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품위있게' 외친 김태환, "아직 포항에 갚아줄 것이 많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0.06.08 13: 51

"4-0 대승에도 전혀 분이 풀리지 않았다. 아직 당시 팬들의 슬픈 얼굴이 떠오른다"
울산 현대는 지난 6일 오후 7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0 KEB 하나원큐 K리그1 2020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원정 경기에서 이청용의 멀티골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울산은 승점 11점(3승 2무)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전북 현대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이어갔다. 반면 포항은 동해안 더비서 완패하며 승점 7(2승 1무 2패)에 머물렀다.

울산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큰 경기였다. 모든 울산의 구성원이 즐긴 동해안 더비 대승이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더 큰 감동을 누렸을 사람이 있다. 바로 '치타' 김태환이다.
김태환은 지난 시즌 포항과 최종전서 팀이 대패하는 모습을 관중석서 지켜봐야만 했다. 전 라운드 전북과 맞대결 후반 38분 옐로 카드를 얻어 경고 누적으로 포항전 출장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번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OSEN과 인터뷰서 김태환은 "그때 포항전서 함께 하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함이 컸다. 우승 결정전에 동해안 더비라 더 아쉬웠다.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김태환은 이번 동해안 더비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아픈 기억만 생각하면 발전이 없다. 나를 비롯한 우리 팀 모두 그 포항전을 바탕으로 더 발전하려고 한다. 너무나 큰 동기 부여다"라고 답했다.
이런 각오가 승리로 이어진 것일까. 울산은 포항을 압도하며 역대 동해안 더비 원정팀 최다골차 승리를 거뒀다. 김태환은 '파트너' 이청용과 함께 측면을 지배하며 클래스를 보여줬다.
김태환은 경기 후 인터뷰서 "사실 라커룸서 동료들 눈빛을 보고 '아 무조건 이겼다'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마음먹으면 어떤 팀이든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고 미소를 보여줬다.
제대로 포항에 한 방 먹이긴 했으나 아직 2019년 12월 1일의 '한'에는 아직 모자라다. '헹가래 사건'으로 인해 울산 선수단은 포항에 대한 여느 때보다 강한 승부욕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울산 선수들을 결집시키는 '투사'답게 김태환은 경기 후 자신의 SNS에 "우리는 품위있게 가자"라며 헹가래 사건을 꼬집기도 했다.
김태환은 "아직도 갚아줄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 이겼지만 조금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라면서 "김태환은 "지난 2019년 12월 1일 관중석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응원해주시던 팬들의 슬픈 얼굴이 생생하다. 아직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그 경기 덕에 더 강해졌다"고 소회했다.
이번 포항전 대승으로 김태환은 울산 팬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어느 정도 덜게 됐다. 이날 김태환은 울산이 골을 기록할 때마다 '더 넣자, 더 넣자'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울산의 4번째 쐐기골인 주니오의 골이 들어가고 나서도 김태환은 동료 선수들에게 '골 더 넣자'라고 큰 소리로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묻자 김태환은 "사실 득점할 때마다 팬들의 환호가 떠올라서 그랬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을 위해 이겨서 좋지만 내심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도 컸다"고 털어놨다.
포항전 대승으로 기세를 찾은 울산은 다음 라운드 성남 FC와 홈경기에 나선다. 김태환은 "승리에 취해있지 않겠다. 내일부터는 다시 달리겠다. 꾸준한 모습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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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는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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