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로 시작된 일이 엉뚱한 논란으로 번졌다. 성인용품 용도로 제작된 마네킹을 사용해 물의를 일으킨 FC서울 구단에 징계가 내려질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18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이번 FC서울의 리얼돌 논란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음란 혹은 퇴폐적인 광고물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마케팅 규정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상업 광고에 관한 규정인데 이번 사안은 광고물 설치는 아니다. 명확한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점에서 처벌 규정을 유추하는 것이 쉽지 않다. 연맹에 법률자문까지 하고 있는 상벌위원장에게 유권해석을 받아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맹은 정관 제5장 마케팅 제19조 금지광고물(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것) 위반과 관련한 징계 항목이 있다. 다만 응원 마네킹은 상업 광고물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 적용이 쉽지 않은 상태다. 아직 상벌위원회가 열릴지 여부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서울은 전날인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홈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 관중석에 앉혔던 응원 마네킹 중 일부가 성인용품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마네킹이 들고 있던 응원문구에 리얼돌 제작 업체명과 이들이 관리하는 특정 모델 BJ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은 공식 사과에 나섰다. 서울은 "설치된 마네킹 제품들은 몇 번이고 성인용품이 아니라는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억울해 하면서도 "다만 성인제품과 관련이 있는 업체 이름과 특정 BJ 이름이 들어간 응원문구가 노출됐다. 이 점은 변명 없이 저희의 불찰"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향후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한 서울은 "코로나 시대에 무관중으로 경기가 열리는 만큼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요소를 만들어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의도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FC서울이 한국프로축구의 위신을 손상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K리그는 축구 종주국인 영국(공영방송 BBC)을 비롯한 총 36개국에 중계권을 판매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외신을 통해서는 이미 이번 리얼돌 논란이 알려진 상태다. 이런 경우 '한국프로축구의 위신을 손상케 할 우려가 있는 경우 징계를 줄 수도 있다'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맹관계자는 "위신 손상 규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적용은 고의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사건의 경우에 해당됐다. 이번처럼 선의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면서 "너무 광범위하게 위신 손상 규정을 적용할 경우 앞으로도 남용될 소지가 있다. 위신 손상에 대한 적용은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상벌위원장의 해석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