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설 계속할 것"..손원평 밝힌 #침입자 #가족 #차기작 #父손학규(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5.28 14: 49

  “사실 많이 아쉽다. 저 혼자 만든 게 아니라 부끄럽다고 말하면 조심스럽긴 한데, 감독의 이름으로 나가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아쉽고 서툰 부분이 있었다.”
손원평 감독이 첫 상업작 ‘침입자’(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의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 “정말 감개무량하고 많이 떨린다”라며 이같은 소감을 전했다. 
손원평은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앞서 공감 불능을 치유하는 소년의 이야기인 장편소설 ‘아몬드’로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2017년에는 소설 ‘서른의 반격’으로 제주 4·3평화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뒤 단편영화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2005), ‘너의 의미’(2007), ‘좋은 이웃'(2011) 등을 연출하며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왔다. 6월 4일 개봉하는 스릴러 ‘침입자’는 첫  번째 상업영화다.
코로나19 시국에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저뿐만 아니라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한마음이다. 저희 영화가 (코로나19 사태 후 개봉하는 영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며 “저희 영화만의 성적뿐만 아니라, 영화 산업 전체에 대한 걱정을 다같이 하고 있다. 모든 영화인들이 한마음이 돼 다같이 응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작가로서 신예감독으로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지만 일련의 과정이 탄탄대로는 아니었다고 손원평은 말한다. “제가 좋아하고 늘 하고 싶었던 일을 묵묵히 했던 거 같다. 소설이든 영화든 그 일들이 단번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묵묵히 털어놨다. 
“2013년 제가 아이를 낳고 뭔가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소설 습작에 매진했다. 그 해에 시나리오, 소설, 트리트먼트 등 공모전에 낼 수 있는 건 다 썼다. 그 해에 20편, 이듬해까지도 20편은 썼던 거 같다. 그냥 미친듯이 기계적으로 다작을 했는데 대부분 실패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내용은 그때 느꼈던 모든 생각들을 담았다. 심지어 동화, SF까지 쓰면서 다양하게 변주했다.(웃음) 아몬드가 성공하기 전까지 그냥 그 상태로 살았다.”
손 감독은 아몬드를 세상에 발표한 상태에서 다른 소재의 영화를 개발하고 있었다. “(2016년 아몬드의) 당선 소식은 기뻤지만 발표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건 아니었다. 그 해 독자들 사이에서 조금 알려졌고 이후엔 청소년 도서로 소개되다가 일본에도 팔리면서, 지금와서, 결과적으로 잘 된 거라 감사하다”고 작가로서의 삶을 전했다. 
그녀의 바람은 작가로서 소설을 쓰고, 감독으로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게 목표다. “영화는 제 꿈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우리는 모두 영화를 관둘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하셨는데, 저 역시 힘들어도 그만둘 수가 없다. 너무 싫은데 관둬지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침입자’는 2012년~2013년 초고를 쓰기 시작했고 중간에 약 40번 가량 수정 과정을 거치며 2019년 2월 13일 크랭크인을 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초 뜻하지 않게 코로나19라는 큰 장애물을 만나며 개봉을 2번이나 미뤄야 했다. 당초 3월, 5월 중순을 계획했지만 확진자 수가 갑자기 증가해 연기했고, 마침내 6월 4일 극장 개봉을 확정했다.
이에 손 감독은 “상황이 조심스러워서 (흥행여부는)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내일의 상황도 모르지 않나. 그래서 관객들에게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와 달라는 말을 못 하겠다”며 “다만 극장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게 다르니,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침입자’의 가제는 ‘도터’였다. “중간에 잠깐 지어졌던 제목인데, 크랭크인을 앞두고 어떻게 할지 제작진이 투표를 했다. 제가 예전에 침입자라는 말을 썼던 적이 있다. 근데 너무 직접적인 거 같아 묻어뒀는데 제작진이 먼저 그 단어를 꺼내 놀랐다. 제가 건의하진 않았었다”고 제목의 탄생 과정을 밝혔다.
작가와 감독의 일에 대해 비교한 손원평은 “제가 보기엔 비슷한 거 같다.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쓸 때 각각 머릿속에 들어있는 걸을 상상하며 부연한다”며 “차이점은 소설이 완성되면 상상의 몫은 독자다. 영화는 감독이 그림까지 구체적으로 상상을 하면서 만들어간다. 그렇지만 저는 둘이 비슷하다고 본다”고 대답했다.
‘침입자’는 25년 만에 나타난 동생 유진(송지효 분)을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손 감독은 동생 역을 맡은 배우 송지효에 대해 "저는 송지효가 비밀스럽고 그늘졌다는 생각을 늘 했었다. 밝은 역할을 주로 해서 친근한데, 원래 갖고 있는 면모를 끌어내고 싶었다. ‘여고괴담3’도 연기 경험이 없을 때인데, 감독이 가르치거나 지시할 수 없는 게 뿜어져 나왔다. (어두운 부분은) 이 사람이 본래 갖고 있는 재료인데 다른 이유로 이 재료를 쓸 이유가 없었던 거 같다. (만들어진 게 아닌) 본래 갖고 있는 거니까 끌어낼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감독은 “저는 송지효, 김무열 두 배우에게 다이어트를 요구했다. 김무열은 특히 영화 ‘악인전’을 끝내고 온 터라 벌크업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서진의 심리가 약한 상태일 거 같아서 다른 얼굴이 나오길 바랐다. 송지효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손원평 감독은 송지효와 김무열이 배우로서 캐릭터 해석력을 갖춘 것은 물론, 리액션 능력도 좋다고 극찬했다.
“김무열은 연기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너무 잘 해줬다. 송지효도 배우로서 유연하다. 액션보다 중요한 게 리액션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때그때 유연하게 상황을 받아들여서 연기를 한다.”
손 감독은 "제가 영화 연출과 소설쓰기를 계속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거 같다. 모두 굉장히 원했고 어렵게 얻어낸 일들이다. 작가로서 소설을 쓸 때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모든 작가, 감독들이 이게 마지막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저도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버지인 손학규 전 국회의원의 응원이 있었냐는 물음에 “저 개인에 대한 집중보다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손원평 작가의 새 소설은 올 7월~8월에 출간된다. “얼마 전에 탈고를 해서 넘긴 게 있다. '아몬드'처럼 장르적으로 센 작품이 나왔어서 이번엔 잔잔한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 연애소설인데 대단한 사건이 거의 없는, 마음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이 전부다.(웃음) 그간 해왔던 것과 다르게 쓰고 싶었다. 저는 한 가지의 톤이 아닌 다양한 재료를 가진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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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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