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를 얼어붙게 만든 ‘속죄의 투구’였다. 김범수(25)가 2군에 다녀온 뒤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위기의 한화를 구했다.
한화 좌완 김범수는 올 시즌 첫 2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8~9일 고척 키움전에서 모두 6회 승부처에 투입됐으나 결승점을 헌납했다. 특히 9일 경기에선 치명적인 폭투로 무너졌고, 한화는 연이틀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역전을 허용한 뒤 교체된 김범수가 덕아웃에 앉아 지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눈물 흘리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분한 마음은 있었지만 운 것은 아니다”는 구단의 설명 속에 김범수는 이틀날 2군에 내려갔다.
그로부터 12일이 흘러 김범수가 다시 1군에 왔다. 선발투수 김이환이 흔들리자 7-3으로 앞선 4회 1사 1,3루에서 투입됐다. 다시 한 번 리드한 상황에서 한용덕 한화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첫 타자 김민혁의 초구 기습 번트 타구가 뜨자 침착하게 잘 잡은 김범수는 조용호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맞았다. 타석에는 강백호. 요즘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타자를 상대로 과감하게 붙었다. 슬라이더로 초구 스트라이크와 2구 헛스윙을 뺏어내며 유리한 카운트를 점했다.
3구도 볼이 된 슬라이더로 유인한 김범수는 4구째 149km 직구를 택했다. 강백호는 파울로 커트했다. 여기서 김범수는 또 직구로 승부를 걸었다. 148km 직구가 바깥쪽으로 들어갔다. 바깥쪽으로 빠져앉은 최재훈이 미트를 살짝 안쪽으로 옮겨 공을 잡았고, 강백호가 배트도 내밀지 못했다. 루킹 삼진. 만루 위기를 극복한 회심의 1구였다.
김범수는 5회 무사 1루에서도 박경수를 바깥쪽 꽉 차는 148km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박경수부터 다음 타자 배정대까지 10구 연속 직구로 승부했다. 6회 김병희에게 던진 바깥쪽 높은 직구가 우월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지만 심우준을 3루 땅볼 잡고 교체됐다. 2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구원승.
경기 후 김범수는 “키움전에서 정말 힘들었지만 2군에 다녀온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것 같다. 최원호 2군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투구시 중심이동에 대한 말을 들었다. 폼을 교정하면서 세트 포지션에서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 자신감이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앞으로도 좋은 상황에서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길 수 이쏟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