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을 마무리 하면서 99즈 캐스팅부터 극중 러브라인, 그리고 다음 시즌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달 종영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았다.
방송 때마다 '대히트'를 기록한 '응답'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작품으로, 3월 12일 첫 시작됐으며, 5월 28일 방송된 최종회가 14.1%(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원호 PD는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주요 배역 5명의 배우들에 대해 "아무리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고 대사를 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들이 정말 친한지는 화면 너머까지도 다 보인다"며 "그래서 '응답하라 1997'때부터 주요 출연진들을 친하게 만드는 사전작업들을 했었고,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99즈' 역시 촬영 전에 이미 모두 친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선생님 아닌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응답하라 1997'때부터 현장에서 '조용히 하라'는 소리를 많이 했는데, '99즈'도 자기들끼리 너무 신나 하더라. 그래서 말은 시끄럽다고 해도 고마웠다"며 "그 케미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그래서 더 좋아해 주신 것 같기 때문이다. 배우 개개인에 대한 만족도도 물론이지만, 5명이 진짜 절친들처럼 잘 지내준 부분도 '캐스팅을 잘 했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시즌1 최종회에서는 이익준(조정석 분)이 학회에 가기 전 속초에 있는 채송화(전미도 분)를 만났다. 이익준은 채송화에게 "나도 고민 상담할 게 있다"며 "잘 들어라. 친구다. 오래 본 친군데 좋아하게 됐다. 고백하면 어색해질 것 같고 그렇다고 이번에도 고백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 할 것 같다. 어떡하지. 대답은 천천히 하라. 갔다와서 듣겠다"며 그동안 숨겨뒀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향후 시즌2에서 이익준, 채송화, 안치홍(김준한 분)의 삼각 러브라인이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증을 높였다.
이들이 삼각 러브라인에 대해 "시즌1과 시즌2에서 다뤄질 국면들을 나눠야 했다"며 "미리 다 보여주면 드라마를 물리적으로 12편 씩 나눠서 보여주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에 의미 있는 시즌제를 위해서는 각 시즌이 보여줘야 할 색깔과 국면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병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는 근간은 같으면서도, 그 외의 포인트는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다. 채송화의 마음도 '그 외의' 포인트에 포함될 수 있는 지점일 수 있다"고 답했다.
신원호 PD는 "우리 드라마는 멜로 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라서, 멜로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과 같았으면 이익준이 부인의 바람을 알고 난 뒤 괴로워해야 하지만, 이익준에게는 어린이 날을 앞두고 사망한 환자가 있다. 그런 상황들이 맞물렸을 때, 아무도 이혼한 걸 모르면서 일을 덤덤히 해결해나가는 것들이 더 페이소스가 느껴지고, 작법상으로도 멋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 우리들도 이별하고 나와서 일 하고, 오늘을 살아가지 않나. 특히 의사 같은 전문직은 내 앞에 환자가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삶에 멜로가 침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그래서 멜로에 집중해서 보면 캐릭터의 속마음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는 채송화가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준비하며 살진 않지 않나. 전 연애에 대한 상처 등의 이유로 채송화가 '내가 누굴 좋아하지?'라고 선택할 상황이 없었다. 시즌1 막판에 그런 상황들이 왔고, 다음 시즌에 채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며 시즌2에서 확인해달라고 했다.
특히 신원호 PD는 처음 호흡을 맞춘 조정석에 대해서 "못 보던 유형의 배우다. 뭐랄까 늘 놀랍다. 연출로서 이 부분은 아무리 새롭게 하려고 해도 뻔하게 나오겠다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 예상 밖의 뉘앙스와 톤을 던지는 배우다. 심지어 같은 대사들도 컷마다 달랐다. 난 그게 너무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함께 "표정과 몸짓이 프리한 친구다 보니,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얻어내는 게 정말 좋았다. '이런 걸 이렇게도 할 수 있네'라고 깨닫게 해준 친구다. 나의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해준 친구기도 하다. '연기한 지 오래됐는데도 매번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를 보여준,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며 극찬했다.
이번 드라마에서 최대 수혜자를 꼽으라면 단연 전미도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연극, 뮤지컬 등 공연계에서 내공을 탄탄히 다진 '베테랑 배우'이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인지도가 낮은 인물이다. 그러나 '슬의생'을 통해 전국구 인지도를 갖게 됐다.
"어떤 배우의 캐스팅이 가장 뿌듯하냐?"라는 질문에 신원호 PD는 "누구 한 명을 꼽긴 힘들지만, 시청자들이 잘 몰랐던 배우였다는 점에서 가장 큰 뿌듯함은 당연히 전미도"라며 "이미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아온 연기자에게 연기하는 공간이 바뀌는 것 쯤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고 답했다.
이어 "놀라운 건 이미 잘하면서도 노력한다. 전미도는 정말 모범생 같다. 이를테면 베이스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캐논'을 해낸 것도 놀랍지만,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그 어려운 슬랩을 해내는 순간, '너는 정말 모범생 같다'라고 칭찬할 수 밖에 없었다. 베이스 선생님도 초보가 할 수 있는 진도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해냈다. 악기 연주도, 교회에서 춤추는 씬도 너무 완벽하게 해냈다"며 전미도의 성실함을 칭찬했다.
또한, 신원호 PD는 "하지만 모범생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틀에 박혀있지도 않아 늘 예상치 못한 연기를 던져준다. 깜짝깜짝 놀랄만큼 영리하다. 정말 든든하면서도 똑똑한 큰딸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슬의생'은 목표로 세웠던 시청률 4%에서 3배가 넘는 수치를 달성하면서 기분 좋게 마무리됐다. '주 1회 방송'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편성에도 큰 인기를 끌었으며, 조정석이 부른 OST는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원호 PD는 "1회 시청률은 방송 전 제작발표회 때 4%를 이야기했는데, 정말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처음 도전하는 시간대고 주 1회 편성임에도 잘 나왔다. 감사한 수치고, 꾸준히 올라가는 시청률을 보며 저희들끼리도 신기하면서도 다행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전작까지는 '끝났다'라는 느낌과 함께 긴장이 풀어졌었는데, '슬의생'은 시즌제라서 그런지 아직 안 끝났다는 생각이 있어 긴장감이 온전히 풀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시즌2가 끝나면, 이 여파가 몰려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며,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들의 결과보다도 안도하게 되는 지점이고, 주 1회 방송을 버티면서 따라와 준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작품을 하면서 늘 목표했던 건 공감이었는데 이번 온∙오프라인 반응들은 모두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했다. 시청한 후 '좋았다', '힐링 됐다', '보는 내내 너무 따뜻했다'라는 후한 댓글들이 많았고, 오프라인에서도 정말 생전 드라마 안 볼 것 같던 분들에게 오는 감동의 반응들도 많았다. 그런 리액션들이 피디라는 직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온기가 공유됐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고 싶은 건 모두 전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시즌1이 마무리된 '슬의생'은 내년 시즌2로 돌아온다. 신원호 PD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모든 부분을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올해 말에 촬영을 시작할 계획인데, 방송 시기는 미정이다. 그간 12주간을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애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다음 시즌까지 또 기다려 주셔야 하는데 이 따뜻한 감성을 한켠에 품으시고 같이 잘 잊지 말고 기다려 주셨다가, 지루하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시고 꼭 돌아왔을 때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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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