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보다 먼저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매우 부끄럽고 당황스럽다.”
맨체스터 시티는 23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0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맨시티는 포든과 마레즈가 각각 멀티골을 터뜨렸고, 다비드 실바 역시 득점포를 가동했다.
승점 3을 추가한 맨시티는 승점 63으로 1위 리버풀(승점 83)과 격차를 20점으로 좁혔다. 반면 번리는 승점 39로 리그 11위를 유지하며 중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
이날 경기를 뜨겁게 달군 것은 맨시티의 소나기 골이나 포든의 맹활약이 아니었다. 경기 시작 직전 에티하드 스타디움 상공을 날아다닌 ‘BLM(Black Lives Matter)’ 메시지를 조롱한 배너였다.
BLM은 흑인에 대한 차별을 규탄하는 문구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기 위함이다. 추모 분위기는 스포츠계에서도 이어졌고, 미국은 물론 한국, 독일, 잉글랜드 등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런 BLM에 불만을 느낀 누군가가 'White Lives matter Bunley'라는 메시지를 단 비행기를 몰고 에티하드 스타디움 위를 돌아다녔다. 번리 구단은 곧바로 성명을 발표하며 해당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선수들도 이 문구를 보고는 강한 충격을 느꼈다. 특히 자신이 뛰는 팀의 이름이 들어간 번리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
경기 종료 후 번리의 주장 벤 미는 이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경기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은 미는 “축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가장 먼저 내가 말할 것은 경기 시작할 때 비행기다”라고 입을 뗐다. “부끄럽고 당황스럽다. 일부 소수의 팬들이 그런 문구와 경기장 주변을 날아다녔다”라며 “라커룸에서 선수들은 난처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는 “이런 사람들은 어서 21세기로 들어와서 스스로를 교육시켜야 한다. 그들은 우리가 어떤지, 클럽이 어떤지, 선수들이 어떤지, 대다수의 팬들이 어떤지 대변하지 않는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미 뿐만 아니라 다른 축구인들도 이 문제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스카이스포츠’의 패널로 활동 중인 맨체스터 시티 출신 마이카 리차즈는 “가슴이 아프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이루려던 것과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