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콘', 20년만에 휴식기..'레전드' 심현섭→'최선참' 박성호의 "아쉬움"(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0.05.14 21: 32

“상징적인 프로그램인데, 휴식기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심현섭)
코미디 전성기를 이끈 ‘레전드’조차 안타까운 듯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대한민국 예능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개그콘서트’가 약 20년 만에 ‘휴식기’를 결정했다. 이를 두고 많은 개그맨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1999년 9월 4일 첫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 역할을 하며 수많은 스타를 양성했다. 또한 수많은 유행어와 시대를 통찰한 코너를 만들며 대한민국의 코미디 트렌드를 선도하며 다양한 이슈와 소재로 시청자들과 함께 웃고 울며 대한민국 공개 코미디의 장을 열었다.

KBS 제공

하지만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의 변화 그리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새로운 변신을 위해 잠시 휴식기를 갖는다.
‘개그콘서트’의 이런 결정은 이미 예견됐다. 지난 7일, 한 매체가 ‘개그콘서트’가 오는 5월말 녹화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고 보도했고, KBS 측은 “폐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던 것. 이런 소식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개그콘서트’의 폐지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시청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KBS는 ‘개그콘서트’의 휴식기를 결정했다. 20년 동안 매주 주말 밤에 시청자들과 만나 웃음을 선사한 ‘개그콘서트’인 만큼 ‘휴식기’라는 결정에 시청자들도, ‘개그콘서트’와 함께한 개그맨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봉숭아학당’, ‘솔로천국 커플지옥’, ‘패션7080’, ‘노량진블루스’, ‘꽃보다 남자’ 등의 코너에서 활약하며 다양한 캐릭터와 많은 유행어를 남긴 박휘순은 OSEN에 “고향 같은 곳인데, 휴식기가 아쉬울 뿐이다”며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후배 개그맨들이 아쉬워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휘순은 “‘개그콘서트’의 휴식기로 지상파에서 개그 프로그램들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 ‘개그콘서트’가 혹시나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류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생겨 많은 선‧후배들이 함께하는 무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현재 ‘개그콘서트’의 ‘최선참’ 박성호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박성호는 1997년 KBS 1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봉숭아학당’, ‘사마귀 유치원’, ‘멘붕스쿨’, ‘박성호의 뮤직토크’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다중이’, ‘갸루상’, ‘앵그리 성호’ 등의 캐릭터로 활약했다.
박성호는 OSEN에 “빠르면 한 템포 쉬고 다음 개편 때 시대에 발맞춰서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라며 “지금 당장 번뜩이는 좋은 아이템들이 준비된 것은 아니지만, 저희로서는 ‘개그콘서트’의 문이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성호는 “저의 동기 개그맨들이나 선배들은 ‘개그콘서트’를 통해 인기와 명예를 누렸는데 최근에 들어온 후배들은 그럴 기회가 줄어 굉장히 마음 아프고 속상한 마음이다”며 “지금껏 열심히 했던 것처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작업을 해나가면 반드시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선배로서 여러 가지 생각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성호는 “‘개그콘서트’가 잠시 쉬는 것이지 코미디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관객들을 앞에 두고 하는 공개 코미디에서 벗어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새로운 코미디가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의 ‘레전드’, 대한민국을 코미디의 매력에 빠뜨린 심현섭도 ‘개그콘서트’ 휴식기에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심현섭은 OSEN에 “‘개그콘서트’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뉴욕타임즈에서 시즌제가 아닌 20년 동안 계속 되는 프로그램으로 기사가 날 정도로 주목 받은 프로그램이고, 수많은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었기에 계속 됐으면 했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심현섭은 ‘개그콘서트’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사바나의 아침’, ‘봉숭아 학당’ 등에서 추장, 맹구 역으로 활약하며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끈 것. ‘개그콘서트’ 레전드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심현섭은 100회 특집 등 기념적인 회차 때면 어김없이 등장해 활약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심현섭은 “‘개그콘서트’를 시작할 때가 기억난다. IMF 때였는데, 너무 좋은 취지였다. 남희석-김국진이 활약하던 때였다. KBS에는 ‘쇼 비디오자키’ 이후 ‘개그콘서트’가 몇 년 만에 나오는 개그 프로그램이었다. 타 방송에는 개그 프로그램이 없었다. 전유성 선배가 ‘개그로 콘서틀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했고, 장미화 선배와 전유성 선배가 만든 게 바로 ‘개그 콘서트’다. 추석 때 파일럿으로 좋은 시청률이 나왔고, 정규 편성됐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심현섭은 “정말 집에도 가지 않고 코미디를 살려보자는 일념으로 다같이 회의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1999년이었던 만큼 ‘지구종말’이 오는 게 아니냐면서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했던 에피소드도 있다”며 “그렇게 인기가 오르고, 1999년 12월에 밀레니엄 캐럴이 대박이 나기도 했다”고 추억을 추가했다.
이렇듯 ‘개그콘서트’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심현섭인 만큼 ‘휴식기’ 결정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는 “솔직히 믿고 싶지 않다. 올림픽, 월드컵 등 이벤트로 1~2주 동안 쉬는 것이면 몰라도, 휴식기라고 하면 너무 아쉽다”며 “단군 신화 이후 역사에 남을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휴식기를 갖는다고 해 안타깝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휴식기를 가지게 되면 다시 일으키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제작진은 “그동안 유행어로, 연기로 대한민국의 주말웃음을 책임져온 재능 많은 개그맨들과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마지막까지 ‘개그콘서트’다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것을 약속드리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다시 만나 뵙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개그콘서트’ 출연자들은 휴식기 동안 KBS 코미디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 갈 예정이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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