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시간' 정진영 감독 "첫 연출작에 배우로? 안 된다고 판단" [인터뷰③]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0.06.11 13: 44

정진영 감독이 '사라진 시간'에 출연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영화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작업"이었다고 했다.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에서는 영화 '사라진 시간'을 연출한 정진영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사라진 시간'(각본감독 정진영,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비에이엔터테인먼트·㈜다니필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정진영은 지난 1988년 연극 '대결'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으며, 33년 차 베테랑 배우에서 처음으로 연출에 도전했다. '사라진 시간'은 오랜 기간 꿈꿔왔던 영화 감독에 도전한 그의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런 정진영을 위해서 후배 조진웅부터 배수빈, 정해균, 차수연, 이선빈, 신동미, 장원영까지 다채로운 매력의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정진영은 각본 및 감독을 맡았고, 시나리오 구상을 시작할 때부터 조진웅을 머릿속에 주인공으로 그리며 집필했다. 조진웅은 '사라진 시간'의 형구 캐릭터에 최적화된 0순위 배우였다. 정진영 감독은 평소 작품을 통해 봐왔던 조진웅의 액션이나 말투 등을 떠올리며 캐릭터를 구상했고,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받은 지 하루만에 출연을 결정하면서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오랜 꿈을 이룬 기분에 대해 그는 "요즘 확실히 정신 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다"며 웃더니, "감독은 어릴 때부터 꿈이었지만 긴 시간 배우로 살았고, 스스로 연출할 능력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도전하지 않았고,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다 4년 전부터 용기를 냈다. '영화 만들어서 망신을 당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과 두려움, 능력 부족 등 많은 생각이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 결과가 어찌됐든 해보고 싶었다. '내가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하게 시작했다"며 감독이 된 계기를 밝혔다.
이어 "장률, 홍상수 감독님의 독립영화 작업을 꾸준히 했는데, 연출을 하기 위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꼭 거대 자본이 아니라도, 이야기를 운반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자본과 나의 정성, 그리고 동료들의 진심으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당연히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며칠 동안 낑낑대다가 탁 풀리는 순간의 쾌감이 크더라. 후반 작업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 하나 하나를 지켜보면서 동시에 배웠다"고 말했다.
개봉을 일주일 남겨 둔 정진영은 "감독의 입장에서 개봉은 처음이라 이것도 경험하지 못했다"며 "예상하지도 못한 순간이다. 배우로서는 경험해봤는데 지금은 너무 다르다. 이건 끝나봐야 알 것 같다"며 웃었다.
"혹시 직접 출연할 계획은 없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럴 여력도 없었다. 한 작품 만들기도 힘든데, 출연하는 건 안 될 것 같더라. 예전에 영화 '초록 물고기'를 찍을 때 배우를 하면서 연출부도 했는데, 그때 굉장히 후회했다. 그것과 비교할 순 없지만 정말 하나 하기도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라진 시간'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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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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