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액션 스릴러 ‘#살아있다’는 장르적 색채를 살려 러닝타임 내내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좀비가 창궐한 서울의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생존기가 짜릿한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유아인과 박신혜의 연기에 집중하며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캐릭터의 변화에 현재의 우리를 대입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전례없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 퍼졌다는 것과 맞물려 시의성이 통했다는 점에서 보는 재미가 있다.
영화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조일형 감독은 15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에서 진행된 새 영화 ‘#살아있다’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아파트라는 닫혀 있는 공간에서 복도, 계단, 옥상, 주차장 등은 어떻게 보면 한정된 장소지만 여러 장면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머무는 탓에 기자간담회에 참석하지 못 해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이어 조 감독은 “원작에서 어떤 부분을 가져올지 스태프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며 “저는 이 영화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생존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느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얘기할까, 하는 게 저의 주된 목적이었다”고 감독으로서 의도한 영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퍼스펙티브픽처스)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들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단절되자, 아파트라는 공간에 고립돼 생존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방식을 그렸다. 정체불명의 질병에 감염된 사람들은 좀비처럼 변신해 타인을 물고 뜯고 살해한다.
질병에 감염돼 정체불명의 존재로 변한 사람들은 기존에 봐 왔던 좀비의 특징을 지녔지만 구분되는 면모가 있다. 인간이었을 때 각각 가졌던 습관이나 직업적 특색이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 또한 시청각, 후각도 둔화되지 않아 사람들을 공격할 때 다가가는 공포 심리가 배가된다.
무엇보다 준우가 갑자기 닥친 이 같은 현실로 인해 ‘멘붕’에 빠지는 모습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연상케 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많은 분들이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 같다. 특히 영화인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며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진풍경이 펼쳐진 것 자체가 상당히 생소하다. 생존, 고립, 자유에 대한 갈망이 뒤섞인 영화다 보니 이 시국과 맞물린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교롭게 ‘#살아있다’라는 영화가 많은 분들의 공감을 가져갈 지점이 생기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국내외 좀비물 중 참고한 작품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제가 좀비 영화를 좋아해서 조금 참고하고 싶었던 영화는 ‘좀비랜드’”라며 “‘#살아있다’도 어떻게 보면 코믹한 부분이 있다. 코믹 좀비물을 참고해서 인물들이 호흡하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의 풍성함을 살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갖고 임했다”고 말했다.
같은 질문에 박신혜는 “제가 ‘워킹 데드’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다. (출연 결정 후) 다시 한 번 보면서 그 영화에서 쓰인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세히 본 거 같다. 그런 소재들을 자유롭게 이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유아인은 이어 “강렬함, 친숙함, 귀여움, 옆집 청년 같은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어떤 때는 코믹스러운 느낌을 내기 위해 노력했던 적도 있다. 군데군데 포인트가 돼주어야 하는 지점에서는 강렬한 감정선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물의 풍성함을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박신혜는 “그동안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역할이었다면 유빈은 본인이 처한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 달랐다고 생각한다”며 “굉장히 계획적으로 살던 유빈에게 새로운 일들을 던져준 사람이 준우이다 보니 그 속에서 살려보고 싶었다. 유아인이 (영화를)한다고 결정해서 저도 선택한 게 크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조일형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어디였느냐’는 물음에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라며 “(갇힌) 준우가 어떻게 변화하고, 나중에 유빈을 만나 달라지는데 마지막에 희망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이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만 하는 감정의 변화에 신경을 썼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아파트에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1천 평 부지에 아파트 단지 세트를 제작했다. 사전에 수많은 아파트들을 직접 실측하며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아파트라는 공간이 유일한 생존자 준우, 유빈과 함께 영화의 분위기와 특징을 만드는 주요 소재다.
조 감독은 “원작을 봤을 때 장르물의 성격이 강했고 갇힌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며 "그러나 저는 한국화하면서 공간적, 미술적 세팅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복도식 아파트는 정체불명의 좀비들이 갑자기 들이닥칠 때 공포감을 극대화하면서 탈출구로 달려가기까지 극도의 쾌감을 자아낸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살아있다’를 위해 탄생한 아파트가 재난 액션 스릴러물의 장점을 살리는 데 큰 힘을 더했다.
성격이 다른 준우와 유빈이 생존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놓고 고군분투 해나가는 과정이 숨 가쁜 긴장감을 더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이달 24일 개봉.
/ purplish@osen.co.kr
[영상] 최재현 기자 hyun30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