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자를 끼고 호텔을 제집 드나들 듯한 것도 모자라, 친구 아내인 앞집 여자랑 하룻밤을 보냈다. 이후 호되게 당하고 정신을 차렸나 했다. 그러나 웬걸,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새파랗게 젊은 서빙 알바에게 놀아났다.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였다. 결국 아내는 남편을 재활용하는 대신 버리기로 결심했다. JTBC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의 고예림(박선영), 손제혁(김영민)의 이야기다.
적당히 맞는 집안의 자식들은 사랑 없이 결혼해 표면적인 부부 관계를 이어왔다. 그들에게 결혼은 사회가 강요하는, 보편적인 삶에 편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고예림은 그저 손제혁의 좋은 아내가 되고 싶었다. 그의 계속되는 외도를 눈감아줬고,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언행도 견뎌냈다. 사실 남편의 사랑을 원했지만 포기한 지 오래였다.
부부 사이의 사랑이 그토록 힘든 일이라면 아이라도 갖길 바랐다. 하지만 손제혁은 조금의 곁도 내주지 않았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알게 모르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지선우(김희애)와 동침했다.
이후 2년이 흘렀다. 그간 손제혁은 일말의 양심으로 고예림에 대한 애정을 연기했다. 고예림은 자신의 상처를 가슴 깊이 묻었다. 타인의 시선 속 두 사람은 이보다 완벽할 수 없었다.
마침내 손제혁은 고예림과 아이를 갖기로 결심했다. 고예림은 설움과 감격이 뒤섞인 눈물을 한바탕 쏟았다. 고예림의 황량하던 마음속엔 어느덧 기대와 희망이 피어났다.
하지만 고예림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난임 검사날, 손제혁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것. 상처받을 여력도 없는 고예림은 손제혁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손제혁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고예림이 딱히 어디에 있든 관심 없지만, 항상 자신의 옆에 있을 것이라 믿었던 손제혁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고예림은 너무나도 차갑게 돌아섰다. 그제야 손제혁은 고예림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존재였는지 깨달았다.
손제혁의 태도는 급변했다. 그는 고예림에게 어설프게 집적대며 주변을 맴돌았다. 고예림은 자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손제혁의 모습에 흔들렸다. 지선우와 이태오(박해준)의 도돌이표에 거듭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던 그 역시 별수 없었다. 허울뿐인 부부의 연이었지만, 그렇게라도 함께한 정은 생각보다 두터웠다.
고예림은 손제혁의 진심 어린 애정 공세를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 특히 "우리는 결혼도 해보고 이혼도 해봤지만, 연애는 안 해봤잖아"라는 손제혁의 말은 갓 시작한 연인의 풋풋한 설렘마저 자아냈다. 이에 손제혁과 고예림의 결말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증폭되고 있다.
과연 고예림은 180도 바뀐 손제혁을 용서하고 받아줄까. 지금까지의 전개에 미루어 봤을 때, 곧 두 사람의 연애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손제혁의 과거를 언급하며, 두 사람의 관계 진전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하지만 지선우에게 누구보다 냉철한 조언을 해줬던 고예림인 만큼, 결국 마음을 다잡고 고산을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가운데, 이들의 관계 향방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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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부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