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유니폼을 처음 입고 마무리 투수를 동경했던 한 투수가 돌고 돌아 프로 9년차에 첫 세이브를 올렸다. 클로저로 꿈꿨던 '로망'이 실현된 날이다.
롯데는 지난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9-7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마무리 투수 김원중은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공 11개만 던지며 3타자로 깔끔하게 돌려세웠다. 프로 9년차에 거둔 데뷔 첫 세이브였다.
지난 13일 사직 두산전 9-8로 앞서고 있던 9회초에 마운드에 올라와 첫 세이브를 노렸던 김원중. 하지만 당시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밋밋한 포크볼을 던지다 솔로 홈런을 허용하고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그러나 피홈런 이후 세 타자를 침착하게 돌려세웠고 이후 민병헌의 끝내기 홈런을 이끌어 낸 발판을 만들었다. 김원중은 세이브 대신 승리 투수가 됐다.
당시 허문회 감독은 블론세이브를 범했지만 김원중의 이후 범타 처리 장면을 지켜보며 "성장하고 발전했다는 증거"라며 우려보다는 칭찬을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세이브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팀이 4연패에 빠져 있으면서 등판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던 김원중은 17일 대전 한화전 (1⅓이닝 무실점) 이후 5일 만에 마운드에 올라왔다.
9-7로 앞서고 있던 9회초에 등판한 김원중은 앞선 등판들과 같이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선두타자 서건창에게 2B2S에서 몸쪽 150km 패스트볼을 꽂아넣으며 힘없는 2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앞서 홈런을 때려냈던 박동원에게도 150km 패스트볼을 던지며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비거리가 있었지만 김원중의 패스트볼 구위를 이겨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2사 후 맞이한 이정후. 2사 후 더욱 자신감이 붙은 김원중은 151km의 패스트볼 3개를 연달아 바깥쪽 보더라인에 꽂아넣었다. 2S를 선점한 뒤 3구 만에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면서 데뷔 첫 세이브를 완성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김원중은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로 낙점을 받았다. 앞서 3시즌 동안 선발 투수로는 정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후반기부터 불펜 투수로 나서며 가능성을 타진했고, 긍정적인 신호를 엿봤다. 짧은 이닝에 힘을 집중적으로 쏟아내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 그리고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등 선발 투수를 하면서 연마했던 다양한 구종까지. 마무리 투수로는 적격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선수 본인은 다소 반신반의했다. 익숙했던 것이 선발이었고, 선발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스스로의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내 바뀐 보직을 받아들이면서 마무리 투수로 준비를 착실하게 해나갔다. 그리고 신인 시절 그는 “마무리 투수 보직이 멋있어 보였고 경기를 끝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선발 투수로 나서기 전 ‘로망’을 밝힌 바 있다.
그 로망이 현실로 이뤄진 22일 키움전이었다. 비록 블론세이브 한 차례를 범하고 뒤늦게 첫 세이브를 신고했지만 김원중은 마무리 투수로서 산뜻한 시작을 알렸다.
김원중은 데뷔 첫 세이브에 대해 "첫 세이브를 달성했지만 크게 다른 것은 없다"고 무덤덤한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내 신인 시절에 느꼈던 마무리 투수의 매력을 언급하면서 "선발로 경기를 시작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고 내가 시합을 마무리 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더 많은 세이브를 수확해야 하는 김원중의 각오는 담담했지만 또 결연했다. 김원중은 "아픈 곳은 없고 페이스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시즌을 치루며 불규칙적인 등판을 하게 될 텐데 익숙해지도록 몸 관리 잘하겠다"고 힘주어 말하며 앞으로 마무리 투수로 맞이하게 될 다양한 상황들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무리 투수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김원중. 이제 본격적인 마무리 투수의 세계로 접어들어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자리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