며 "구글링, 다른 논문들의 초록을 보면서 참고했다. 형사사건이 실제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기사도 많이 찾아봤다. 그런 부분들에 관해서는 초기에 대본 받으면서 알고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청소년 범죄에서 어른의 역할에 대해 "이 작품에 나오는 어른들은 '책임을 다하고 있나?'라는 의문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거기 나오는 선생님, 경찰까지도 안 좋은 일에 신호등을 켜줄 수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 사회에 존재하고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다하고 있는데 그 부분이 드라마에 담긴 게 좋았다.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면에 이들에 대한 인생에 아름다운 순간일 수도 있고 잔혹한 순간일 수도 있다. 그런 신호를 누군가가 켜주고 있는 게 우리 인생에 존재한다는 신비함이 들었다. 어른들의 연기를 다룰 때는 그 부분이 찰나로라도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랐다. 따로 제가 연출로 요구할 수도 없고 그 부분들이 빠지지 않게 애 쓴 게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김진민 감독은 "공권력은, 한국에서는 적극적일 수 없는 부분도 있고 한국 사람들이 공권력이 적극적인 걸 싫어할 때도 있고 불편하면 책임론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 양면성이 다 보이는데 실제로는 많은 역할을 하신다고 본다. 한국처럼 다이나믹한 사회에서 이정도 안전망을 가져갈 때는 물밑에서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다. 놓치는 게 있을 텐데 그걸 줄여가는 게 그 분들의 일이다. 그렇지만 가장 많은 솔루션을 갖고 있는 것도 공권력이라 본다. 그런 점에서 작가님이 두 명의 경찰을 다 보여준 게 절묘한 수였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는 것들은 공권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생각"이라며 시사점을 남겼다.
'인간수업'은 지난달 29일 공개돼 시청를 만나고 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