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작품이다”, “가슴 속으로 진하게 밀려드는 무언가가 있다.”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의 언론시사회가 9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진영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 조진웅과 배수빈, 정해균이 참석했다.
‘사라진 시간’은 33년차 배우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라 더 많은 관심을 모으는 작품. 정진영은 이번 작품으로 오랜 꿈이었던 감독 데뷔를 하게 됐다. 그는 “어렸을 때 꿈이 영화 연출이었는데 계속 배우를 했다. 성인 삶의 대부분을 배우로 진했다. 20여년 전에 연출부 막내로 한 작품을 했다. 영화 연출로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지니면서 그 꿈을 접고 살았다. 4년 전 쯤에 50살이 넘은 후에 내가 능력이 되든 안 되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소박하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영화 만들었다가 망신 당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족쇄로 나를 묶었다. 하고 싶은 것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정진영은 이번 작품에 대해서 “사실 이 시나리오 쓴 것은 2017년 가을, 겨울이다. 2018년에 촬영하고 벌써 3~4년이 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어야지, 촬영할 때만 해도 개봉에 대해서는 실감을 안했다. 굉장히 행복했다”라며, “내가 연출로 한 마지막 작업은 지난해에 다 끝났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개봉 때가 되서 제작보고회를 하고 언론시사회를 하니까 ‘이렇게 무서운 자리라는 것을 생각 못하고 시작했지’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하고 떨린다”라고 덧붙였다.
정진영은 배우 조진웅을 이번 작품 주인공으로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대해서 정진영은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인물들의 말투 같은 것을 머릿 속에서 그리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된다. 내가 작품에서 같이 했던 조진웅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인물인 것 같다 생각하고 조진웅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조진웅 씨의 여리고 순한 모습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진웅에 대해서 “굉장히 키도 크고 덩치도 커다랗고 허세도 클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데 굉장히 여린 사람이다. 형구는 고난을 이겨내는 영웅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동의하고 살 수밖에 없는 여린 사람이다. 연기는 너무 잘하고, 따뜻한 여린 모습의 조진웅을 이 영화 속의 형구로 모시고 싶었다. 감사히 책 보내자마자 하루 만에 읽고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조진웅은 의문의 화재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시골 마을을 찾은 형사 형구 역을 맡았다. 수상한 마을 주민들을 조사하던 어느 날 아침, 형구는 화재 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깨어난다. 이후 집도, 가족도, 직업도 그가 기억하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면서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또 정진영은 극 중 비밀을 지닌 외지인 교사 수혁 역을 맡은 배수빈에 대해서는 “배수빈 씨는 같이 작품을 했던 친구다. 수혁은 한없이 착하다. 연기할 때 악역도 잘하지만 배수빈 씨 내면에 있는 따스함을 안다. 그 눈빛을 이 영화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다. 시나리오 보고 역시 보자마자 하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수혁은 시골 마을의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인물로, 아내 이영(차수연 분)와 전원생활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부부다.
또 정해균은 외지인 부부 수혁(배수빈 분)과 이영(차수연 분)의 비밀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주민 해균 역을 맡았다. 엄청난 비밀을 홀로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뜻하지 않게 마을 전체에 외지인 부부의 비밀을 퍼뜨리게 되고, 이는 걷잡을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을 불러일으킨다.
‘사라진 시간’은 정해진 답을 주는 작품이 아닌 만큼 출연한 배우들은 영화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먼저 조진웅은 “오히려 시나리오는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몰랐다. 감독님만 믿고 만들어가고 완성된 것을 보니까 하나의 명제를 두고 설명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슴 속으로 진하게 밀려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냥 흐름을 쫓아 간다. 자연스럽게 쳐다보면 자연스럽게 소화가 될 듯하다”라고 말했다.
또 배수빈도 “모호한 작품”이라며,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조진웅 배우와 정해균 선배님인 것 같다. 선후배 배우님들이 존경스럽기는 하다. 감독님도 존경스럽다. 구체화돼서 스크린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경이롭다. 다 알지만, 느낌은 있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구체화되고, 이것이 영화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말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그러면서 순간 순간 재미 있기도 하고 어이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부분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꼽았다.
이에 정진영 감독은 ‘사라진 시간’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사실 내 인생에 원래 감독이 아니었으니까 이 이후로도 다시 연출을 하게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단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어릴 때부터 나이 먹어서도 하는 고민인 것 같다. ‘나는 누구지? 내가 생각하는 내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규정하는 나와 충돌할까?’라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시놉시스는 어느 날 갑자기 바로 썼다. 계기가 있었는데 말씀드리기 힘든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에 개봉된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