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팬들이라면 항상 기대하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연고 이전 더비가 드디어 열린다.
부천FC1995가 26일 화요일 오후 7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제주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부천과 제주는 '연고이전'으로 인한 악연으로 형성된 더비다. 부천 축구 팬들은 자신들을 떠나 제주로 연고를 옮긴 SK 프로축구단에 엄청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일부 축구팬들은 연고 이전을 강행한 SK 축구단에 특수한 비하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제주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으나 부천 팬들의 원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열성적인 부천 축구팬은 떠난 SK를 대신해서 2007년 부천 구단을 창단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후 부천은 2013년 K리그2에 들어왔지만 K리그1에 있던 제주와 만나지 못했다.
한 번쯤은 프로부터 아마추어 구단까지 고루 참가하는 FA컵에서 만날만도 하지만 부천과 제주는 단 한 번도 공식전서 맞붙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제주가 K리그1 최하위 12등으로 다이렉트 강등되면서 모두가 그리워하던 경기가 드디어 성사됐다.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는 첫 맞대결이다. 부천 입장에서는 꿈에도 기다리던 순간이지만 제주 입장에서는 꿈에서 상상하기도 싫었을만한 극한 상황이다.
악연과 악연이 만난 상황서 양 팀의 분위기는 상반된다. 홈팀 부천은 3연승을 달리며 K리그2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송선호 감독이 구축한 단단한 수비에 공격진이 고르게 터지고 있다.
반면 시즌 시작 전까지만 K리그2 절대 강자로 우승을 자신하던 제주의 분위기는 최악이다. 개막전 무승부에 이어 전남 드래곤즈 원정(0-1 패)과 대전 하나 시티즌과 홈경기(2-3 패)서 연패했다.
부천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제주 입장에서는 천만다행히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이번 경기는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열혈' 부천팬들이 경기장에는 없는 상황.
너무나 기다리던 순간. 악연을 만나는 홈팀 부천은 담담하면서도 뜨겁게 제주를 기다리고 있다. 부천의 매치 포스터는 '절대로 잃지 않을 그날'과 '2006년 02월 2일'을 내걸었다.
2006년 2월 2일은 SK프로축구단이 부천에서 제주로 연고지를 옮긴 날이다. 그날이 아니었다면 성사될 수 없었던 부천과 제주의 더비가 K리그에 새로운 스토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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