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 vs KIA, 비로소 실감했다 "이젠 동료가 아니다" [오!쎈 광주]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0.05.19 21: 34

'이젠 동료가 아니네'.
롯데 자이언츠 안치홍은 1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5번 2루수로 선발출전했다. 2019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1월 초 롯데로 전격 이적한 이후 처음으로 방문한 친정이었다. 빨간색 유니폼이 아닌 롯데의 원정 네이비 유니폼을 입고서였다.
2009년 입단 이후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배번 8번이 박힌 KIA의 빨간 유니폼을 벗지 않았다. 빨간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1-5에서 대역전의 기운을 제공한 것은 19살 안치홍의 홈런이었다. 그때부터 KIA의 얼굴이었다. FA 자격을 얻어 결별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오후 4시께 롯데 구단버스가 챔피언스필드에 도착했고 안치홍이 배번 13번의 박힌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나타났다. 익숙했던 3루 덕아웃이 아니라 1루 덕아웃이었다. 약간 상기된 표정. 동료들과 묵묵히 훈련을 했다. 훈련을 마치고 KIA 덕아웃을 방문해 선배 나지완과 장난도 치면서 해후를 했다. 허문회 감독은 "어느 팀이든 야구는 똑같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첫 친정과의 대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2회 1사후 첫 타석에 들어섰다. '안타치고~ 도루하고~' 익숙했던 안치홍의 응원가는 들리지 않았다. 만일 관중들이 있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했다. KIA 투수 이민우의 포크볼에 그만 헛스윙했다. 헛미소를 지으며 타석에서 빠져나왔다. 2회말 1사 만루 수비에서는 최형우의 땅볼을 잡아 병살로 연결했다. 새로운 동료들이 힘찬 박수를 쳤다. 
0-5로 뒤진 4회초 2사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이민우의 초구를 쳤다. 기다렸던 직구였다. 잘 맞은 타구는 좌중간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타구에 힘이 없었다. 중견수 최원준이 빠르게 달려가 가볍게 포구했다. "이번에는 안타가 될 줄 알았는데"라는 표정. 또 다시 헛미소를 지어 보였다.  
6회초 잘 던지던 KIA 이민우의 구위가 떨어질 시점. 기회가 왔다. 볼넷-안타-볼넷 무사 만루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세 번째 대결이었다. 몸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포크볼을 공략했다.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뜬공이었다.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친정 상대 첫 타점이었다. 점점 롯데 안치홍의 존재가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8회 마지막 타석. 상대는 까다로운 볼을 던지는 박준표. 선 채로 3구 삼진을 당했다. 이번에는 자못 심각한 얼굴이었다. 경기는 그대로 KIA의 승리로 끝났다. 안치홍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옛 동료들을 뒤로하고 짐을 꾸렸다. 20일 2차전을 기약하며 돌아섰다. 어색했던 대결. 이제는 동료가 아님을 서로 실감한 하루였다. 
안치홍은 경기후  "이적후 광주 첫 경기였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를 했다. 익숙한 1루 덕아웃이 아닌 3루 덕아웃을 써서 어색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결과가 좋지 못해 정말 아쉽지만 내일 경기 준비 잘하겠다"는 첫 친정 나들이 소감을 밝혔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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