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가 개막을 못하고 있는 사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효주(25, 롯데)가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4,000만 원) 3라운드부터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샷을 하고 난 뒤에는 목과 어깨를 만지는 일이 잦았고, 공은 목표했던 방향 보다 좌측으로 휘기 일쑤였다.
28일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파72, 6503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도 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여러 차례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였던 김효주는 전반 9개홀을 돌고 기권 선언을 하고 말았다. 목에 담이 결렸다.
김효주과 같은 조에는 김지영(24, SK네트웍스)과 박민지(23, NH투자증권)가 경기를 펼치고 있었다. 후반홀부터 김효주가 빠지자 2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때부터 경기의 흐름도 마치 둘의 매치 플레이 같은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물론 챔피언조는 따로 있었다. 3라운드까지 15언더파로 단독 선두를 달린 이소미를 비롯해 생애 첫 우승을 노리는 안나린, 시즌 2승을 노리는 이소영이 짝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챔피언조가 불안불안 했다. 우승 경험이 없는 이소미 안나린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걱정스러웠다.
자연스럽게 골프팬들의 관심은 김효주-김지영-박민지 조에 쏠리기 시작했다. 전반홀은 김효주라는 이름값에 끌렸고, 후반 9개홀에서는 김지영과 박민지의 매치플레이에 초점이 모아졌다.
김지영의 파괴력은 2~5번홀 4연속 버디에서 폭발했다. 후반 12번홀 보기로 주춤했지만 13, 14번홀 연속 버디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홀에서의 버디는 어프로치를 홀 컵에 착 갖다붙여 잡아나갔고, 후반홀에서는 신들린 듯한 장거리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만들어갔다.
이에 맞서는 박민지의 공세도 무서웠다. 7~9번홀 3연속 버디를 포함해 전반에서만 4개의 버디를 낚았다. 후반의 흐름은 김지영과 박민지가 비슷했다. 김지영이 12번홀 보기 후 13, 14번홀 연속 버디에 성공했듯이 박민지는 10번홀 보기 후 12, 13번홀 연속 버디에 성공했다. 차이는 18번홀에서 나왔다. 박지영이 버디 기회를 놓친 반면, 박민지는 한 타 뒤진 18번홀에서 회심의 버디를 잡아 올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둘의 매치 플레이는 연장 2라운드에서 가서 끝났다. 파5 18번홀 2번째 샷에서 김지영은 아이언으로 온 그린에 성공했지만, 박민지는 우드샷이 왼쪽 언덕배기에 걸렸다. 박민지가 섬세한 어프로치로 버디 찬스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 전에 김지영이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둘의 승부가 끝이 났다. 김지영의 장기인 장타가 제대로 빛을 본 승부였다.
김지영은 2017년 5월 있었던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3년만에 승수 하나를 추가했다. 3년 전의 우승이 생애 첫 승이었기 때문에 통산 2번째 우승이었다. 그 사이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은 너무 많은 준우승이 있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김지영이다. 무려 9차례나 된다.
우승 후 김지영은 “체력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고, 멘탈 코치의 도움도 많이 받고 있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100c@osen.co.kr