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이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대해 "대본을 처음 봤는데, 확실히 생각하지 못하는 수들이 있었다"며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시나 싶었다"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는 SBS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 이림으로 열연한 배우 이정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4월 17일 첫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악마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이과(理科)형 대한제국 황제와 누군가의 삶·사람·사랑을 지키려는 문과(文科)형 대한민국 형사의 공조를 통해 차원이 다른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드라마계 스타작가 김은숙과 톱스타 이민호가 만나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민호는 소집해제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더킹'을 선택했고, 김고은, 우도환, 이정진, 정은채 등이 합류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태양의 후예' 백상훈 PD,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정지현 PD가 연출을 맡았다.
이정진은 극중 선황제의 이복형이자 이곤(이민호 분)의 큰아버지인 금친왕 이림을 연기했다. 태어나기는 첫째 아들이었으나 어미는 황후가 되지 못한 채 죽어 귀인으로 추증됐으며, 서자라는 이유로 13살이 돼 금친왕으로 봉해졌다. 내면에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한 인물로 이복형을 살해한 뒤, 25년간 황제 이곤과 대립각을 이뤘다. 또, 대한제국 40대 이림과 대한민국 70대 이성재의 1인 2역을 오가며 열연을 펼쳤다.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정진은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강렬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정진은 평행세계를 다룬 '더킹'에 대해 "처음에 글로 봤을 땐 '평행세계를 어떻게 이해하지?" 싶었는데, 사전에 대본을 봐서 전체적인 그림이 쉽게 그러졌다"며 "게다가 이림 캐릭터는 굉장히 독특해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을 주기 싫었다. '다른 작품에서 누군가 연기했던 거 같은데?'라는 모습은 안 보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감독님과 고민했는데, 잘 표현됐나 모르겠다. 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이곤과 정태을(김고은 분)이 각자의 차원에서 악인 이림을 없애고 평행세계를 되돌리고자 했다. 이곤은 역모의 밤에서 만파식적을 들고 도주한 이림의 뒤를 쫓았고, 결국 당간지주 앞에서 이림을 사인검으로 베며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렸다. 정태을 역시 차원의 틈에 가두고 있던 이림을 총으로 쐈다. 그 순간 이림이 남긴 시계가 되돌아가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이림을 죽이고 26년 만에 황제의 소명을 지키게 된 이곤은 다시 어렵게 재회한 정태을과 평행세계를 여행하면서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얼굴을 선보인 이정진은 "어떤 장면이든 신경 쓰려고 했지만, 오히려 힘을 빼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분량은 별로 없지만, 한 번 쓱 지나가도 존재감이 센 캐릭터였다. 그래서 일부러 강하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림이 죽음을 맞는 최후의 엔딩에 대해 "초반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정확한 결말까지는 없었지만, 감안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종방연도 따로 못했는데, 나중에 따로 한 번 만나면 얘기를 나눠봐야겠다"며 웃었다.
이정진은 '히트작 제조기'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 처음으로 캐스팅됐다. 출연하는 배우도 궁금하게 만드는 대본이라고 했다.
그는 "이전 드라마는 방송으로 봤고, 대본은 처음 받았는데, 생각하지 못하는 수들이 확실히 있더라.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시나?' 그런 것도 있었고, 대본을 보면서 더 궁금한 점도 생겼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이정진은 "사실 배우가 연기를 하면 자기 역할에만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더킹'은 '다음 회가 어떻게 되는거야? 이 사람의 스토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하면서 전체 이야기에 힘이 있고, 참여하는 나도 굉장히 궁금했다"고 말했다.
"시청률이 예상보다 조금 낮아서 아쉬웠는데 어땠나?"라는 질문에 "결과는 내가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난 20년 동안 잘 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데, 나한테 얼마나 기억에 남고 좋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이번 '더킹'으로 해외 팬들도 많아지고, 새로운 작품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생겼다"며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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