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23, 롯데)이 놀라울 정도의 침착성을 무기로 코로나19 이후 두 번째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소영 우승 경기의 특징은 두 가지 기록이 말해준다. 하나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고, 또 하나는 3, 4라운드 36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다.
이소영은 31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클럽(파 72, 6415야드)에서 펼쳐진 ‘제 8회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6,000만 원)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65-67-70-69)로 우승했다. 2위 유해란과는 2타차가 났고 공동3위 김소이, 임희정과는 5타차가 났다. 경쟁자들의 큰 위협이 없었기에 더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야 했다.
2016년부터 정규투어에 뛰기 시작한 이소영은 이번 우승이 개인 통산 5번째다. 데뷔하던 해 1승, 3년차에 3승, 그리고 5년차에 벌써 1승을 추가했다. 희한하게 홀수해에는 우승이 아예 없었다.
31일 최종라운드에서는 무난한 플레이를 했다.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낚았다. 전반에 1개, 후반에 2개였다. 최종라운드에서는 가장 경기를 잘 한 선수가 4타를 줄이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톱10 안에서는 -3타가 최고였다. 생각처럼 버디가 잘 터지지 않았던 전반 라운드가 심리적 고비였을 스코어다.
이소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제와 오늘 초반에 버디가 안 나와서 답답했다. 특히 오늘은 파5에서 버디 찬스를 놓쳐 아쉬웠다. 그래도 보기를 하지 않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리적 압박을 받았으나 어떤 이유로 극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 비결은 멘탈관리였다.
사실은 더 큰 고비는 30일의 3라운드에서 있었다. 전반 9개홀에서 보기는 없었지만 버디를 단 한 개도 잡지 못헀다. 그 사이 정말 경쟁자가 선두자리를 위협했다. 이날만 6타를 줄인 3라운드 2위 최예림이 한 때 이소영을 앞질러 단독 선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소영은 3라운드 후반홀에서 2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되살아났다. 반면 최예림은 18번홀에서 보기를 한 것이 최종라운드 예상을 불안하게 했다. 3라운드에서 이소영을 위협했던 최예림은 4라운드에서 타수를 되레 잃어 최종합계 11언더파 단독 5위로 경기를 마쳤다.
36홀 노보기 플레이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한 이소영은 “때때로 중압감이 있었다. 특히 퍼트할 때 중압감이 가장 컸다. 파3 8번홀에서 샷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지만 파를 성공시켰고, 13번홀은 유해란 선수가 어제도 오늘도 이글을 성공시킨 홀이었다. 워낙 잘하는 선수라서 그러려니 했다. 딱히 대결구도를 만들지 않고, 모든 홀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정신력 소모가 심했을 법하지만 경기 내내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서는 “지난해 우승의 기회는 많았는데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메이저 우승도 두 번이나 놓쳤다. 작년 중반부터 멘탈 관리를 시작했다”고 경과를 설명했다. 돌이켜보면 작년 중반부터 시작한 멘탈 관리가 이번 대회 우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었던 셈이다.
짝수 해에 우승하는 징크스에 대해서는 “롯데와의 계약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우승이 나온다. 내년에도 우승하고 싶다. 그 공식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투어 5년차이다 보니 목표도 메이저 대회에 가 있다. “항상 메이저 우승을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올해 세 대회를 치렀는데, 다 상위권의 성적이 나왔다. 톱텐에 계속 들면 대상포인트 1등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