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동안 '싱글벙글쇼'를 이끌어온 강석과 김혜영이 아쉬움 속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10일 오후 생방송된 MBC 라디오 표준FM '싱글벙글쇼'에서는 강석과 김혜영의 마지막 방송이 그려졌다.
'싱글벙글쇼'는 1973년부터 방송된 시사 풍자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47년 동안 명맥을 이어와 국내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자, '원조'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사랑받고 있는 프로그램. 최근 봄 개편을 맞아 무려 36년, 33년 동안 '싱글벙글쇼'를 진행한 DJ 강석, 김혜영이 마이크를 내려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청취자들의 아쉬움이 이어졌던 바.
강석은 1984년부터, 김혜영은 1987년부터 진행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앞선 DJ 허참, 송해, 박일, 송도순 등의 뒤를 이어 30여 년이 넘도록 '싱글벙글쇼'를 지켰다. 이에 강석은 2005년, 김혜영은 2007년에 MBC 라디오국에서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선사하는 골든마우스상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은 오프닝에서 마지막 스케이팅을 앞둔 선수의 이야기를 전하며 "내일은 없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혜영은 "저희도 오늘 그런 마음이다. 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순간순간 가슴이 철렁철렁하고 손과 발에 땀이 나더라"고 말했다. 이어 강석은 "오늘이 있기까지 지나온 시간들은 잠시 잊고 오늘 이 방송, 이 시간만 생각하겠다. 그것이 저희의 본분이다. 지난 33년, 36년과 똑같이 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울지말고 웃으며 헤어지자", "언제 어디가됐든 다시 만나길"이라는 청취자들의 사연에 김혜영은 "웃으려고 어제 밤부터 연습했다.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았다. 새삼스럽게 다시 알았다. 우리가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였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방송은 특별하게 가든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강석은 "카메라가 몇 대인지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현장에서 많이 봐주고 있다. 조금 일찍 와주셨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는 두 사람의 마지막 방송을 위해 노사연, 현숙, 유현상, 조영구 pd, 초대 작가 등 여러 손님들이 찾아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쌓아왔던 추억을 나눴다. 노사연은 "저는 나오고 싶지 않았다. 너무 그 세월을 알아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하는데 계속 바뀌니까. 같이 했던 추억 때문에 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현숙은 "항상 제가 지켜봤다. 두 사람이 여행한 번 제대로 못가고 방송했는데 그동안 수고 많이 했고 고생 많이 했다"고 전했고, 유현상은 "저는 확인하고 싶었다. 두 분이 진행하는 모습, 목소리가 진짜 마지막인지 확인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23년 동안 원고를 쓴 박경덕 작가는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 이제 그 시간이 온건가 싶고 허탈했다. 이제 좀 쉬시겠구나 싶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자기 삶이 없었다. 싱글벙글쇼가 제일 먼저였다. 정말 지금까지 잘 버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혜영은 "어떤 면에서는 미련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분들은 다 휴가를 간다. 그런데 저희는 휴가를 간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거다"라고 당시를 회상했고, 강석은 "싱글벙글쇼는 그냥 꽁트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사 풍자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자리를 비우면 안된다. 그런데 며칠 자리를 비우면 항상 큰 일이 터진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MBC 라디오에 가장 돈을 많이 벌어다 준 진행자였다는 두 사람은 그간 출연료에 대해서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고, 선곡이나 구성에 대해 태클 건 적도 없었다고. MBC 사장에게 격려금을 받았다며 "그냥 싱글벙글이 좋았다. 더이상 뭘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자체가 고마웠다. 다른 분들은 길면 10년인데, 긴 시간 우리가 놀 수 있게 자리를 펼쳐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혜영은 "항상 그날이 오겠지 그날이 올거야 그날이 오면이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런데 오늘이 그날이 됐다. 청취자 여러분과 이별을 고하는 그날. 머리로는 담담하려고 하는데 가슴이 저를 울보로 만들더라. 스물 여섯살 되던 해에 시작해서 어느덧 세월이 지나 쉰 아홉이 됐다. 33년이라는 긴 세월이 짧게만 느껴지는 건 여러분과 함께 했던 시간이 행복해서인 것 같다. 제가 생각해도 행운아 중에 행운아가 아닌가 싶다. 긴 시간동안 마음껏 놀아보라고 해주신 MBC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힘들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 엄마처럼 언니처럼 저를 웃게 만들고 늘 보듬어주셔서 제가 용기를 내보기도 했다. 코로나 잘 이겨내시고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을 선물로 가져가려한다. 긴 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강석 역시 "신 앞에 나중에 죽어서 가면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너의 삶은 행복했느냐, 너는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느냐. 저는 싱글벙글쇼를 하면서 행복했고 이걸 듣는 청취자들이 행복하셨을거라 생각해서 위안을 받는다. 마지막 방송까지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드리고 구박 받으면서도 옆에 있어준 김혜영 씨에게 감사드린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는 퇴근하겠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 싱글벙글 쇼는 영원히 청취자 분들 곁에 있을 거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한편 '싱글벙글쇼'는 매일 오후 12시 20분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된다. 11일부터 후임 배기성이 진행을 맡는다. /mk3244@osen.co.kr
[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