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공인 '시청률 퀸' 김희애가 돌아왔다. 4년 만의 안방 복귀작 '부부의 세계'가 JTBC 개국 이래 최고 성적을 낸 것.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그의 세밀한 감정 묘사와 폭발적인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지난 16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 연출 모완일)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희애는 극 중 고산 가정사랑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지선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선우는 다 가진 여자였다. 부와 명예를 보장하는 자신의 지위부터 언제나 로맨틱한 남편 이태오(박해준)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 이준영(전진서)까지, 고산에 사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부러워했을 삶을 누려왔다. 단, 이태오가 둘러준 머플러에서 발견한 오렌지빛 머리카락을 발견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다.
이후 지선우의 일상은 철저히 전복됐다. 행복이 떠난 자리에는 집착과 분노가 들이찼다. 극복한 줄 알았던 과거 트라우마는 다시 그를 괴롭혔다. 2년 만에 고산으로 돌아온 이태오와 소득 없는 싸움을 벌이며, 아들을 뺏기지 않으려 고군분투했다. 그러면서도 이태오와 함께한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이처럼 지선우의 감정이 애증, 미련, 분노, 증오, 슬픔으로 복잡하게 뒤엉킬수록, 김희애의 섬세한 연기력은 더욱 빛을 발했다. 김희애는 사랑의 배신에 상처 입은 여자, 아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엄마, 순탄치 못한 삶에 지쳐 결국 죽음을 택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갈아입으며 지선우의 서사를 촘촘히 완성해갔다.
또 '부부의 세계'는 매회 충격적인 엔딩으로 늘 화제를 모았다. 이는 곧 극중 인물이 또 한 번 큰 사건에 직면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급격히 진행되는 전개에 인물들의 감정선은 요동치기 마련이다. 이때 김희애는 지선우의 감정을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착실히 표현해냈다. 이에 시청자들의 몰입감은 배가 됐다.
특히 김희애는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느끼는 양가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지선우가 리마인드 웨딩 촬영 당시 찍은 비디오를 보면서 애틋한 미소를 띠거나, 끝내 이태오와 격렬한 키스를 나누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김희애의 뛰어난 전달력 덕분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자칫하면 '배신당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으로 그칠 수 있는 서사였다. 하지만 김희애의 한계 없는 표현력이 더해지면서, '부부의 세계'는 명품 심리 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로써 28.37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은 물론, 23.8%로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낸 'SKY캐슬'을 뛰어넘었다.
역시 김희애는 '김희애'였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 4년 만에 브라운관을 찾은 그는 오랜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명품 연기를 선보였다. 보는 사람까지 진 빠지는 스토리를 끝까지 힘 있게 견인하며, 명실상부 '믿고 보는 배우'의 존재감을 재차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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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JTBC '부부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