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진이 평행세계에 관련된 질문을 받은 뒤 "난 배우를 하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며 현재의 삶에 만족했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카페에서는 SBS 금토드라마 '더 킹 : 영원의 군주'에서 이림으로 열연한 배우 이정진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더 킹 : 영원의 군주'는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드라마계 스타작가 김은숙과 톱스타 이민호가 만나 캐스팅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민호는 소집해제 이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더킹'을 선택했고, 김고은, 우도환, 이정진, 정은채 등이 합류하면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태양의 후예' 백상훈 PD,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정지현 PD가 연출을 맡았다.
이정진은 극중 선황제의 이복형이자 이곤(이민호 분)의 큰아버지인 금친왕 이림을 연기했다. 태어나기는 첫째 아들이었으나 어미는 황후가 되지 못한 채 죽어 귀인으로 추증됐으며, 서자라는 이유로 13살이 돼 금친왕으로 봉해졌다. 내면에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한 인물로 이복형을 살해한 뒤, 25년간 황제 이곤과 대립각을 이뤘다. 또, 대한제국 40대 이림과 대한민국 70대 이성재의 1인 2역을 오가며 열연을 펼쳤다.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이정진은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강렬한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일 방송된 마지막 회에서는 이곤과 정태을(김고은 분)이 각자의 차원에서 악인 이림을 없애고 평행세계를 되돌리고자 했다. 이곤은 역모의 밤에서 만파식적을 들고 도주한 이림의 뒤를 쫓았고, 결국 당간지주 앞에서 이림을 사인검으로 베며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렸다. 정태을 역시 차원의 틈에 가두고 있던 이림을 총으로 쐈다. 그 순간 이림이 남긴 시계가 되돌아가며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놨다. 이림을 죽이고 26년 만에 황제의 소명을 지키게 된 이곤은 다시 어렵게 재회한 정태을과 평행세계를 여행하면서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정진은 "이림이 초반부터 센 캐릭터라서 대본을 받았을 때 '어떻게 표현하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편향되고 싶지 않더라"며 "내 예전 모습을 생각해보면 새로운 것들에 많이 도전했다. '갑자기 저런 걸 왜 하지?'라는 얘기를 꽤 들었다. 예능 '남자의 자격'을 할 때도 '왜 예능하세요?' 그러더라.(웃음) 그런데 그런 선택들이 모여서 지금이 날 있게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극중 쉽지 않은 1인 2역을 소화한 이정진은 "그나마 한 쪽 캐릭터가 대사가 적어서 다행이었다"며 "시간 설정은 2020년이었지만, 이림은 그냥 왕이다. 사람을 죽여도 죄책감이 없는 캐릭터라서 모든 사람들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설정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림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에 대해 "1회에서 이림이 이성재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미천하게 사는 거야?'라면서 죽이는 장면이다. 그리고 9회~10회에서 이곤과 해운대에서 첫 대면했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굉장히 긴장감 있는 부분이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드라마처럼 평행세계가 있다면, 어떤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느냐?"라는 질문에 "지금도 충분히 좋지만,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긴 할 것 같다. 내가 만약 연예인이 안 됐다면...난 배우를 하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다.(웃음)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는 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눈으로 봐야 믿는 성격이라서 평행세계도 그렇게 믿는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더킹'을 만나기 전까지 3년이란 공백기를 가진 이정진은 인터뷰 내내 '다작'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일부러 쉰 건 아니고, 잘 안 불러주더라.(웃음) '더킹'을 시작으로 '쟤는 왜 저렇게 많이 나와!'라는 말을 듣고 싶다"며 "특별히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는 없다. 그냥 시켜주는 대로 뭐든 다 하고 싶다. 그런데 항상 강한 캐릭터가 잘 맞는 편인 것 같다"고 답했다.
어느 덧 데뷔 23년 차인 이정진은 "요즘따라 '몸 관리를 잘해야 되겠구나'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선 몸이 안 되면 할 수 없다"며 "배우로서 40대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작품을 고르느라 장고하진 않을 것 같다. 여력이 된다면 올해 안에도 하나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작품은 전부 후회스럽고, 미련이 남기 때문에 앞으로 만날 작품이 나의 최고의 작품이 되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 hsjssu@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