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신예'가 나타났다. '인간수업'에서 열연한 배우 박주현을 향한 찬사다. 첫 주연 작품으로 호평을 거머쥔 그가 작품에 대해 입을 열었다.
박주현은 8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으로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온라인 화상 채팅으로 구성됐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지난달 29일 공개돼 넷플릭스 한국 인기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박주현은 주인공 중 한 명인 규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규리는 돈 많은 부모, 명석한 머리, 친구들의 선망, 선생님들의 총애까지 모든 걸 갖춘 '인싸'다. 하지만 부모에 의해 강요된 '완벽함'에 반발하여 지수의 '사업'에 손을 대려는 인물. 이에 박주현은 실감나는 연기로 '괴물 신예'라는 호평을 받는 중이다.
박주현은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제가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학교를 갔더니 반응이 뜨겁더라. 정말 감사드린다. 굉장히 많은 고민과 공부를 통해 만든 작품이라 뿌듯하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서 최선을 다한 건 맞지만 제가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는 데에는 감독님과 작가님, 좋은 캐릭터 그리고 많은 스태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다"라며 겸손을 표현했다. 그는 연이은 호평에 "정말 감사드린다. 부담도 함께 온다. 마냥 무섭다기 보다는 즐거운 부담감이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부담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오디션 과정도 치열했다. 박주현은 "오디션 기간은 3개월, 꽤 오랜 기간 오디션을 했다. 처음에는 무슨 작품인 줄도 모르고 정보도 없이 오디션을 봐서 될 거라는 느낌이 없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오디션 보는 와중에 굉장히 많은 요구를 하셨다. 저한테 조금 관심이 있으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규리를 맡을 줄 몰랐고, 처음에 들었을 때도 놀랐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규리는 감독님도 어려워했다. 정의하기 힘들었다"고. 숨기는 모습이 많고 본 모습을 글로만 읽었을 때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단다. 이에 박주현은 "작가님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중심을 잡아갔다. 그래도 규리가 아직은 어린 청소년이라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감정도 표현해야 하고, 머리가 굉장히 좋고, 그래서 감정 컨트롤 능력도 또래보다 월등히 좋고, 어떻게 조금씩 섬세하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쉽게 볼 수 없는 '여성 캐릭터' 규리의 매력에 대해서도 "많은 작품에서 여성이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사건을 이끌어가는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이 작품을 만났을 때 행복하고 감사하고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다루는 소재 중심에 선 인물도 여성이다. 제작사 대표님도 여성 분이고, 촬영 감독님도 일부러 여성 분과 팀이 꾸려졌다. 굉장히 어른이시지만 같은 여자로서 대화를 많이 하고 그 분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주현은 캐릭터 특성상 욕설이 많은 데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그는 "대사 하나하나보다 인물의 상황, 심리에 집중했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대사를 하니까 대사가 차져지더라"라며 웃었다.
'인간수업'이 사회 문제를 다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한 터. 박주현은 "물론 주변 반응은 좋다. 많이 좋아해주신다. 제 지인 중에서 저 때문에 봤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작품이라 좋았다는 말이 감사했다. 민감한 소재다 보니 임할 때 범죄자로서 연기해야 하는 부분이라 우선은 인물에 대해 이해하기 이전에 이 드라마에서 다루는 사회 문제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기사, 책도 많이 보고 실제 사례를 영화화한 영화도 보고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 학창시절에 청소년 범죄가 많았다. 실제로 눈 앞에서 본 적도 있고 겪은 친구도 있다.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성범죄 같은 경우엔 들어만 봤다.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 대본을 처음 봤을 땐 작가님이 쓰신 섬세한 글에서 대본이 정말 날 것이고 미화 없는 현실 그대로의 작품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연기할 때 현실적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남동생 둘이 있어서 그런지 가슴이 많이 아팠다. 실제로 기사들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더라. 그런데 많이 묻히기도 하고, 실제로 법적인 대가를 안 받거나 혹은 덜 받고 넘어가는 문제도 많아서 이 작품을 하면서 이 작품을 통해 불편하겠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지 않나 생각했다. 한 번쯤은 모두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그는 현실에서 어른의 책임에 대해 "사실은 범죄를 저지른 학생이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책임을 지기에 한없이 작은 존재라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가 만약 규리 같은 친구들을 본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의 무게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 어른들이 '하지 마’라고 한다고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가슴에 상처가 생기고 흉이 되는 과정에서 천천히 다가갈 것 같다. 관심을 가져주는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박주현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처럼 미성년자들이 연루된 사이버 성범죄를 접한 심경에 대해 한숨을 쉬었다. 박주현은 "그 전에 일어난 사건들을 많이 찾아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한번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건 가해자들은 제가 비록 규리를 연기했다고 하더라도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고, "엄격하게 받아야 한다. 너무 놀라고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가슴이 많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첫 방송 전에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범죄 전문가, 청소년 전문가 등 여러 교수님과 강의를 들었다. 저희가 다루는 소재가 불편한 건 인정하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모른 척하고, 회피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컸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불편해하는 것 같다. 어쩌면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태연하게 자주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한 관심을 어른들이 가졌으면 좋겠다. 이 작품을 통해 내가 이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내가 생각하는 내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컸으면 좋겠는지 다 다를 거다. 청소년이 스스로에 책임지기에는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어른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다가가줘야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본 어른들이 조금 더 자기 자신을 생각해보고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는 게 가장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괴물 신예'를 통해 사회 문제를 통렬하게 선보이며 충격을 자아내고 있는 '인간수업'을 두고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요청이 쇄도하는 가운데, 박주현은 다만 "추후 시즌2가 된다면,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이들에게 과연 '개과천선’이 있을까 여부인 것 같다. 저는 쉽지 않다고 본다. 청소년이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강을 건넜다. 너무 많은 사람을 아프게 했기 때문에 행복과 점점 멀어지는 그들이 그려졌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끝으로 박주현은 "'인간수업’은 제게 처음으로 세상에 인사를 드린 주연으로서 첫 작품이기도 하지만, 제목 그대로 저한테 너무 많은 수업이 됐다. 연기적으로도 굉장히 베테랑인 김진민 감독님과 그에 비해 신인인 제가 대화를 하면서 연기적으로도 굉장히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회 일원으로서 어른으로도 성장을 많이 한 것 같다. 저한테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어떤 캐릭터, 어떤 작품을 만나던 그 걸 매력있게 만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 믿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시원하게 걸크러쉬, 언니 같은 역할 하고 싶고 액션, 장르물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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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