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사람 아니에요"..'부부의 세계' 이학주 밝힌 #데폭남 #김희애 #결말 [인터뷰 종합]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05.18 17: 45

배우 이학주가 '부부의 세계'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이학주는 18일 서울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 JTBC '부부의 세계'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이학주는 여자친구 민현서(심은우)에게 폭행을 일삼고, 지선우(김희애)와 이태오(박해준) 사이에서 한탕을 노리는 박인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부부의 세계'는 자체 최고 시청률인 28.4%(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뿐만 아니라 JTBC 역대 드라마 최고 성적을 내며, 'SKY캐슬'을 뛰어넘는 신드롬을 형성했다. 
극 중 빌런 박인규로 톡톡히 활약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학주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뜻깊고 영광인 날들이었다. 즐거웠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박인규는 지질한 불륜남 이태오 못지않게 악랄했다. 자신을 끊어내려는 민현서와 유일한 돈줄이라고 생각되는 지선우를 지독히 괴롭혔다. 그의 거친 성정과 손버릇은 감옥을 다녀온 후 더욱 극심해졌다. 
박인규가 등장하면 '부부의 세계'는 단번에 스릴러물로 변모했다. 시청자들은 박인규를 '데폭남'이라고 지칭하며, 그가 출연하면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학주는 이 같은 반응에 "욕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감사했다. 관심이 없는 것보단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날 왜 무서워하지?' 싶었다. 평범한 신에서도 무서워하시던데,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었다. 제가 무서운 사람은 아닌데. 놀라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학주의 주변 반응도 흥미로웠다. 이학주는 "친구들이 '부부의 세계' 재밌는데 너 나오면 몰입이 깨진다고 하더라. 연기 많이 늘었다고 평가해주는 친구도 있었다. 오랫동안 연락을 못 했던 분들은 '나 살짝 의심했어'라는 반응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인규는 원작에서 비중이 큰 캐릭터도 아니고, 상식적인 선을 뛰어넘은 인물. 그를 연기하기 위해서 이학주는 상상력의 힘을 빌렸다. 이학주는 "주변에서 보기 힘든 친구이기 때문에 상상을 많이 했다. 일반인의 기준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제 머릿속에서 할 수 있다고 바꾸는 게 어렵고 힘들었다"고 밝혔다.  
박인규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는 고산역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만큼, 죽음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이학주는 한동안 계속 지인들의 질문 세례를 받아야만 했다. 
이학주는 "주변에서 계속 물어보더라. 어쩔 때는 '태오가 죽였어', 어쩔 때는 '선우가 죽였어'라고 답했다. 이상한 소리를 많이 했다. 혼자 죽었다는 말은 안했다. 스토리의 중심축이니까 말할 수 없었다. 장난을 많이 쳤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박인규의 최후에 대해 "그런 식일지는 몰랐다. 죽어서 아쉽거나 그렇진 않다. '이 인물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인규를 연민하진 않았다. 하지만 박인규의 서사를 저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어렸을 때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 사람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계기를 찾으려 했다"고 얘기했다. 
이학주는 전반적인 결말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기분 좋은 결말은 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조금씩 업보를 만드는 과정이지 않았나. 서로 웃으면서 끝날 수는 없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너무 결말이 슬펐던 것 같다. 준영이가 제일 안 됐지만, 모두 다 안 됐더라"고 밝혔다.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 서사상 김희애, 심은우와 가장 많이 마주했다. 특히 극 중 이학주와 김희애는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관계였던 만큼, 매 신의 폭발적인 시너지가 필요했다. 대선배와 호흡하게 된 이학주는 부담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촬영하는 게 두려웠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 번 하고 몸과 마음을 정비한 다음에 촬영장을 갔었다. 이 장면을 뭔가 주도적으로 협박하는 사람이니까 끌어가야 하는데 쑥스러웠다. 감독님의 얘기를 듣고 리허설을 하면서 많이 찾아갔었다. 손이 덜덜 떨리고 전날부터 잠이 잘 안왔다.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게 있었다. 그래도 두려운데 재미있었다. 끝나고 나면 재미있어서, 후련하게 촬영장을 나왔던 것 같다." 
이어 이학주는 김희애와 연기할 때 신경 쓴 지점을 묻는 말에 "자칫 잘못하면 박인규라는 캐릭터가 우스워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폭력적인 장면도 있지만, 기운이라는 게 있어야 되지 않나. 이 사람이 위해를 언제라도 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운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지선우, 우습다'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아니면 주눅들 것 같았다. 지선우가 자신의 것을 지키려면서도 품위를 유지하는 게 박인규 입장에서는 '너나 나나 다를 게 없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역시 김희애는 김희애였다. 이학주는 김희애의 연기에 대해 "김희애 선배님이 저한테 다 맞춰서 연기를 다 다르게 해주시더라. 또 장면 찍을 때 대사도 대사지만 지문이라는 게 있지 않나. 선배님을 보면서 '지문을 정확하게 연기를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다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학주는 민현서에 대한 박인규의 감정을 "집착과 의존"으로 정의내렸다. 이학주는 "박인규는 집착과 의존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모든 사람마다 생각하는 사랑이 다르지만, 박인규는 선을 넘은 것도 사랑으로 생각하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지독히도 얽혔던 두 사람이다. 이학주와 심은우의 실제 호흡이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이학주는 "은우와 친하다. 어제도 '복면가왕'을 보고 문자를 보냈다"며 "첫 촬영부터 은우와 호흡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산역 신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감정을 잘 못 잡겠더라.큰일났다 싶었다. 그때 은우가 앞에서 어떤 눈빛을 주는데 눈물이 막 쏟아지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얘기했다.
'부부의 세계'의 높은 인기에 이학주 역시 데뷔 이래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학주는 '부부의 세계'를 통해 달라진 위치를 체감하냐는 말에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니까 체감을 많이 하지는 못한다. 다섯 분 정도 알아봤다. 오늘도 계단 올라오면서 직원 두 분이 알아보더라. 생소한 일이다. 저로서는 되게 이상하다. 처음인 것 같다. 생소하지만 기분은 좋다. 다음 작품도 잘해서 계속 저에 대해서 궁금해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올해 9년 차 배우가 된 이학주는 "저는 늘 즐겁게 왔던 것 같다. 사실 제가 단체활동을 좋아한다. 모여서 농담하는 분위기도 좋더라. 그런 것에 매료돼서 연극영화과에 계속 있었다. 늘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항상 끝나면 또 하고 싶다"며 향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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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M 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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