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장 다 본 김희애·박해준, 당연히 결말은 사이다겠죠? ['부부의 세계' 종영 D-1]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5.15 13: 34

"구질구질하게 남 탓하기 전에 네가 한 짓들을 돌이켜 봐."
JTBC '부부의 세계'(극복 주현, 연출 모완일) 15회 예고 속 지선우(김희애)의 일침이다. 상대는 전 남편 이태오(박해준)다. 매회 감정선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요동치는 두 사람이다. 이들의 끝은 '고구마'일까, '사이다'일까.
지선우와 이태오도 한때 누구나 부러워하는 완벽한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사랑에 '완벽'이란 없었고, 여다경(한소희)과 불륜을 저지른 이태오는 "사랑은 죄가 아니"라고 외쳤다. 결국 이들의 애정은 처절한 증오로 변질됐다. 서로의 불행을 빌며 악담도 개의치 않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처음에는 그저 분노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까놓고 보니 미움이 아닌 집착이었다. 그리고 그 집착은 오랜 부부나 연인만 공감할 법한 사랑의 일부이기도 했다. 
케케묵을 대로 묵은 감정에 두 사람은 결국 탈이 났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 알면서도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습관', '연민', '사죄', '후회' '외로움', 하나의 단어로는 도무지 정의할 수 없었다. 
부부의 연은 전(前) 부부에게도 유효했다. 특히 두 사람 사이에는 끔찍이 아끼는 아들 이준영(전진서)이 있다. 아들의 양육권을 두고 다투던 두 사람의 관계는 어느덧 급격히 엇나가는 아들을 걱정하며 공조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선우는 죽음을 택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차디찬 이성으로도 끊어낼 수 없는 이태오와 그런 자신을 미치도록 미워하는 아들까지, 그에게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여력은 없었다.
하지만 지선우는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었고, 다시 여지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만 했다. 바닷물에 흠뻑 젖은 채 김윤기(이무생)의 품에서 한참을 운 그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이준영과 재회하면서 다시 생의 의지를 찾았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이태오는 철저히 배제됐다.
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둔 '부부의 세계'다. 이제서야 지선우와 이태오 사이에 조그마한 틈이 생겼다. 늘 균열을 안고 산 두 사람이지만 결코 벌어지지 않았던 그들이다. 어쩌면 지선우는 14회 동안 이 '틈'을 위해서 달려왔던 걸지도 모른다. 
비로소 지선우는 이준영과 함께 확실히 고산을 떠나기로 한다. 드디어 이태오와의 지긋지긋한 인연을 끝내게 됐다. 그러나 이태오는 그런 지선우를 쉽게 놓아주려 하지 않는다. 자신과 동침을 여다경에게 폭로한 지선우에게 "아직도 나한테 뭐가 남았냐"며 우는소리를 한다. 시청자들은 또 한 번 복장 터질 각오를 단단히 해야할 참이다.
연애, 결혼, 이혼부터 불완전한 재결합까지 볼 장을 다 본 두 사람이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윤리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이미 되돌릴 수도, 되돌려서도 안 된다는 것. 이들의 역불륜을 두고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과연 이번에야말로 지선우가 고산과 이태오를 떠나, 이준영과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끝끝내 이태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갈까. 지선우의 선택에 달린, 두 사람의 관계에 궁금증이 더해진다. /notglasses@osen.co.kr
[사진] JTBC '부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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