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등교하다가 제가 붙었다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3초간 기분이 좋았는데 그때부터 걱정되기 시작했다.”
배우 홍경(25)이 OSEN과의 인터뷰에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느냐는 질문을 받고 “오디션과 달리 이제부터 그 인물이 돼야 했기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결백’(감독 박상현, 제작 이디오플랜, 제공배급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은 2018년 말 촬영을 시작해 3개월 간의 작업기간을 거쳐 지난해 2월 28일 크랭크업 했다.
홍경은 ‘결백’에서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된 배우다. 촬영 전 한 달 가량 남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지적 장애인 정수로 변신해야만 했다. 그는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감독님과 리딩을 했다.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감독님에게 문자를 보내 캐릭터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며 “장애인을 주목하는 영화가 아니라 여러 인물들 안에 정수라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래서 저는 법정 신(scene)이나 엄마 뒤에 붙어있는 신에 집중했다. 어머니의 불안과 초조, 치매 증상들이 표출돼야해서 정수의 감정 높낮이에 신경썼다”고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로 표현한 과정을 전했다.
촬영장에서 정수의 감정을 잡는 게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홍경은 “정수의 움직임은 제일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며 “정수만의 특수한 움직임이 있지만 여러 명의 사람들 안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었다. 다른 것들이 중점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결백'에서 홍경은 짧지만 막강한 임팩트를 보여주며 화자(배종옥 분)의 아들이자, 정인(신혜선 분)의 남동생 역을 절박한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했다.
홍경은 “캐릭터로 주목받고 싶은 마음은 없었고 걱정과 불안감이 컸다. 장애인이나 그의 가족들이 보셨을 때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연기로 정수를 표현하려고 했던 게 첫 번째 목표였다. 영화는 팀 스포츠고 잘 어우러져야 한다. 배우는 어느 포지션에서 뛰어도 잘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것 안에서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저 개인의 욕심이 아닌 인물로 연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비주얼적 요소를 갖춘 20대 남자배우가 장애인 캐릭터를 연기하겠다고 나서는 건 흔하지 않은 결정이다.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달달한 멜로,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게 막강한 팬덤을 가진 스타로 성장하기 빠른 코스이기 때문. 그러나 홍경은 높은 인기에 연연하는 마음보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더 컸다.
“귀공자 캐릭터를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것보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을 표현하는 게 보는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배우는 정말 거울 같다’는 말을 듣고 싶다. 저는 좀 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 꽃미남 동생이나 말괄량이 같은 남동생 이미지를 가진 역할보다 배우로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홍경은 “누구나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이 일(연기)을 한다고 본다. 다만 저는 거품 낀 연기나 티끌 하나 없는 깨끗한 진공 속에서 연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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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키다리이엔티, 제이와이드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