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을 보강한 김효주(25, 롯데)가 달라졌다.
김효주는 7일 제주 롯데스카이힐 제주(파72, 6373야드)에서 벌어진 ‘제10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총상금 8억 원, 우승상금 1억 6,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4년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런데 김효주의 이날 우승은 단지 KLPGA 투어 개인 통산 10승을 채웠다는 외형적 결과에 머무르지 않았다. ‘달라진 김효주’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2014년 KLPGA 투어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진출한 김효주는 LPGA 투어 두 시즌 동안에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후 2년간은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 2019시즌 들어 기량을 되찾긴 했지만, 고대하던 우승 소식은 들려주지 못하고 있었다.
KLPGA 투어에서 골프천재로 불렸던 김효주가 LPGA 투어에서 고전했던 이유가 롯데 칸타타 우승 인터뷰에서 한 대목이 밝혀졌다. 김효주는 “거리가 나오지 않는 것이 힘들어서 체력 운동을 열심히 했다. 어느 정도 체력이 뒷받침 되니 자신감도 붙어서 편하게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7일의 롯데 칸타타 최종 라운드는 김효주의 달라진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김효주는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13언더파 공동 4위를 달렸다. 함께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세영과 동타였다.
선두권은 KLPGA 투어 선수들이 자리잡았다. 베테랑 홍란과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한진선이 16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이뤘다. 그 사이에 오지현이 15언더파로 단독 3위에 있었다.
최종라운드에서 어떤 경기 양상이 벌어질 지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심리적 부담이 큰 챔피언조보다는 한 조 앞에서 경기할 김효주-김세영의 압박이 거셀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생애 첫 우승을 노리던 한진선은 2번홀 더블보기로 부담감을 드러냈다. 후반들어 버디 사냥을 시작하긴 했지만 보기도 비슷하게 하면서 우승 경쟁에서 물러났다. 홍란은 3라운드에서 10개의 버디를 몰아치기 한 후유증으로 최종라운드에서 되레 2타를 잃었다.
남은 후보는 역전 우승을 노리는 김효주, 김세영과 KLPGA 간판 선수인 오지현이었다.
오지현은 최종라운드 막바지까지 공동 선두권을 이루며 KLPGA 투어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런데 마지막 18번홀에서 난관을 만났다.
롯데스카이힐 18번홀은 444미터 파5홀이다. 장타에 자신 있는 선수들은 어김없이 투온을 노리는 홀이다. 그러나 보상만큼 위험도 크다. 그린의 좌측으로 연속되는 6개의 벙커가 입을 벌리고 있고 그린 우측은 긴 해저드가 버티고 있다. 2번째 샷에서 그린을 노리던 오지현의 공이 좌측의 벙커로 빠졌다. 벙커 탈출을 시도한 샷이 핀과 거리가 있는 곳에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버디 퍼팅이 실패로 끝났다. 앞서 김효주와 김세영은 모두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둔 상태였기 때문에 오지현은 자연스럽게 우승에서 멀어졌다.
김효주와 김세영은 LPGA 투어 선수의 자존심이라도 보여주려는 둘만의 연장 승부를 펼쳤다. 많은 사람들이 김세영의 우세를 점쳤다. 연장에 특별히 강한 선수가 김세영이다. 게다가 김효주는 여전히 여린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러나 모두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연장 첫 번째 경합에서 김효주는 2미터 이상의 오르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고, 김세영은 1미터 남짓한 내리막 퍼팅이 홀컵에 떨어지지 않아 버디에 실패했다. 이날의 우승으로 김효주는 KLPGA 투어 개인통산 10승을 채웠다. 2016년 12월 있었던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이 김효주의 KLPGA 투어 9번째 우승이었다.
김효주는 6월 18일 열리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까지는 KLPGA 투어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김효주의 경기력이라면 향후 재개될 LPGA 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충분해 보였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