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절한 외사랑의 직진남이 인생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본인 마음도 자각 못하고 신부가 되겠다는 샌님도 찰떡이다.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비슷한 듯 다른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유연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유연석은 매주 목요일 방송되는 tvN 2020 목요일 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율제병원 소아외과 조교수 안정원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극 중 안정원은 천주교 신자지만 별명이 '부처'일 정도로 선한 성품의 소유자다. 그는 소아외과에서 슈바이처 못지않은 의사로 통한다. 이와 더불어 울던 애도 미소 짓게 할 훈훈한 비주얼은 기본이다.
심지어 안정원은 율제병원 모기업 회장의 아들이다. 그야말로 '갓'벽한 남자다. 외모, 성품부터 재력까지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다. 매력을 배가하는 인간미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아픈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을 때 드러나는 그의 여린 면모는 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쯤 되면 장겨울(신현빈)이 안정원에게 푹 빠진 것은 예견된 수순이다. 그러나 안정원은 마음 한켠에 자리한 신부의 꿈 때문에 장겨울을 밀어낸다. 그래도 장겨울에게는 오직 직진뿐이다. 안정원은 그런 장겨울이 자꾸 관심이 가지만, 그 이유를 여전히 알지 못한다.
이 가운데, 여태껏 지지부진하던 장겨울과 안정원의 러브라인이 진전될 것이 예고됐다. 안정원이 낯선 남자의 차에서 내리는 장겨울을 신경 쓰기 시작한 것. 또 보호자에게 수술 내용을 설명하려 애쓰는 장겨울을 보며 절로 미소를 짓는 안정원은 그의 새로운 사랑이 시작됐음을 짐작게 했다.
유연석은 이토록 사랑스러운 남자 안정원을 제 옷처럼 소화해내고 있다. 신현빈이 그토록 유연석을 향한 마음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단번에 납득이 갈 정도다. 하지만 매번 사랑받는 역할만 했을 것 같은 그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짝사랑의 아이콘이었다. 바로 지난 2013년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가 그 예다.
칠봉이는 서브 남자 주인공에게 적용될 수 있는 온갖 클리셰를 녹여낸 캐릭터다. 다시 말하자면 여자 주인공과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인물이라는 것.
칠봉이는 엄청난 부잣집 아들에 실력까지 뛰어난 야구선수다. 외모도 두말할 것 없이 훌륭하다. 부모님에게 받은 상처는 흠이라면 흠이지만, 극 중에서는 그의 처연함을 더욱 부각하는 점이 된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기다릴 줄 알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물러날 줄도 아는 인물이다.
이와 같은 칠봉이 캐릭터를 유연석은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그리고 전 국민적인 '서브병'을 유발하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그랬던 그가 또 한 번 신원호 PD를 만나 입장이 뒤바뀐 캐릭터를 맡게 된 것은 흥미로운 포인트다.
'응답하라 1994'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모두 본 시청자들에게는 유연석의 캐릭터 변화가 또 하나의 재미가 된 셈이다. 이 전제에는 유연석의 훌륭한 캐릭터 소화력과 기복 없는 연기력이 있다. 어떤 캐릭터든 고유의 매력을 온전하게 전달하는 유연석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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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