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됐다가 20여년 만에 나타난 동생 역의 배우 송지효는 ‘침입자’ 전체를 쥐고 흔들 정도로 극강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102분간의 러닝타임 내내 동생의 정체, 김무열이 맡은 캐릭터 오빠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게 만들며 폭풍 같은 소용돌이에 빠뜨린다. 연기 호흡을 처음 맞춘 두 사람의 남매 케미스트리가 ‘침입자’를 보는 재미다.
27일 오후 서울 한강로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손원평 감독은 “캐릭터들이 역방향을 띠고 있다. 평범했던 인물이 이상해지고 약했던 인물이 강해지거나 강했던 인물이 약해지는 변화를 겪는다. 단선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진 않았다”며 “서진이 트라우마도 많고 신경증을 앓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이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보길 바랐다”라며 연출 방향을 밝혔다.
손 감독의 기획 의도대로 ‘침입자’는 캐릭터들의 상황을 소개하는 초반부에서 절정을 향해 달리는 후반부까지, 섣불리 확언하기 힘든 전개로 관객을 이끈다. 서진과 유진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예상을 빗나간 결론으로 영화적 재미를 안긴다.
내달 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침입자’(감독 손원평,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송지효가 맡은 유진이 ‘침입자’를 이끄는 핵심 인물. 이날 그녀는 “유진이 극강의 어둠이 있지만 매력을 느꼈다”라며 “시나리오부터 재미있게 봐서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특별한 레퍼런스는 없었고 저의 진지하고 어두운 모습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극 초반과 말미에서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송지효의 얼굴을 기대해도 좋다.
송지효는 “그런 점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감독님, 김무열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얘기를 많이 했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표현한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욕심났던 캐릭터다.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제가 더 잘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후회도 된다”며 “제가 그동안 해오지 않았던 캐릭터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관객들이 그렇게 봐주신다면 너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유진의 오빠 서진을 연기한 김무열은 캐릭터의 다변적 성격을 명확하게 구현했다. 이날 그는 자신이 맡은 인물에 대해 “신경증 환자들의 증상을 연구하며 공부했다. 캐릭터의 직업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라며 “아무래도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호흡이 긴 소설도 쓰셨고 이번 영화의 각본도 직접 맡으셨으니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도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김무열은 “배우로서 새로운 얼굴을 찾는 건 기대되고 흥분되는 일”이라며 “변신이 부담되진 않고 배우로서 늘 찾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는 생각도 덧붙였다.
‘침입자’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손원평 감독은 소설 ‘서른의 반격’ 및 ‘아몬드’를 내놓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뒤 단편작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좋은 이웃'(2011) 등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런 점에서 ‘침입자’는 첫 상업영화다.
이번 영화는 일상적인 공간인 집과 가족을 비틀어, 서늘한 서스펜스의 주무대로 삼았다.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소재를 이용해 긴장감 넘치는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를 완성했다. 앞으로 그녀가 만들어낼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손 감독은 “처음 기획한 지 8년 정도됐다. 많은 변화를 겪어 지금의 버전까지 오게 됐다”며 "소설 아몬드를 쓸 때 제가 들었던 생각을 기반으로 썼다. ‘기대와 다른 아이가 돌아온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저는 같은 주제를 다른 장르의 영화로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침입자’는 올 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인해 두 차례 극장 개봉이 연기됐던 바다. 안정될 적절한 시기를 고심하다가 결국 6월 4일로 잡았다.
이에 손원평 감독은 “코로나 시대에 극장이 오래 쉬었고 다시 처음 선보이는 첫 상업영화가 된 거 같다. 제작진의 한 명으로서, 감독으로서 부담스럽고 조마조마하다”면서도 “앞으로 한국영화가 개봉할 텐데 다음에 개봉할 영화들에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안전하게 영화관을 찾으셔서 영화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무열도 “많은 국민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싸우고 계신데, 저희 또한 저희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워 나가겠다”며 “관객 한 분이라도 극장에 오신다면 배우로서 최고의 작품으로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송지효도 “코로나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거 같다. 그로 인해 대중문화계가 침체돼 있는데, 저희 영화가 재미를 드렸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오랜만에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라며 "물론 안전이 제일 중요하고 첫 번째지만, 저와 같은 마음으로 극장에 오셔서 문화생활을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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