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소니의 화양연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전소니는 지난 1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화양연화-삶이 꽃이 된 순간’(이하 ‘화양연화’)에서 과거 윤지수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현재의 윤지수인 이보영과 2인 1역으로 1990년대 과거 대학생 시절을 풋풋하게 그려냈다.
16일 오전,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종영 인터뷰에서 전소니는 “지수를 연기하면서 세상이 너무 예뻐보였다. 제가 그렇게 지냈는지 돌이켜 보니 알겠더라. 지수를 연기했던 시간이 제겐 화양연화였다. 지수로 사는 동안 제가 신나 있더라. 너무 좋은 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내가 좋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하며 지냈다. 그 시간이 제게는 화양연화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화양연화’는 추억을 소환하는 1990년대의 감성, 서정적인 스토리와 주연 배우들의 호연, 감정선의 변화를 전달하는 섬세한 연출과 아름다운 영상미 등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참 예뻤다. 과거의 윤지수로 분한 전소니는 과거의 한재현 역의 갓세븐 박진영과 호흡을 맞추며 풋풋했던 스무 살의 첫사랑을 완벽하게 소환했다.
그는 “제가 누나라서 실제로도 박진영 배우를 재현 선배라고 불렀다. 불안할 때 옆에서 많이 도움이 됐다. 멜로가 처음이라 먼저 많이 물어봤는데 성심성의껏 대답해주더라. 그래서 더 신나서 뭔가를 하고 싶었다. 얘기하는 재미가 컸다. 같이 연기한 느낌이다. 제가 느끼는 진영 배우는 이 신에서 뭘 해야하는지 분명히 알고 잘 표현하고 진심을 담더라. 매 신 당연하게 하지 않고 애쓰면서 연기하더라. 많이 의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첫 키스신이었다. 어쩔 줄 몰라서 로봇이 됐다. 바다에서 너무 추워서 더 그랬다. 정말 로봇 같아서 재현 선배가 마음 상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된다. 키스신 모음 영상을 커닝하며 참고했는데 너무 어른스러워서 감독님이 ‘그건 지수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저희가 잘한 것보다는 촬영이나 연출이 좋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전소니는 현재 윤지수로 분한 이보영의 대학 시절을 그려냈다. 과거와 현재, 2인 1역이기에 붙는 신이 엔딩 외에 많지 않았지만 이보영과 전소니는 따로 또 같이 윤지수를 합작해냈다. 싱크로율이 중요하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전소니 표 1990년대 윤지수, 이보영 표 2020년 윤지수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전소니는 “이보영 선배와 2인 1역이라 처음엔 부담이 있었는데 ‘우리 사이에 지나간 세월이 있으니 과거의 지수를 잘 살면서 그걸 나한테 잘 주면 그게 설득력이다. 네가 지수로서 잘 살라’고 하셨다. 싱크로율에 중점을 두고 했다기보다 발버둥쳤다. 친구들 만나서 사적인 대화를 해도 지수 생각만 나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현재의 지수를 보면서 속상했다. 현재의 재현을 볼 떄도 그랬다. ‘바보야, 집에 가’ 이런 마음이었다. 지수가 중후반까지 힘들어해서 마음 아팠다. 이보영 선배한테 ‘지수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했는데 선배도 울먹하더라. 캐릭터가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이 같았다. 그런데 과거의 재현은 현재의 지수랑 교차도 되는데 저는 마지막 회 대본 볼 때까지 붙는 신이 없어서 선배들이랑 하고 싶었다. 자기 캐릭터의 미래를 볼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전소니는 또 다른 첫사랑 캐릭터를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국민 첫사랑 수지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 아닌가’라는 우스갯소리에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워하기도. 어떤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기 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최선을 다해 소화하며 한 걸음씩 성장해나가는 그다.
전소니는 “내가 뭘할 때 즐거운지 찾고 그 시간을 잘 채우는 게 중요한데 쉽지 않더라. 일할 때 에너지가 많아지는 타입이다. 성인이 되면서 어릴 때보다 마음이 드러나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스무 살 윤지수를 순진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최대한 내 경험치를 무기로 방어적으로 되려고 하더라. 예상하고 조심하고 마음을 닫게 되고. 너무 빨리 어른이 돼서 굳지 말아야지 싶다. 그래야 즐겁게 계속 연기할 테니. 철없이 지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끝으로 그는 “‘화양연화’는 여러분에게 내 기억의 한 장면 같은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다. 현재의 지수가 ‘계절이 그 사람 손을 잡고 와’ 이렇게 얘기했는데 제 계절은 진짜 지수의 손을 잡고 올 듯하다. 어떤 날씨, 어떤 공간에서 문득 떠올릴 수 있었으면, 문득 꺼내보는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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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숲엔터 제공, 화양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