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5.5점"..'인간수업' 정다빈, 성인 첫 주연작에 임한 자세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5.11 13: 32

'아이스크림 소녀'가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돌아왔다. '인간수업'에서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주연을 소화한 배우 정다빈이 직접 소회를 털어놨다.
정다빈은 11일 오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과 관련해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화상 채팅으로 진행됐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지난달 29일 공개돼 '킹덤' 시리즈를 잇는 넷플릭스의 두 번째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다. 

정다빈은 이번 작품에서 지수(김동희 분), 규리(박주현 분), 기태(남윤수 분)와 함께 주연 4인방 중 한 명인 민희 역으로 열연했다. 민희는 화려한 외모에 잘 나가는 남자 친구 기태까지 친구들의 관심 그 무엇도 포기할 수 없는 일진이다. 그는 돈 없이 지금의 자리도, 관심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틀린 답'을 선택한다. 
2003년 아이스크림 광고를 통해 데뷔한 정다빈. 그는 최근까지 '아이스크림 소녀'로 불리며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앳된 외모와 귀여운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인간수업'에서 그는 반항기 어리고 거침없는 일진 소녀 민희를 맡아 '틀린 답'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청소년을 연기한다. 디스토피아마저 연상케 하는 작품 안에서 그는 '아역배우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성인이 된 후 처음 주연을 맡은 작품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와 관련 정다빈은 "성인이 되고 첫 작품이고 첫 주연인 만큼 부담감도 컸고 어렵게 선택했다. 처음 대본을 받고 나서 조금은 많이 당황스럽기도 했고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제가 이 작품을 성인이 되고 만나서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담감도 확실히 있었지만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문제를 방송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고 출연계기를 밝혔다. 
이어 "주인공 4명이 모두 오디션으로 발탁됐다. 처음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역할, 무슨 내용인지도 말씀을 안 해주셨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하다가 대본을 받고 제가 성인이 된 지 2개월밖에 안 됐을 때 대본을 접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무섭기도 했다. 그런데 대본을 보고 몇번을 더 읽고 나서야 이 대본에서 혹은 이 내용에서 전달하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하지만 '인간수업’이 현실 문제에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꼭 하고 싶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기 호평에 대해 "일단 너무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다만 "걱정이 더 컸다"고 고백하며 "지금도 여전히 걱정을 하고 있다.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정다빈은 "호평이라기 보다는 감독님, 선배 배우님들, 동료 배우님들이 진심으로 하려고 했고 현실적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내 주변 혹은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던 일이고 그래서 쉽지 않고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대본 리딩도 더 많이 하고 감독님이나 다른 언니, 오빠들과 소통하면서 벽을 허물어 갔다"고 했다. 
그는 "제가 이걸 준비하면서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큐멘터리도 많이 찾아보고 감독님이 선물로 주신 책을 촬영감독님과 읽어보고 토론도 했다. 아직까지도 불안하고, 호평을 듣는다고 해서 감사하지만 즐기고 있진 않은 것 같다"고 겸손을 표했다. 
특히 그는 "미화하지 말고 옹호하지 말자고 계속 생각했다. 그래서 이 아이가 불쌍하거나 연민이 들지 않게 더 세게 하려고 했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도 많이 울고 촬영하면서도 많이 울었다. 그 때마다 감독님이 '울어도 되지만 여기서 울면 안 돼. 감정을 추스르고 해보자’고 해주셔서 많이 도움이 됐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는 제작사 대표님도 여자 분이시고 촬영감독님도 여자 분이시고 김여진 선배님도 나오셔서 많이 의지했다. 모든 분들이 열린 마음으로 저희를 기다려주셔서 '온전히 촬영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희와 저는 정말 다른 인물이라 말투부터 고쳤다. 오디션 때 욕만 써진 대본을 받고 '내 게 아닌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믿고 맡겨주셔서 촬영 전에는 친구들한테 배우기도 배우고 하루 종일 욕을 했다. 애드리브도 시도하고 저도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나를 내려놓자’고 생각했다. 기존 정다빈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촬영 기간 동안에는 민희로 살아보자고 했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해주셨고 작가님도 '새로 다시 태어나보는 건 어때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고백했다.
연기 변신에 정다빈의 부모는 물론 주위 사람들도 크게 놀랐다. 그는 "부모님을 설득하진 않았다. 부모님도 대본을 보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으셨다. 그리고 저 말고 동생도 있어서 '현실에서 이런 게 있어?'라고 되물어보셨다. 그리고 '너 할 수 있겠어?'라는 말을 많이 하셨다. 다른 작품보다 더 많이 신경 써주시고 많이 안아주셨다"고 했다. 그는 "주위에서 '너 원래 이런 성격인데 숨긴 거 아니야?'라는 말씀을 많이 해줬다. 여러가지 시선으로 많이 봐주셨다. 지금은 그래도 내가 잘 표현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조금 제 자신을 칭찬하고 있다. 보는 분들마다 저를 많이 안아주시더라. 고생하고 힘들지 않았냐고. 그런 게 힘이 됐다"고 말했다. 
