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지만 괜찮아' 김수현과 서예지의 치명적인 로맨스가 시작됐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 연출 박신우)에서는 문강태(김수현)와 고문영(서예지)의 강렬한 첫만남이 그려졌다.
문상태(오정세)는 잦은 정신발작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그를 데리러 온 문강태는 한없이 다정했다. 문강태는 자폐를 앓는 형 때문에 원치 않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그를 끔찍이 아꼈다.
고문영은 '반사회적 인격 성향'과 '아동문학 작가'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인물이었다. 고문영은 자신의 팬이라고 찾아온 아이의 환상을 깨뜨리는가 하면, 한손에 잡히는 단도에 집착하는 등 보편적인 사람들과 거리가 멀었다.
마치 감정이 없는 듯한 고문영에게도 상처는 있었다. 자신을 괴물로 생각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런 자신을 죽이려 했던 아버지였다. 특히 아버지 고대환(이얼)에 대한 고문영의 분노는 생각보다 깊었다.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났다. 이들의 첫만남은 문강태가 근무하는 정신병원에서 이뤄졌다. 고문영은 떡하니 금연구역이라고 적힌 곳에서 담배를 폈다. 문강태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그의 커피에 담배를 넣었다. 고문영은 "운명을 믿냐. 필요할 때 내 앞에 나타나주는 게 운명"이라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고문영의 동화 낭독회가 시작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급하게 끝났다. 정신병동의 한 환자가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탈출했기 때문. 환자는 두려움에 떠는 딸을 억지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고문영은 막다른 길에 몰린 부녀를 뒤에서 지켜봤다. 그리고 환자에게 "개보다 못한 인간 간만이다. 살아볼 자신은 없고 혼자 죽을 용기도 없고. 저승길에 애부터 앞세운 덜덜이 주제에. 지질하게 굴지 말고 너 혼자 죽어라"고 일침했다.
환자는 고문영의 도발에 분노했다. 그리고 고문영의 목을 졸랐다. 이때 문강태가 등장했다. 덕분에 정신을 되찾은 고문영은 칼로 환자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문강태가 칼을 그대로 감싸쥐고 고문영을 막아섰다. 첫 만남부터 지독하게 얽힌 두 사람이었다.
병원은 문강태에게 환자가 탈출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문상태가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거처를 옮긴 탓에 자잘해진 경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문강태는 퇴직금이라도 챙기기 위해 감정을 숨긴 채 병원을 순순히 떠났다.
문강태는 문상태에게 고문영의 사인을 받아주기로 약속했던 것을 뒤늦게 떠올렸다. 조재수(강기둥)의 도움을 받아 사인을 급조했지만, 고문영의 팬인 문상태는 곧바로 알아채고 말았다. 문강태는 문상태를 달래느라 고군분투하는 사이, 만남을 요청하는 이상인(김주헌)의 문자가 도착했다.
고문영도 문강태도 늦은 밤까지 잠들지 못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떠올렸다. 문강태는 고문영의 동화책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니 잊지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 애일 뿐이야'라는 내용이 문강태의 마음 속에 깊이 박혔다.
이때 문상태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악몽을 꾼 뒤 비명을 질렀다. "이맘때다. 이제 곧 나비가 날아들겠지"라고 말했던 문강태의 예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문강태는 곧바로 방을 빼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아침, 문강태는 출판사를 찾았다. 고문영은 자신의 동화책을 읽고 있는 문강태를 발견했다. 고문영은 문강태에게 거침없이 다가가 "얼마 받기로 했냐"고 쏘아붙였다. 문강태가 "이런 게 늘 통했나 보네"라고 말하자, 고문영은 "돈도 아니고 몸도 아니면 뭘 뜯어 먹겠다고 여기까지 왔냐"고 얘기했다.
문강태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문강태는 "가능하다면 당신을 한 번 더 보러. 그 눈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당신이 내가 알던 누구와 같은 눈빛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격이 고장난 사람. 양심이 구멍 뚫린 사람. 눈빛에 온기가 전혀 없는 그런 여자"라고 덧붙였다.
고문영은 문강태에게 "그 여자 무서웠냐"고 물었다. 문강태는 "좋았다. 좋아했다. 내가"라고 답했다. 그리고 어릴 적 좋아했던 한 소녀를 떠올렸다. 강력한 인연으로 얽힌 두 사람의 지독한 로맨스가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김수현이 5년 만에 안방 복귀를 알리는 작품이자, 제대 이후 처음 출연하는 드라마. 김수현은 기다림이 아깝지 않게 사연 있는 남자 문강태를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히 표현했다.
'믿고 보는 배우' 서예지의 캐릭터 소화력도 대단했다. 서예지는 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지닌 고문영을 담백하게 그려냈다. 자칫 하면 과할 수도 있는 설정이지만, 서예지의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고문영의 치명적인 매력이 극대화됐다.
김수현, 서예지의 조합부터 엄청난 관심을 모았던 '사이코지만 괜찮아'다. 베일을 벗은 두 사람의 합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들의 로맨스가 본격화될 조짐인 가운데, 향후 전개에서도 첫 회와 같은 흡인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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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사이코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