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승자는 채국희? 나 혼자 '잘' 산다 ['부부의 세계' 종영 D-2]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5.14 12: 32

JTBC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가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둔 가운데, 끝내 부원장 자리를 꿰찬 채국희가 사실상 최후의 승리자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명숙(채국희)은 지난 9일 방송된 14회에서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부원장직에 올랐다. 하지만 그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안 그래도 여자를 은근히 깔보는 공지철 원장(정재성)은 '골드미스'인 자신을 부원장감으로 염두에 둔 적조차 없었기 때문.
게다가 좁은 고산 바닥에서 고향에 몇 안 남은 '남사친'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을 피워 댔다. 설명숙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들이 조언을 구할 때, 빨리 관계를 정리하라고 충고하는 것뿐이다. 사실 복잡한 부부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법하지만, 똑똑한 설명숙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이태오(박해준)의 불륜으로 폭주하는 지선우(김희애)가 안타깝지만, 결혼하지 않은 여의사가 부원장 자리에 오르려면 지금만 한 적기가 없다고 생각했다. 
점점 무너지는 지선우를 보고 딱히 죄책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이태오만 끊어내면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지 않나. 그렇다 보니 설명숙은 제 살길만 모색하면 됐다. 그러나 설명숙의 발 빠른 태세 전환은 그를 유달리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이에 그는 '박쥐', '비호감' 등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원장은 대놓고 설명숙은 미혼이라서 부원장을 맡길 수 없다고 했고, 자신보다 한참 후에 들어온 남자 의사 김윤기(이무생)에게 부원장직을 제안했다. 이도 모자라 "어딜 가나 이놈의 여자들이 골치"라며 집안 문제로 부진한 지선우까지 싸잡아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
결국 설명숙은 폭발했다. 설명숙은 원장에게 "혼자 사는 여자라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으면 했다. 노후 책임져 줄 자식도 없고 방패막이 남편도 없다"며 "지선우만 해도 그렇다. 기부금 핑계 삼아 부원장 자리에서 내친 것도 모자라 이제 골칫덩이 취급이냐. 병원에 큰 일 생길 때마다 몸 사리는 원장님 대신 다 해결한 게 지선우인데 이제 와서 여자가 왜 골치라니. 지선우도 혼자 사는 여자라 그러냐"고 쏘아붙였다.
이후 설명숙은 지선우의 든든한 조력자로 거듭났다. 지선우와 박인규(이학주)의 추문을 주고받는 여우회 회원들에게 "솔직히 카더라지 않냐"고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지선우와 고예림(박선영)과 가진 술자리에서 만취해 속 깊은 우정을 내비치는 모습은 감동마저 자아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러한 설명숙의 급변에 '캐릭터 붕괴'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사이다'라는 평을 내놨다.
오히려 설명숙의 입체적인 캐릭터에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늘어났다. 이 가운데 지선우가 스스로 병원을 떠나면서, 설명숙이 부원장에 오르게 됐다. 그는 예상치도 못한 일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누구보다 잘할 자신 있다"고 외쳤다. 
우정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설명숙은 곧 사랑까지 쟁취할 듯싶다. 앞서 의료기기 판매직으로 등장했던 학교 후배와 퇴근 후 둘만의 만남을 갖는 모습이 전파를 탄 것.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이전에 지선우가 설명숙에게 리베이트와 관련된 주의를 준 적이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오히려 설명숙과 후배와 좋지 않게 엮일 것을 암시하는 복선이 아니냐는 추측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설명숙보다 완벽한 삶을 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능력 있는 전문직에 바람피우는 남편도 일탈하는 아들도 없이 고산 상류층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그만큼 모든 걸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 그를 두고 시청자들이 '진정한 일류'라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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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부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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