민희는 극 중 미성년자임에도 성매매를 선택한다. 이에 정다빈은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상황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래서 장면마다 감독님, 스태프 분들, 선배님들이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고 많이 기다려주셨다"고 했다. 그는 "저도 민희를 연기하면서 절대 미화시키지 말자, 사람들한테 옹호받게 만들지 말자는 마음이 있었다. '얘가 이런 일을 하니까 어떤 마음일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색안경을 끼고 보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영화는 '박화영’이라는 작품을 많이 봤다. 저희 드라마랑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굉장히 많더라. 단편영화, 독립영화가 굉장히 많았다. 이런 주제로 한 작품이. 감독님과 촬영감독님이 주신 책은 '조금 다른 아이들' 같은 책이었는데 정말 사실적으로 담겨있다. 그런 게 조금 도움이 됐다. 처음엔 영화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는데 '과연 이게 맞는 걸까?'라고 생각했다. 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랑 인터뷰를 들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것들을 많이 찾아보고 '이 사람들 감정은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나였다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민희는 이 상황에서 어땠을까?'라고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범죄를 간접 체험하며 가장 무섭게 느낀 점에 대해 정다빈은 "저희 드라마엔 10대 성매매만 나오는 게 아니라 학교 폭력도 나오고, 10대들에게만 일어나는 문제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못 보는데 (어른들이) 10대의 경각심을 일깨워줬으면 좋겠다. 청소년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대 성매매를 핵심적으로 보긴 했다. 요즘 ’N번방 사건’이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정말 경악했다. 저희 드라마는 1년 전에 찍어서 지금 나온 건데 'N번방’이 지금 이 시기에 터져서 그런 것으로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인간수업’을 통해서 지금 사건이 조금 가라앉은 느낌인 것 같다. ’N번방' 시청자 25만 명 중에 그 중에서 50명만 잡힌 것 같은데 '인간수업’이 발화점이 돼서 다들 '어떻게 해결해나갈까'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다빈은 "저는 대본도 봤고, 후시녹음을 하면서 편집된 것도 봤는데 드라마를 보고 굉장히 놀랐다. 대본을 봤을 때보다 더 찝찝하고 답답했다. 지금까지 총 4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더라.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범죄를 저지르는 모든 사람들이  죄를 지었을 때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게 핵심이었던 것 같다. 선택의 기로에 서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게 실수일 수도 있고, 혹은 무언가 무마시키려는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청자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중요하게 봤다. 보고 나서 지인들에게 굉장히 많은 피드백을 물어보기도 하고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에 대입해서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모든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다. 항상 사람이 실수를 하는데 실수를 인지했을 때 거기서 끝내느냐, 아니면 더 나아가느냐가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친구들은 실수인 줄 알고 자기 잘못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아가면서 자기 잘못을 점점 더 불렸다. 그런 실수들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하는지 또 사람들의 이중성을 알게 해준 것 같다. 여러가지를 일깨워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정다빈은 자신을 지금까지 있게 한 '아이스크림 소녀’라는 수식어에 대해 "그때 모습은 귀여운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이어 "그렇게라도 저를 기억해주시는 게 감사하고 좋다. 어쨌든 성인이 되고 연기자로서 계속 나아갈 거니까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리면서 보시는 분들께 '인간수업’의 민희처럼 기억에 남고 싶다. 그 수식어가 전혀 기분이 나쁘진 않다. 오히려 그거로 알아봐주시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는 제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이 되고 첫 작품이기 때문에 정말 부담감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그만큼 제가 이 작품을 통해서 다른 분들한테 다른 걸 남길 수 있고, '인간수업’이 제 필모그래피에 들어가는 게 뿌듯했다. 모든 사람들한테 기억에 남길 바라는 이미지는 '다양한 색을 갖고 있는 배우’다. 그런 생각이 들게끔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차기작은 더 신중하고 열심히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인간수업’으로 성인으로서 연기에 많이 관심가져주신 만큼 저도 보답해야 하는 것 같다. 그만큼 더 신중하게 고민 중이다"라며 "'인간수업’에서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5점 정도인 것 같다. 저는 네 번을 보면서 '아직 정말 부족한 게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1년 전을 생각하고 그때의 정다빈을 생각하면 푹 빠져서 열심히 했다. 그때였기 때문에 저렇게 나온 것 같다. 혹여나 시즌2가 나온다면 더 열심히 내 한몸 바쳐서 해도 되겠다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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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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