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와 김지민, 오나미, 송은이, 김숙, 이성미가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지금과 다소 분위기가 달랐던 과거 희극인실을 재조명했다.
지난 18일 오후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는 '다큐멘터리 개그우먼' 특집으로 꾸며졌다. 개그우먼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 송은이, 김숙, 이성미가 희극인실 뒷이야기를 공개한 것.
이날 '다큐 인사이트'는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 송은이, 김숙, 이성미의 과거 개그 자료와 KBS 개그 프로그램 40년치 자료를 발굴했다. 이를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KBS 아카이브 자료를 살폈다고.
특히 '다큐 인사이트'는 김미화가 지난 1990년 KBS 코미디 대상을 받은 이후 2018년 KBS 연예대상으로 이영자가 다시 호명되기까지 28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텨왔고,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 박나래가 다시 이름을 올리기까지의 개그우먼들의 대서사시를 돌아봤다.
이와 관련해 송은이는 "이제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 회상하고, 한 번도 얘기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다큐 인사이트' 출연을 기뻐했다.
가장 먼저 '다큐 인사이트'에 등장한 김지민은 지난 2006년도를 회상했다. 당시 신인 개그우먼으로 데뷔했다는 김지민은 첫 코너였던 '연인'을 떠올리며 "기억 난다. 그걸로 신인상을 받았고 그걸로 데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지민에게 '연인'은 가슴 아픈 코너였다. 인지도는 올라갔는데 악플이랑 욕을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 김지민은 "'개그우먼인데 왜 예쁜 척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삶이 모순이었다"며 '미녀 개그우먼'이라는 타이틀로 살아왔던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특히 김지민은 "나를 시점으로 나같은 캐릭터를 그 후년, 그 내후년 계속 뽑더라. 그들보다 더 잘하지 않는 이상 교체되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 어느 순간 물리적으로 그들로 다 교체가 돼있었다"면서 당시 대세였던 '미녀 개그우먼' 신드롬을 언급했다. 이에 김지민은 자연스럽게 코너가 없어졌고, 그로부터 2년 뒤에는 방송이 하나도 없었다고. 김지민은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였다"고 덧붙였다.
박나래 또한 자신의 신인 시절을 추억했다. "얼굴로 웃기는 개그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개그를 하고 싶었다"는 박나래는 "어느 순간 얼굴로 웃기는게 대중에게 더 빨리 다가가고 웃음을 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그 시절에는 또 그런게 용납이 되던 시절이었다"며 비주얼에 치중했던 과거 개그 스타일을 언급했다. 오나미도 "'이번에는 너구나'라고 하더라. 난 못생겼다는 말을 못 들었었다. 나는 내가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개그맨이 되고 나니까 '귀엽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따로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박나래는 "개그우먼들도 웃통을 까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줄 게 너무 많다"면서 앞으로 선보일 개그 스타일을 예고했다.
'다큐 인사이트'는 이성미의 신인 시절도 재조명했다. "당시 여자 희극인이 없으니까 피디가 여자 한 명 데려오라고 했다"는 이성미는 "1980년 6월 5일이었다. TBC 개그콘테스트에서 대상 받고 개그를 시작했다"며 데뷔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이성미는 "비교할 데도 없고 마땅히 데리고 올 여자가 없었으니까 나만 데리고 쓴 거다. 그때 당시에 태어난 게 고마운 사람이었다"면서 자신에게는 '선발 대회를 통과한 여자 최초의 개그맨', '개그우먼 1호'라는 수식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자 개그맨들 사이에서 홀로 여자였다는 이성미는 "반 남자였던 것 같다"면서 "남자들하고 친하게 지내야하는 상황이었다. 다리 짧은 나로서는 열심히 뛰어다녀야 했다. '쟤는 여자니까 저거 밖에 못해'라는 말 듣기 싫어서 악착같이 연습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잘못하면 여자 전체를 독박 씌우는 거지 않냐. 내가 잘해야 다음 후배들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개그우먼의 입장을 대변했다.
'다큐 인사이트' 송은이는 "아동복을 입을 수 있는 유일한 코미디언이었다. 각종 누군가의 딸, 동네 꼬마 역할은 다 했다"고 말했다. "24시간이 늘 바빴다"는 송은이는 "지나고 보니 별로 안 바빴던 후배도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송은이가 말한 후배는 바로 김숙이었다.
김숙은 "(송은이가) 궂은 일을 다 해주셨다"면서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였다. 특히 김숙은 송은이를 향해 "다 잘하는 선배, 노래도 춤도 연기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많은 다재다능한 선배였다"면서 송은이의 다양한 매력을 칭찬했다. 하지만 송은이는 "김숙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도 "슬쩍 화음을 쌓고 들어오더라. 그래서 '이것 봐라?'하면서 딱딱해졌던 내 마음이 풀리는 계기가 됐다"며 김숙과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큐 인사이트' 송은이는 개그우먼들과 함께 했던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와 자신이 설립한 회사 '비보',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자랑하기도 했다. 특히 김숙은 "박나래나 나한테 '시대가 바뀌어서 물을 만났다'고 한다. 너무 좋은 칭찬이긴 하지만 그걸 얘기함으로서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박나래가 그런 춤을 추면 편집이 되거나 얼굴을 돌렸었다. 근데 (지금은) 이상하지 않다. 그들은 시대를 바꾼 사람 아닐까요?"라며 박나래, 안영미가 새로운 개그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성미는 송은이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송은이는 고민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는 이성미는 "나만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재능 있는 후배들을 꽃피울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송은이의 착한 심성을 극찬했다.
'다큐 인사이트' 박나래, 김지민, 오나미, 송은이, 김숙, 이성미는 "그동안 노력했던 게 이제 빛을 발하는 시간이 온 것 같다. 정말 많은 재밌는 일을 해보고 싶다. '왜 자꾸 일을 벌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난 아직 부족한 것 같다. 계속 할 거고 안주하지 않을 생각이다"면서 앞으로 펼쳐질 개그우먼들의 '대세 행보'를 예고했다.
한편, KBS 1TV '다큐 인사이트'는 소재와 형식을 뛰어넘은 다큐멘터리의 즐거운 뒤집기 프로그램.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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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1TV '다큐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